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라오지' 상표사건
[김종길 변호사]
2017-08-31 김정덕
왕라오지 상표의 상표권자는 광야오집단이고, 왕라오지 상표의 상표사용권자는 자둬바오였다. 상표사용계약이 종료된 후, 왕라오지 상품의 홍색캔포장디자인은 누구의 소유로 귀속되는가라는 것이 핵심 이슈였는데, 중국 최고법원은 상표사용권자인 자둬바오가 홍색캔포장디자인에 중대한 공헌을 하였으므로 홍색캔포장디자인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왕라오지 상표와 광고문구 등을 둘러싼 분쟁에서 일방적으로 상표권자의 손을 들어주던 종래의 중국법원의 입장과 상당한 온도 차이를 보이는 판결이다.
종래 중국법원 입장과 온도 차이
광야오집단과 자둬바오의 상표 분쟁은 통상적인 중국기업과 외국기업의 상표 분쟁과는 성격이 약간 다른 점이 있다. 통상적인 상표 분쟁에서는 외국기업이 상표권자이고 중국기업이 상표사용권자이다. 그러나 이 경우 상표권자인 광야오집단은 중국 국유기업이고, 상표사용권자인 자둬바오는 홍콩기업이다. 두 회사간의 분쟁에서 중국법원은 지금까지 초지일관하게 상표권자인 광야오의 입장을 옹호해 왔고, 주로 상표권자의 입장인 외국기업들은 그 판결을 보면서 중국내 상표권 보호에 대하여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상표사용권자가 당해 상품의 포장디자인에 중대한 공헌을 하였다면 당해 포장디자인을 공유로 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앞으로 중국내 상표사용권자들이 외국기업의 상표를 라이선스 받아 사용하는 경우에 해당 상표나 상품과 관련한 지적재산권의 형성에 공헌을 하였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에 대한 공동소유권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외국의 상표권자에게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외국 상표권자에 상당한 리스크
향후 외국의 상표권자는 중국기업과 상표사용계약을 체결할 때 포장디자인에 관한 권리를 확보하는 내용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상표사용계약에서 미리 포장디자인을 지정하여 그 포장디자인대로 상품을 제조 · 판매하도록 의무화한다든지, 계약상 포장디자인에 관한 권리를 명시적으로 포기하도록 한다든지(불공정한 계약조항으로 문제될 가능성은 별도로 검토해야할 것임) 적절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중국 상표사용권자가 중국식 포장디자인에 외국 상표권자의 상표를 붙인 상품을 판매하다가, 상표 라이선스가 종료되면 동일한 포장디자인에 상표만 살짝 바꾼 별도 상품을 제조하여 판매하더라도 이를 금지시킬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광야오집단과 자둬바오는 '왕라오지양차(凉茶)'를 둘러싸고 6년여 동안 법정에서 그리고 시장에서 크고 작은 전투를 계속해왔다(리걸타임즈 2012년 10월호 '왕라오지' 상표 분쟁의 교훈 참조). 시장에서는 자둬바오가 양차시장에서 70% 이상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로 왕라오지를 눌렀지만, 법정에서는 이번 최고법원의 판결 이전까지 왕라오지가 근 20여건에 이르는 소송에서 전승을 거두었다.
20여건 왕라오지 전승
지금까지의 분쟁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상표라이선스계약의 효력을 둘러싼 싸움. 광야오집단이 상표라이선스계약을 무효로 선언한데 대하여 자둬바오가 중국국제경제무역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제기했지만 패소하고, 다시 중재판정에 대한 취소소송을 북경중급법원에 제기했지만 역시 패소했다.
