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저작권 침해' 합의금에 과세 불가"

[부산지법] "소득세법상 '사례금' 아니야"

2017-05-25     김덕성
소설의 저작권자가 '저작권 침해'로 고소한 피고소인들로부터 지급받은 합의금에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재산적, 정신적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던 사정 등에 비춰 볼 때 이 합의금을 소득세법상 '사례금' 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문희 부장판사)는 5월 11일 소설 3편의 저작권자인 A씨가 부산진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6구합25025)에서 "1억 8000여만원의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3편의 소설 파일을 웹하드 사이트 또는 토렌트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무단으로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하여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B씨 등을 수사기관에 고소, 피고소인들로부터 2011년 6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합의금 명목으로 모두 5억 60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이에 부산진세무서가 피고소인들로부터 지급받은 합의금이 소득세법 21조 1항 17호의 '사례금'으로서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합의금에서 변호사 비용 등 필요경비를 공제한 후 2011년∼2014년 귀속 종합소득세 1억 8000여만원을 부과하자, A씨가 불복 심판청구를 거쳐 소송을 냈다. 소득세법 21조 1항 17호에서는 사례금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A씨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피고소인들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내 2017년 1월 '피고들은 1인당 위자료 3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피고소인들은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을 받거나 저작권법위반 혐의로 구약식기소되어 벌금형의 약식명령이 확정되거나 정식재판청구를 통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었다.

재판부는 먼저 "(소득세법에서) 말하는 사례금이란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을 의미하고,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금품 수수의 동기 · 목적, 상대방과의 관계,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지급받은) 합의금은 원고가 단순히 고소를 취소하는 사무처리의 대가로 지급받은 것이라 할 수 없고, 원고가 합의금을 지급한 피고소인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더라도 저작권 침해 등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재산적 · 정신적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았을 것으로 보이는 바, 합의금을 소득세법 21조 1항 17호 사례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합의금이 소득세법 21조 1항 기타소득을 구성하지 않는 이상, 기타소득의 범위에 관하여 열거주의를 취하고 있는 현행 소득세법의 과세체계 하에서는 합의금을 과세대상 소득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합의금에 대해 과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만으로 과세를 할 수는 없고, 소득세법에 열거되지 않은 소득에 대하여 과세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조세공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