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공법적 규제 준수했어도 수인한도 넘는 일조권 침해 배상해야"

[중앙지법] "공법적 규제는 최소한도 기준에 불과"

2017-03-08     김덕성
아파트 시행사가 공법적 규제를 모두 준수하여 아파트를 신축했더라도 이웃 주민의 일조권을 수인한도를 넘어 침해했다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6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2월 6일 서울 독산동에 있는 아파트 주민 김 모씨 등 87명이 "일조권과 천공조망권을 침해당했으니 손해를 배상하라"며 인근에 신축된 아파트의 시행사인 J사를 상대로 낸 소송(2015가합532196, 2016가합529654)에서 "J사는 9억 7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씨 등은 2015년 5월 자신의 아파트 인근에 11개동 35층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서자 "일조권 · 조망권을 침해당했다"며 이 아파트의 시행사를 상대로 14억 5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일조권 침해 수인한도의 기준과 관련, "우리나라 국토의 특수성과 협소성, 대도시 인구의 과밀화와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건물의 고층화 경향,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한 건축물 높이 제한에 관한 건축 관계 법령상의 규정 등을 고려할 때, 동짓날을 기준으로 8시부터 16시까지 사이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서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또는 9시부터 15시까지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하여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에는 일단 수인한도를 넘지 않는 것으로,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일조방해의 경우에는 일단 수인한도를 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아파트는 이 아파트 신축 전에는 총 일조시간이 4시간 이상이거나 연속 일조시간이 2시간 이상 확보되어 있었으므로 일조권에 관하여 보호받을 만한 충분한 생활이익이 형성되어 있었다 할 것인데, 아파트의 신축 후 일조시간이 감소하여 총 일조시간이 4시간에 미치지 못하고 연속일조시간도 2시간에 미치지 못하여 수인한도를 넘는 일조권의 침해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는 원고 아파트의 소유자인 원고들에게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J사는 재판에서 "아파트를 신축함에 있어 공법적 규제를 모두 준수하였고, 원고 아파트의 부지는 '준공업지역'으로서 '주거지역'에 상응하는 정도로 일조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지역이 아니므로, 주거지역의 일조침해 판단 기준(연속하여 2시간 이상 또는 총 4시간 이상)이 적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공법적 규제에 의하여 확보하고자 하는 일조는 사법상 보호되는 일조권을 공법적인 면에서도 가능한 한 보증하려는 것으로서, 일조방해에 관한 직접적인 단속법규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조권 보호를 위한 최소한도의 기준으로 보아야 하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는 어떠한 건물 신축이 당시의 공법적 규제에 형식적으로 적합하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인 일조방해의 정도가 현저하게 커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은 경우에는 위법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일조방해가 수인한도를 넘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이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원고 아파트의 부지는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원고들을 비롯한 주민들에 의하여 주거지역으로 계속 이용되어 왔다"며 "원고 아파트 부지가 일반주거지역에 상응하는 정도로 일조가 보장되는 지역이 아니라거나 원고들이 제한적인 생활이익만을 향유하여 왔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이 원고 아파트 각 세대에 전입하거나 이를 매수한 무렵부터 추후 자신들의 일조권이 수인한도를 넘는 정도로 제한될 수 있음을 용인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김씨 등이 아파트 신축 과정에서 군부대 이전과 아파트 부대시설의 설치 등으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적지 않은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J사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입은 재산상 손해를 각 세대의 시가하락분 상당액으로 보고, 여기에 책임제한 비율 60%를 곱한 금액에 1인당 100만∼300만원의 위자료를 더한 9억 74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명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의 천공조망권 침해 주장과 관련, "원고들이 원고 아파트 소유자로서 종전부터 향유하고 있던 경관이나 조망이 그들에게 하나의 생활이익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아파트의 신축으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수인한도를 초과한 시야차단으로 인한 폐쇄감이나 압박감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강남과 법무법인 에셀,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이 원고들을, J사는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