[손배] "8년 넘은 식기세척기 작동 후 외출했다가 불 났어도 제조사 책임 60%"
[중앙지법] "식기세척기 결함으로 화재 발생"
2017-10-12 김덕성
서울중앙지법 김진철 판사는 8월 11일 배 모씨와 주택화재보험을 체결한 흥국화재해상보험이 식기세척기 제조사인 SK매직(전 동양매직), SK매직과 생산물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한 농협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구상금청구소송(2016가단5155648)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60% 인정, "피고들은 연대하여 88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에 사는 배씨는 2016년 1월 25일 오후 8시 4분쯤부터 오후 9시 59분쯤 사이 약 2시간 동안 집 주방 싱크대 위에 설치하여 사용하던 식기세척기를 작동시킨 후 외출하여 집에 아무도 없는 사이에 식기세척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주방이 전소되고, 주택 내부 천장과 가재도구들이 불에 타는 피해가 나자 배씨에게 보험금 3300여만원을 지급한 흥국화재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SK매직과 농협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 판사는 ▲경찰 감식결과 식기세척기 내부에서 전기적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발화지점이 식기세척기 내부로 한정되며 내부배선들에서 식별되는 단락흔 형성 과정에서 수반된 전기적 발열 또는 불꽃이 발화원으로 작용가능하다고 감정한 점 ▲화재 당시 배씨의 주택에 거주하는 배씨와 가족 등이 모두 집을 비운 상태였고, 외부 침입의 흔적도 알 수 없어 실화나 방화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화재는 SK매직이 지배가능한 영역인 식기세척기 내부의 제조상 또는 설계상의 결함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하고, "SK매직은 식기세척기의 제조자로서 제품의 결함으로 인한 화재로 말미암아 배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제조물책임의 성립을 인정한 것이다.
김 판사는 다만 "배씨로서도 식기세척기를 작동시킨 후 외출하여 화재발생 초기에 화재를 조기에 진압하지 못했고, 식기세척기가 제조일로부터 8년 넘게 사용되었음에도 배씨가 식기세척기에 대한 안전점검을 받았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따라서 SK매직이 이 화재로 인하여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은 배씨가 입은 손해 4700여만원의 60%인 2800여만원. 재판부는 농협손보가 SK매직과 체결한 생산물책임보험은 농협손보 50%, 흥국화재 20%, 현대해상화재 30%의 비율로 공동인수한 보험인 점 등을 감안, 피고들이 지급할 돈을 880여만원으로 계산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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