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영업비밀 파일 USB에 저장했어도 누설 없었다면 해고 무효"
[중앙지법] "취업규칙에 누설해야 징계 가능"토니모리 전 직원에 승소 판결
2017-04-12 김덕성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권혁중 부장판사)는 3월 16일 화장품 도소매업체인 (주)토니모리의 전 직원 A씨가 "해고는 무효"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2016가합538955)에서 "A씨에 대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토니모리는 2016년 4월부터 A씨가 복직하는 날까지 1일 16만 4384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4년 8월 토니모리에 입사하여 경영기획실 내 경영기획팀으로 근무한 A씨는 입사 당시 '회사에서 보안으로 취급되어 관리되는 기밀사항에 대해 본인과 관련된 업무사항이 아닌 타부서의 업무에 대한 열람과 복사, 전송 등 일체의 부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근무 중 작성한 각종 서류와 PC에 보관된 일체의 자료를 허가 없이 외부로 유출 또는 일시 반출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비밀유지서약을 했다.
토니모리는 직원들이 전산시스템의 파일을 외부저장장치에 다운로드 하거나 이메일에 첨부하여 외부로 발송할 경우 팀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는데, A씨는 2016년 3월 21일경까지 1만 7000개가 넘는 파일을 팀장인 자신이 승인하는 방법으로 USB 메모리 등 외부저장장치에 다운로드 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가 다운로드 받은 파일에는 내부 회의자료와 인사평가 자료, 영업실적, 사업계획서, 업무매뉴얼, 원가분석자료 등 영업비밀이 포함된 자료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이에 토니모리는 3월 22일 A씨를 인사총무팀으로 발령하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를 해고했다. A씨는 그러나 "일상적인 업무수행 과정 중 회의에서 발표를 하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PC에 저장된 파일을 USB에 다운로드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회사를 상대로 해고처분의 무효와 함께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는 해고되기 전까지 1일 16만 4384원 상당의 임금을 받았다.
토니모리의 취업규칙 53조 2호에 따르면, 회사는 업무상 비밀과 기밀을 누설하여 회사에 피해를 입힌 자에 대해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할 수 있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의 영업비밀이 포함된 내부자료 파일을 외부저장장치(USB 메모리 등)에 다운로드 받았으나, 원고가 이와 같은 영업비밀을 누설(아직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일체의 행위)하거나 이로 인하여 피고에게 피해가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원고의 행위는 취업규칙 53조 2호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이에 토니모리는 A씨의 행위는 취업규칙 53조 2호를 구체화한 비밀유지서약에 위반되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취업규칙 53조 2호는 업무상 비밀과 기밀을 누설하고,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음에 반하여, 비밀유지서약은 기밀사항을 열람과 복사, 전송하거나 허가 없이 외부로 유출 또는 반출하는 것을 요건으로 하는바, 비밀유지서약에 위반하는 행위가 반드시 취업규칙 53조 2호에 위반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로서 무효이고, 피고가 해고처분이 유효하다고 다투고 있는 이상 그 무효를 확인할 이익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임금 청구와 관련,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피해고자의 근로자로서 지위는 계속되고, 그간 근로의 제공을 못한 것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근로자는 민법 538조 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구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금성이 조씨를, 토니모리는 법무법인 스카이가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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