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맛 우유 용기 사건

[박정수 · 박민정 변호사]

2017-03-16     김정덕
최근 '바나나맛 우유' 용기 형상을 도용한 '바나나맛 젤리' 제품의 생산 · 판매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가처분 결정이 나왔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 26.자 2016카합81575 결정).

'바나나맛 우유' vs '바나나맛 젤리'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바나나맛 우유를 수십 년간 제조, 판매해 온 채권자(빙그레)는, 채권자의 바나나맛 우유 용기 형상을 도용한 바나나맛 젤리 제품을 같은 용기 형상의 포장지에 담아 제조, 유통, 판매하고 있는 회사들인 채무자들을 상대로, 채무자들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2016.12. 6.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정경쟁행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다.

참고로 채권자는 바나나맛 우유를 1974년경 출시한 이래 40년 이상 동일한 용기 형상을 일관되게 사용하여 왔다. 1974년부터 2015년 말까지 판매된 바나나맛 우유의 누적 개수는 약 69억개, 하루 평균 판매량은 80만개에 달하고, 매출액은 2012년 1470억원, 2013년 1520억원, 2014년 1570억원, 2015년 1540억원을 기록하였으며, 바나나 우유만을 기준으로 할 때의 채권자의 시장점유율은 약 80%에 이른다. 또 채권자는 바나나맛 우유의 해외 유통망을 확대하여 2016년 약 150억원의 중국 매출을 기록하였고, 최근 한 헬스 · 뷰티 업체와 손잡고 출시한 바나나맛 우유 화장품은 출시 약 2개월만에 매출액 10억원을 돌파하는 등 바나나맛 우유 관련 사업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40년간 같은 용기 사용

채권자는 ①바나나맛 우유 용기는 채권자의 주지, 저명한 상품 표지이고, 채무자들이 이와 동일 · 유사한 채무자 제품을 제조, 판매하여 수요자들로 하여금 채권자와 관련이 있는 제품으로 오인,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에서 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고, ②채권자의 상품표지를 그대로 모방한 채무자 제품을 채권자와 아무런 관련 없는 채무자들이 계속하여 제조, 판매할 경우 바나나맛 우유 용기가 가지고 있는 식별력과 명성이 손상되므로, 채무자들의 채무자 제품 제조, 판매 행위는 같은 호 다목에서 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며, ③바나나맛 우유용기는 채권자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에 해당하므로, 채무자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같은 호 차목에서 정한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채무자는 ①채무자 제품은 '목장에서 사용되던 우유통' 형상의 평면적인 형태인 것에 반하여 바나나맛 우유 용기는 '항아리' 형상의 입체감 있는 형태이므로 바나나맛 우유 용기 형태와 동일 · 유사하지 않고, '젤리'인 채무자 제품은 '우유'인 채권자 제품과는 수요자 층이 달라 혼동 가능성이 없어서 채무자들은 채무자 제품을 채권자 제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으므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을 위반하지 않았고, ②채무자 제품과 채권자 제품은 그 형태가 동일 · 유사하지 않고, 채무자는 채권자의 명성을 훼손하지 않았으므로, 같은 호 다목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③같은 호 차목은 부정경쟁행위의 '보충적' 일반조항이므로, 같은 호 가목 유형에 속하면서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보호를 받지 못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적용할 수 없고, 또한 채무자들은 '목장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어 왔던 우유통 형상에 착안한' 형태의 제품을 제작 · 판매하였을 뿐이므로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사업을 하지 않았으며, '우유'와 '젤리' 사이에는 경합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채권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지도 않았으므로 같은 호 차목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법원, 유사성 인정

법원은 ①바나나맛 우유 용기는 판매량, 매출액, 광고 및 수상내역 등을 보았을 때 출처표시기능과 아울러 주지, 저명성을 획득하였고, ②바나나맛 우유 용기와 채무자 포장지, 채무자 제품 형태는 모두 단지 또는 항아리 형태로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띠고 있는 점, 가운데 부분에 테두리가 형성되어 있는 점, 상단 부분에 '바나나맛'이라는 문구가 서로 유사한 색상과 글씨체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전체적으로 상당히 유사하며, ③채무자들이 저명한 채권자의 상품표지인 바나나맛 우유 용기와 유사한 형태를 상품표지로 사용하는 행위는 적어도 바나나맛 우유 용기가 가지는 구매력, 신용 등을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바나나맛 우유 용기의 상품표지로서의 출처표시기능을 손상하게 하는 행위로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에서 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에서 정한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하는 이상 채권자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음).

이번 가처분 결정으로, 채권자는 해태유업을 상대로 제기했던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10. 12.자 2005카합2553 결정에 이어 다시 한 번 바나나맛 우유 용기 형태의 주지, 저명성을 인정받았고, 바나나맛 우유 용기 형태는 채권자 고유의 자산으로서 이와 유사한 형태의 제품은 '우유'가 아닌 다른 시장에서도 채권자의 이용허락 없이는 제조, 판매할 수 없음을 확인받았다.

다양한 아이템 권리 기반 마련

또한 채권자는 바나나맛 우유 용기의 주지, 저명성을 이용하여 다양한 아이템에 관한 상품화 사업도 전개해 나가고 있는바, 다양한 아이템들에 관하여도 바나나맛 우유 용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결정은 주지, 저명성을 획득한 남의 용기와 유사한 형태를 상품표지로 사용하는 경우 비록 그 내용물의 종류가 다르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된다는 점을 확인한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하겠다.

박성수 · 박민정 변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seongsoo.park@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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