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발명보상액을 어떻게 정해야 할까

이종민 변호사

2017-04-13     김정덕
"직무발명보상액을 어떻게 정해야 법을 준수하는 것인가요?"

직무발명과 관련하여 많이 받는 질문들 중 하나이다. 기업들은 최근 보상액의 적합한 기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발명, 특허를 주된 자산으로 삼는 기업에 있어서는 회사의 이익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발명진흥법은 발명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얼마를 줘야 하는지에 대해서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이러하게 하면 됩니다'라는 답변을 쉽게 내놓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개별 사안에서 법원이 어떤 방식으로 보상액을 산정하였는지가 실무적으로 유일하게 참조할 수 있는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법원은 보상액 산정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요소를 ①직무발명으로 인하여 사용자가 얻을 이익액, ②발명자 및 사용자 공헌도, ③공동발명자 기여율로 구분하고, 이들을 곱하여 보상액을 산정하고 있다. 이 중 사용자가 얻을 이익의 액이 가장 주된 고려요소이다.

법원 산정례가 유일한 기준

발명진흥법상 보상액의 산정시점은 원칙적으로 발명자로부터 기업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 내지 특허권을 승계한 시점이므로, 법문상 장래에 생길 이익을 미리 예측하고 이를 보상액 산정에 감안하여야 한다는 난점이 있다. 하지만 법원은 보상금 청구시까지 실제로 발생한 이익을 승계 당시 장래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인 것으로 보고 보상액을 산정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서울고등법원 2009. 8. 20. 선고 2008나119134 판결, 쌍방 상고기각 확정). 한편 사용자는 직무발명을 승계하지 않더라도 원칙적으로 무상의 통상실시권을 가진다. 따라서 사용자가 얻을 이익은 사용자가 단지 직무발명을 스스로 실시하는 것만으로는 획득할 수 없는, 즉 타인의 실시를 저지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짐으로써 비로소 얻게 되는 이익에 한한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다75178 판결).

대표적인 유형 · 사례

보상액이 문제된 사건들 중 ①사용자만이 직접 발명을 배타적 · 독점적으로 실시한 사안, ②사용자가 제3자에게 실시권을 허락하고 로열티를 받은 사안, ③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제3자에게 양도한 사안에서는 법원의 보상금 산정방식이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다. 법원은 유형 ①에서 (매출액)×(직무발명 기여도)×(독점권 기여율)×(가상 실시료율)의 식으로 사용자가 얻을 이익을 계산한다. 타이어의 구성 부분 중 스틸코드에 관한 직무발명을 스스로 실시한 타이어 회사에 대해 발명자가 보상금을 청구한 사건에서는 독점권 기여율 3%, 가상 실시료율 1%가 인정되어 최종적으로 3억 8000만원 정도가 보상액으로 인정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4. 4. 24. 선고 2012나53644 판결, 쌍방 상고취하 확정).

유형 ②, ③의 경우에는 좀 더 계산이 간단하다. 특허권을 배타적 ·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제3자에게 실시권을 허락하거나 양도할 수 있으므로, 로열티 또는 양도 대금 전부가 사용자가 얻을 이익이 된다. 대표적으로 영상압축 기술에 관한 특허를 제3자 회사에 실시권 허락하여 받은 로열티 약 30억원 중 발명자 공헌으로 인정된 30%가 종업원들에 대한 보상의 대상이 된 사례가 있다(서울고등법원 2008. 4. 10. 선고 2007나15716 판결, 심리불속행 상고기각 확정).

새로운 유형의 출현

그러나 최근에는 그동안 다뤄지지 않던 새로운 유형의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직접 스스로 실시하면서 제3자에게 실시권도 허락한 경우, 일반적인 실시권 허락이 아닌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경우, 사용자가 직무발명을 실시하지 않고 제3자에게 실시허락도 하지 않은 경우 등이다. 각각의 경우 사용자가 얻을 이익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떻게 금액화시킬 수 있는지 등을 사안별로 탐구하여야 하는데, 이론적으로 복잡한 논의가 존재하나 결과를 도출하기 쉽지 않다.

올 초 대법원은 특허무효사유가 있고 사용자가 직접 실시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직무발명(스마트폰 초성검색관련 발명)에 대하여, "무효사유는 특허권으로 인한 독점적 · 배타적 이익을 산정할 때 참작요소로 고려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하고, 또한 "직무발명의 권리범위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특허권에 기해 경쟁회사로 하여금 직무발명을 실시할 수 없게 함으로써 매출이 증가하였다면, 직무발명에 의한 사용자의 이익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보상금 지급청구권을 인정하였는데(대법원 2017. 1. 25. 선고 2014다220347 판결), 새롭게 등장한 유형의 판단 사례 중 하나이다. 다만 유사한 쟁점을 가진 사안이지만 해당 직무발명이 경쟁회사에 알려진 공지된 기술이라고 인정된 사건에서는 보상금 지급청구권이 부정되기도 하였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91507 판결).

이처럼 현재의 직무발명보상액 산정은 개개의 사안별로 복잡한 사실관계 분석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산정의 복잡성이 직무발명보상액에 대한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현저히 저해한다는데 있다. 기업으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보상규정을 마련하여 보상금을 지급하였으나 후에 소송이 제기될 때마다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보상규정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해 보았자 무슨 의미가 있는가'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기업 보상규정 고려되어야

종업원과의 논의 등 정당한 절차에 따라 만들어진 기업의 보상규정에 기초한 보상이라면 추후 다투어지더라도, 기 지급된 보상액이 터무니 없이 비합리적인 것으로 밝혀지지 않는 한, 절차적 정당성을 준수하여 제반 사실관계를 반영한 금액이라는 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직무발명과 관련된 제반 사실관계는 해당 기업과 종업원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보상액에 대한 예측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2013. 7. 30. 개정 발명진흥법이 보상규정 작성 등 보상 절차를 규정하면서, 규정된 절차에 따라 보상한 경우에는 정당한 보상으로 간주하도록 입법한 것(15조)도 이러한 고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용자와 종업원 간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직무발명 보상제도의 취지, 더불어 개정된 발명진흥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면서, 종업원과 사용자가 기꺼이 따를 수 있도록 직무발명 보상제도를 운영하는 방안이 무엇일지 고민해볼 때이다.

이종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jongmin.lee@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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