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익 변호사의 '기업과 법'⑪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와시장질서 교란행위

2017-08-24     김정덕
이번호에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이 규제하고 있는 불공정거래 행위 중 자주 문제 되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와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에 대해 살펴본다. 이 이슈들은 실무상으로도 상당히 중요하고 이론적으로도 무척 복잡한 게 특징이다. 각각의 이슈만으로도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을 만큼 내용이 방대한데, 아래에서는 개괄적인 내용 위주로 다룰 수밖에 없음을 독자들께서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대규모 과징금 첫 부과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및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는 미공개중요정보(MNPI: Material Non-Public Information) 이용에 관한 규제 체제에서 쌍두마차라고 일컬을 수 있다.

예전에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규정만 있었는데 미공개중요정보의 2차 이후 수령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점 등의 제도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고자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조항을 신설하여 2015년 7월부터 시행하게 되었다.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가 규정되고 나서 올해 대규모로 과징금이 부과되는 첫 사례가 발생했다. 앞으로 이 제도에 기한 제재가 더 많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간략하게나마 위 두 제도를 살펴보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이론적인 바탕에는 효율적 자본시장가설(ECMH: Efficient Capital Market Hypothesis)이 존재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현재의 주가에는 과거의 역사적 정보뿐만 아니라 공개된 정보가 완전히 반영되어 있고, 만일 공개되지 아니한 중요한 내부정보가 공개되었더라면 주가가 달라졌을 것이므로 이러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증권거래를 한 자는 내부정보의 미공개로 인하여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회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부자는 알게 된 중요정보를 공개하든지, 아니면 이러한 정보에 기한 거래를 회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공개또는 회피 의무, duty to disclose or abstain rule).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를 영어로는 insider trading 또는 insider dealing이라고 부른다.

1. 기본적인 규제의 프레임

다음 도표는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 나오는 도표인데, 이를 보면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금지와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가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 수 있다.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금지에서는 해당 상장법인의 내부자, 준내부자 및 1차 정보수령자(tippee)가 규제의 대상인 반면,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의 경우에는 규제 대상자가 이에 그치지 않고 2차 정보수령자, 3차 정보수령자 등등 2차 이후의 정보수령자가 모두 포섭된다(현실적으로는 내부자, 준내부자, 1차 정보수령자는 처벌이 더 엄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위반에 따라서 처벌받을 것이므로 구태여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위반으로 처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2~4차 정보수령자가 주된 대상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10차, 20차 정보수령자도 규제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멀리까지 간 정보는 규제대상인 미공개중요정보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무상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의 주된 규제대상 행위자는 2차, 3차, 4차 정도의 정보수령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2. 몇 가지 주요 이슈들

(1)준내부자

도표에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와 관련해서 '준내부자'가 등장하는데, 준내부자는 원래 해당 상장법인의 '내부자'는 아니지만 해당 상장법인과 일정한 관계에 있어서 규제대상이 된 자들이다. 위 도표에서 등장하는 바와 같이 해당 상장법인과 컨설팅계약을 체결한 회사의 담당 임직원이나 법률자문계약을 체결한 로펌의 담당 변호사, 투자유치 자문계약을 체결한 회사의 담당 임직원 등이 그러한 준내부자에 해당할 수 있다. 감독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도 해당될 수 있다.

자기생성정보 제외 가능성

한편 주요주주(내부자에 해당한다)로부터 주식을 인수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자가 정보수령자에 해당하는 지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내부자로부터 정보를 '받은' 자가 아니라 함께 '주요주주의 변동'이라는 '정보를 생산'한 자이므로 정보수령자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2003도686 판결). 때문에 자기생성정보의 경우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에서는 기업의 지배권 변동을 초래할 수 있는 주식 등의 대량취득에 관해서는 특칙을 마련하여 공개매수에 준하여 따로 규제하고 있다.

(2)매매거래 체결 필요 여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규정이나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규정이나 모두 미공개중요정보를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는 행위가 금지되는 것이므로 단지 정보를 '보유'만 한 상태에서 매매를 한 경우에는 이론적으로는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공개중요정보를 알고 난 상태에서 거래를 한 경우에는 그 정보를 이용해서 거래를 한 것으로 보게 될 것이다.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해서 매매 체결 주문을 냈는데 어떤 사유에서든지 매매가 체결되지 않은 경우에도 처벌받는가? 이에 대해서는 매도 · 매수 호가가 증권시장에 표시됨과 동시에 매매체결 여부를 불문하고 위법행위의 기수가 된다는 학설과 매매가 체결되어야만 기수가 된다는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아직 법원의 뚜렷한 견해는 없는 것 같다.

정보 이용되면 정보전달자도 처벌

유의할 점은, 도표에도 주의사항으로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이 중간에서 미공개중요정보를 전달해 주는 사람은 자신이 직접 매매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이용하도록 하면 처벌된다는 점이다. 물론 정보수령자가 받은 정보를 이용하는 행위를 한 때에만 정보전달자도 처벌된다.

(3)미공개중요정보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에서의 '미공개중요정보'라 함은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서 공개되기 전의 정보를 의미한다. 악재성 중요정보로는,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정보, 회사의 자금난 악화정보, 재무구조 악화 및 이에 따른 대규모 유상증자정보, 부도정보, 회사자금의 횡령정보, 경영진의 긴급체포정보 등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무상증자정보, 타법인 인수정보, 합병정보, 자기주식취득정보, 미국특허 취득정보, 기술이전계약 체결정보 등과 같은 호재성 정보도 중요정보에 해당한다.

