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자금세탁 위해 교부받은 수표 임의 소비했어도 횡령죄 아니야"
[대법] "불법원인급여물 해당"
2017-05-04 김덕성
대법원 제3부(재판장 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4월 2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모(44)씨에 대한 상고심(2016도18035)에서 이씨에게 징역 3년 6월과 추징금 8억 4185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횡령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이씨는 2008년 11월 초순경 서울 구로구에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진 모씨로부터 "액면금 합계 19억 2370만원인 수표들을 현금으로 교환해 주면 그 대가로 2000만원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이를 승낙한 후 수표를 교부받았다. 이씨는 이 수표가 5조원대의 유사수신 사기범인 조희팔 등이 불법 금융다단계 유사수신행위 등으로 취득한 범죄수익금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지인을 통해 14억원에서 15억원가량을 현금으로 교환한 혐의(범죄수익규제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씨는 또 김 모, 정 모씨와 공모하여 아직 교환되지 못한 수표와 교환된 현금을 합쳐 18억 8370만원 중 2억원은 김씨가, 나머지 금액인 16억 8370만원은 자신과 정씨가 사용하기로 분배해 임의로 사용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도 기소됐다. 이씨는 1심과 항소심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은 횡령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진씨로부터 수표를 교부받은 원인행위는 이를 현금으로 교환해 주고 대가를 지급받기로 하는 계약으로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3조 1항 3호에 의하여 형사 처벌되는 행위, 즉 거기에서 정한 범죄수익 등에 해당하는 수표를 현금으로 교환하여 그 특정, 추적 또는 발견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은닉행위를 법률행위의 내용 및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전제하고, "피고인이 진씨로부터 범죄수익 등의 은닉범행 등을 위해 교부받은 수표는 불법의 원인으로 급여한 물건에 해당하여 그 소유권이 피고인에게 귀속되므로,피고인이 그중 교환하지 못한 수표와 이미 교환한 현금을 임의로 소비하였다고 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민법 746조가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뜻은, 그러한 급여를 한 사람은 그 원인행위가 법률상 무효임을 내세워 상대방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음은 물론 급여한 물건의 소유권이 자기에게 있다고 하여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다는 데 있으므로, 결국 그 물건의 소유권은 급여를 받은 상대방에게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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