두 번째 싸움은 광고문구에 관한 다툼이다. 광고문구를 둘러싼 분쟁은 두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제1단계는 자둬바오가 왕라오지 상표의 사용권을 보유하고 있을 때 지금까지도 중국에서 가장 뛰어난 광고문구라 칭해지는 "열이 오르면 왕라오지를 마시자!(怕上火,喝王老吉)"를 사용했었다. 자둬바오는 왕라오지 상표를 회수당한 후 위의 광고문구에서 왕라오지를 자둬바오로 바꾸기만 한 광고문구를 사용했다. "열이 오르면 이제 자둬바오를 마시자(怕上火, 现在喝加多宝). 전국 판매 1위인 홍색캔양차는 자둬바오로 개명했다. 역시 원래 그대로의 배합, 역시 익숙한 그 맛. 열이 오르면 자둬바오를 마시자."
이에 대하여 광야오집단은 자둬바오의 광고를 허위광고라고 제소한다. 그러자 자둬바오는 다시 광고문구를 "자둬바오양차는 7년 연속 중국 1위 캔음료이다"라고 바꿨다. 이에 대하여도 광야오집단은 자둬바오의 광고가 허위광고라고 제소한다. 이들 소송에서 광야오집단은 모두 승소하고 300만위안의 손해배상금까지 받아냈다.
세 번째, 독점배합비법에 관한 다툼이다. 자둬바오는 2013년부터 '독점배합비법'이라는 광고를 내놓으면서 "조상 대대로 내려온 비법은 자둬바오 이외의 기업에 준 바 없다"는 문구를 사용한다. 이에 대하여도 광야오집단은 허위광고와 상업명예훼손으로 제소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침해행위 중지, 사죄광고 및 500만위안의 손해배상을 명했다. 이때까지 광야오집단은 20여차례에 이르는 소송, 중재에서 전승을 거둔 것이다.
이번 판결로 뒤집혀
네 번째 싸움이 홍색캔포장디자인에 관한 다툼이다. 2012년 광야오집단이 자둬바오로부터 왕라오지 상표를 회수한 직후, 시장에는 홍색캔의 자둬바오양차와 역시 홍색캔의 왕라오지양차가 함께 매장에 진열되어 있었고, 둘은 구매자들도 헷갈릴 정도로 포장 디자인이 아주 비슷했다.
광야오집단은 다시 자둬바오의 홍색캔포장디자인에 대해 제소했다. 광동성고급법원은 2014년 12월 19일 홍색캔포장디자인이 광야오집단 소유이고, 자둬바오가 홍색캔포장디자인을 사용하는 것은 권리침해행위를 구성하므로 자둬바오는 광야오집단에 1.5억위안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그 후 자둬바오는 황금색캔포장으로 디자인을 바꾸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상소심인 최고인민법원의 판결이 2년 반 만에 나오면서 1심 법원의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전까지 광야오집단이 전부 승소한 원인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광야오집단이 상표권자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광야오집단이 국유기업이라는 것이다. 중국내 소송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으니 백전백승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최고인민법원은 본건 판결을 내린 같은 날 이라는 문건을 공포했는데, 주요한 내용은 법에 따라 각종 시장주체를 평등하게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소유제주체, 서로 다른 지역의 시장주체, 서로 다른 업종의 이익주체의 업무상 요구사항을 평등하게 보호하고, 각종 시장주체의 법 앞의 평등, 권리보호의 평등, 발전기회의 평등원칙을 견지하며, 평등하고 질서 있으며 활력이 충만한 법치화된 비즈니스 환경을 추진할 것을 전면적으로 관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장주체 평등보호' 문건 발표
현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주체는 국유기업 외에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외국기업이 있다. 본건에서는 타깃이 된 기업이 국유기업이자 지적재산권 소유자이고, 수혜를 본 기업이 외국기업(중국에서는 홍콩을 외국이 아니라 경외로 부르지만, 외국기업과 동일하게 취급받는다는 점에서)이지만, 향후 위 사법정책의 타깃은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외국기업이 되고, 수혜자는 라이선시인 국내기업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이므로 향후 최고인민법원의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김종길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jgkim@donginlaw.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