DART 정보는 3시간 지나야 대상

미공개정보라 함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불특정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기 전의" 정보를 말한다. 중요정보를 공개한 경우에도 '주지기간'을 두어서 공개한 후 일정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공개정보가 되도록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이용해서 정보를 공시하는 경우에는 그렇게 공개(공시)된 후 3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공개정보가 되기 때문에 그 전에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의 대상이 되는 미공개중요정보는 업무관련성이나 직무관련성이 배제되어서 규제대상 정보의 범위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의 대상이 되는 정보보다 더 넓다. 언론보도정보, 정책정보, 주가흐름의 분석과 같은 시장정보도 일응 대상이 될 수 있다.

(4)처벌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를 위반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다만,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벌금의 상한액을 5억원으로 한다.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위반과는 달리 징역이나 벌금과 같은 형벌이 아니라 금융위원회(실제로는 증권선물위원회에 권한이 위임되어 있다)로부터 과징금이 부과된다. 다만, 그 위반행위와 관련된 거래로 얻은 이익 또는 이로 인하여 회피한 손실액에 1.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1.5배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형사책임과는 별개로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한다.

3. 사례

(1)한미약품 사건

한미약품 법무팀에서 계약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이 2016. 1. 9.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을 체결한 폐암 신약 '올무티닙'(제품명 '올리타정')의 계약이 해지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접하고 한미사이언스 인사팀 직원에게 이 정보를 전달했다. 그리고 이 인사팀 직원이 지인에게 정보를 공유했고 지인 역시 고교동창에게, 또 고교 동창은 고교후배에게 등으로 정보가 전파됐다. 그리고 이들은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공시를 하기 전 보유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했다. 검찰은 이들이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사고팔아 총 33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잡고, 8명을 구속기소하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11명은 약식기소했다.

한미약품 직원 등에 24억 과징금

한미약품의 2차~5차 정보수령자들 24명에 관하여, 2017. 5. 24. 증권선물위원회는 한미약품 직원, 개인투자자 등 14명에 대해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위반을 이유로 24억원의 과징금 부과 조치를 내렸다. 이는 2015년 7월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제도가 도입된 이래 대규모로 과징금이 부과된 첫 사례였다.

과징금 규모는 손실 · 차익 규모에 따라 최소 2220만원에서 최대 13억 4520만원까지 다양했는데, 가장 많은 과징금이 부과된 개인투자자는 미공개중요정보를 4명을 거쳐서 전해들은 5차 정보수령자였다.

미공개 정보를 우연히 들은 투자자들도 과징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계약 해지 사실에 대해 이야기하던 임원들의 대화를 우연히 들은 광고팀 직원이 경영정보팀 직원에게 구두로 전달한 경우다. 경영정보팀 직원은 직장 동료인 총무팀 직원에게 정보를 넘겼고, 총무팀 직원은 자신의 부친에게 전화 통화로 전달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그 부친에 대해서 1억 48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아가방 사건

부실채권 매매업체를 운영하던 하 모씨는 유아용품 업체 아가방앤컴퍼니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인수 거래를 알선하면서 자신과 가족들 명의로 아가방앤컴퍼니의 주식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거두었다가 (준내부자로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3)기타 사건

이 밖에도 수많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위반 사건들이 있다.

자신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가 방송인 유재석씨를 영입한다는 소식을 사전에 듣고 주식을 사고 팔아 이득을 챙긴 유명 그룹 씨앤블루의 멤버 이 모씨가 벌금 2000만원에 약식기소 되기도 했다.

1조 9000억 벌금 납부 합의

미국에서도 2013년 경 미국 검찰이 대형 헤지펀드인 SAC 캐피털어드바이저스가 1999년부터 2010년까지 최소 20개 상장사의 내부정보를 이용해 수억 달러를 불법적으로 벌어들였다며 형사 기소한 바 있다. SAC는 내부자 거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18억 달러(약 1조 9000억원) 납부와 투자자문업 중단 등을 미국 검찰과 합의했다.

4. 스튜어드십 코드와의 관계

2016. 12. 19.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인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이 민간 중심의 자율적인 코드로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을 통해 공표되었다. 지난 7월 19일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종합자산운용사로서는 처음으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7가지 원칙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앞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하여 더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위 원칙을 채택하기를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 운영, 도입 결정

그런데 위 원칙에는, 기관투자자가투자 대상회사를 잘 점검하고 우려 사항이 발견되면 투자 대상회사와 적극 대화하는 등 주주활동을 통해 수탁자로서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한다는 원칙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주주활동(engagement)'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그런데 이렇게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하다 보면 투자 대상회사의 미공개중요정보를 알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미공개중요정보를 알게 된 상태에서 그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회사 또는 관련 회사의 증권에 대한 거래를 하게 되면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또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에서 펴낸,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법령해석집"에도 이러한 점을 우려하여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는 기관투자자도 투자 대상기업과 경영활동, 위험관리 등에 관해 대화하는 등 주주활동 과정에서 미공개중요정보를 지득하거나 수령할 수 있으므로, 이를 매매 등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위 법령해석집 1쪽).

기관투자자에 유의 당부

그러면 기관투자자 또는 투자 대상회사와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펼친 담당자는 어떻게 행동해야만 하는가? 주주활동 관련 부서와 운용부서 간에 '차이니즈 월(Chinese Wall)'을 두는 등의 방법으로 기관투자자 내부 부서 사이에 정보교류 차단장치가 작동되도록 하거나, 일정기간 매매를 중단하거나, 해당 정보를 공개(공정공시)하거나 등등 몇 가지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기는 하다. 이 부분은 앞으로 좀 더 많은 연구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yichoi@nexusla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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