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준운전, 재산형성과정 문제돼
2명 검사장 승진 탈락
2006-02-03 김진원
검사장 승진 후보에 올랐던 한 검찰 간부가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음주 운전'전력이 문제가 돼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일 사시 12~13회 출신 가운데 검사장으로 승진한 검사는 8명으로 모두 전례 없이 엄격한 검증을 통해 합격점을 받은 인물들이다.
반면 청와대가 전날 오후까지 검사장 승진 후보 17명을 놓고 올해 처음 도입한 인사검증시스템을 가동한 결과 2명은 재산 형성과정의 불투명성과 음주운전 전력이 적발돼 고배를 마셨다.
'순간의 실수' 때문에 20년 넘는 공직 생활의 최대 명예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잃고 만 것이다.
심지어 이번에 음주운전으로 탈락한 후보는 과거 오점이 이전에 주변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인사검증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청와대가 이번에 '준법성'과 '재산형성 과정의 투명성'이 인사 검증의 주요 잣대가 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힘에 따라 검찰 조직내 도덕 재무장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직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재산 형성 과정이 떳떳해야 한다는 점은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준법성'에 대한 인식은 뚜렷하지 못했던 게 사실.
이 때문에 이번 음주운전 검사를 탈락시킨 것은 사정기관의 핵심 자리에 오르려면 재산 문제 뿐만 아니라 '준법성'에서도 일말의 흠결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가 이번 인사에 적용한 두 가지 기준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적용될 뿐만 아니라 검찰 외의 다른 공직에도 마찬가지로 유지될 것이 분명해 '도덕 재무장' 움직임은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준법성'이라는 개념이 얼마든지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딱 부러지는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검사들은 불안에 떠는 분위기다.
과거 검찰 조직의 상징으로 비쳐졌으나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발언' 이후 차츰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폭탄주 문화도 이번 '음주운전 탈락'을 계기로 더욱 위축될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해 현직 검사들의 잇단 음주 사고로 홍역을 치른 뒤 전임 김종빈 총장이 '폭탄주 자제령'을 내리는 등 자체적으로 음주문화 개선 운동을 펼쳐왔으나 이런 분위기는 더욱 엄격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검의 한 직원이 최근 월간 '검찰동우'에서 "폭탄주가 없어졌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검찰조직에서 술을 없앨 수 없다면 '어떻게 마실 것이냐' 하는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것이다.
한편 천정배 법무장관이 검찰 인사에 국민의 의사를 인사에 반영키로 한 제도와 관련해 국민 의견 16건이 접수됐으나,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인 사항만 있어서 이번 인사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향후 부장 검사급 인사부터는 사건 처리와 관련된 국민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라고 법무부 관계자는 전했다.
조성현 기자[eyebrow76@yna.co.kr] 2006/02/01 18:55:59
Copyright 연합뉴스 | 이타임즈 신디케이트.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