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차량 화재로 그을린 도로…차주 측이 복구공사비 지급해야"

[광주지법] "차량 점검 · 정비 제대로 안 해 화재 발생"

2017-09-05     김덕성
차량 정비 ·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화재가 발생, 도로에 그을음이 발생했다면 이를 제거하는 복구공사 비용을 차주 측이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2부(재판장 김재영 부장판사)는 9월 1일 한국도로공사가 "도로 복구공사비를 지급하라"며 화재가 발생한 4.5톤 화물차의 소유자인 문 모씨와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6나60453)에서 한화손해보험의 항소를 기각, 1심과 마찬가지로 "한화손해보험은 도로 복구공사비 49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15년 9월 22일 오전 1시 51분쯤 4.5톤 화물차를 운전하여 남해고속도로 2차로를 진행하던 문씨가 자동차에 이상을 느끼고 갓길에 정차하려던 중 자동차의 엔진 부분에 화재가 발생, 도로 노면이 그을음 등으로 인해 훼손되었다.

도로공사는 문씨에게 노면 복구공사비 490만원을 지급하거나 직접 복구공사를 시행할 것을 청구하는 고지서를 보냈으나, 문씨가 아무런 응답이 없자 B사로 하여금 훼손 부분의 복구공사를 시행하게 하고 복구공사비 490만원을 B사에 지급했다. 이어 손해를 배상하라며 한화손해보험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자동차는 내연기관과 연료를 싣고 주행하므로 연료계통의 유류 등이 직접적인 가연

물이 될 수 있고, 전기 · 점화계통에 의해 열 발생요인이 크다"며 "자동차 사용자는 엔진 과열 등으로 인한 차량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동기에 대한 윤활장치, 연료장치, 냉각장치의 점검과 정비, 동력전달장치의 오일 보충과 교환, 제동장치의 오일 보충과 교환, 오일 등의 누유가 있는지 여부 점검 등을 할 의무가 있고, 주행 중에도 수온계가 상승하는 등 이상 징후가 있으면 즉시 운행을 정지하고 열을 식히는 등 차량화재를 예방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화재는 문씨가 차량의 소유자로서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점검과 정비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발생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피보험자인 문씨는 원고에게 화재로 인하여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보험자인 피고는 원고에게 상법 724조 2항에 따라 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한화손해보험이 화재에 대하여 실화자인 문씨의 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3조에 따라 손해배상액이 경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자동차 엔진에서 불이 나 자동차의 1/3이 전소되면서 그 화력에 의해 주변에 있던 훼손부분이 불에 탄 것이고, 훼손부분은 독립연소(獨立燃燒)가 어려운 콘크리트포장이므로, 자동차 엔진에서 난 불이 훼손부분으로 번져서 탄 것이 아니라 발화점과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물건인 훼손부분이 소실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실화책임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한 피고의 책임 경감 주장은 이유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화책임법 2조에 의하면 실화책임법은 실화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한 경우 연소(延燒)로 인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한하여 적용된다. 대법원 2000. 5. 26. 선고 99다32431 판결에 따르면, '연소'의 사전적 의미는 '한 곳에서 일어난 불이 이웃으로 번져서 탐'이고, 발화점과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물건의 소실, 즉 직접 화재는 연소에 해당하지 않는다.

박창식 변호사가 도로공사를, 한화손해보험은 법무법인 태평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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