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익 변호사의 '기업과 법'④
대표이사의 책임과 관련된 몇 가지 이슈
2017-01-14 원미선
특이한 점은 규모가 어느 정도 있는, 지분이 분산되어 있는 상장사 CEO도 이런 종류의 질문을 하곤 한다. 아마도 그만큼 회사 채무에 대한 대표이사 또는 대주주의 책임 문제가 민감하고도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일 것이다.
주금만 날리는 게 원칙
이는 사실 주식회사의 본질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아시다시피 주식회사는 그 주주들이 자신이 출자한 자본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한다는 원칙을 기초로 해서 발생, 부흥한 장치이다. 이러한 유한책임의 원칙 때문에 많은 모험자본을 끌어 모을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주식회사 제도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부흥하게 된 결정적 원인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회사를 창업한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회사의 채무에 대해서는 자신이 이미 출자한 자본 한도 내에서만, 다르게 표현하자면 이미 납입한 주금만을 날리는 한도내에서만, 책임을 부담하면 그만인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회사를 창업한 대주주 및 현재의 대표이사는 이러 저런 사유로 회사의 채무에 대한 이런 저런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회 기업과 법 시리즈에서는 회사의 채무와 연관된, 대표이사(또는 대주주)의 책임과 관련된 몇 가지 이슈를 골라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1.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
법인의 재산으로 그 법인에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 · 가산금과 체납처분비에 충당하여도 부족한 경우에는 그 국세의 납세의무 성립일 현재 그 법인의 과점주주는 그 부족한 금액에 대하여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 여기서 과점주주란, 어떤 주주가 자신의 일정한 특수관계인(친족관계 또는 경제적 연관관계가 있는 특수관계인을 말한다)과 합해서 해당 법인의 발행주식 총수의 50%를 초과하여 소유하고 있으면서 그에 관한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주주를 말한다. 과점주주가 되어야만 국세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가 있으므로 주식소유가 분산된 상장사의 경우에는 이러한 위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법인과 이해관계 동일
그러나 창업자가 여전히 주식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다수의 많은 비상장사의 경우에는 과점주주가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아무리 세금이라도 법인에게 부과되는 것은 법인의 재산에만 국한되어야 할 것 같은데, 세금징수라는 정책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리고 과점주주와 법인이 서로 동일한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지배된다는 인식 아래 입법적으로 과점주주에게 제2차 납세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부가세도 대상
법인에게 부과되는 국세의 대표적인 항목으로는,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가 있다. 사업이 어려워지면 법인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고 그런 경우에는 법인세 자체가 부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과점주주가 법인세에 대한 제2차 납세의무를 걱정할 필요도 적을 것이다.
하지만 부가가치세의 경우는 좀 다르다. 사업이 어려워지면 매출액에 따라 받은 부가가치세를 납부기한 전에 다른 급한 용도로 써 버리는 경우가 있다(참고로 부가가치세는 분기마다 납부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는 달리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서 결국 부가가치세가 미납되어 버린다. 그러다가 결국 체납처분을 당하고 회사 재산으로는 부가가치세를 충당하지 못하게 되어 과점주주가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드물지 않게 있다.
물론 과점주주라고 해서 법인이 부담해야 할 국세 전액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그 법인에 대한 주식소유 비율에 따라 산출된 금액을 한도로 한다. 재미있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는 법인이 과점주주에게 부과되는 국세에 대해서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과점주주에게 법인의 국세에 대해서 제2차 납세의무를 부과한 것과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조항이지만 전자에 비해서 훨씬 경우가 한정되어 있어서 이런 일은 극히 드문 것 같다.
2. 청산인의 제2차 납세의무
회사가 청산하게 되면 대표이사가 청산인이 되는 예가 많다. 그런데 법인이 해산한 경우에 그 법인에 부과되거나 그 법인이 납부할 국세 · 가산금 또는 체납처분비를 납부하지 아니하고 청산 후 남은 재산을 분배하거나 인도하였을 때에 그 법인에 대하여 체납처분을 집행하여도 징수할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청산인 또는 청산 후 남은 재산을 분배받거나 인도받은 자는 그 부족한 금액에 대하여 (청산인과 재산을 분배받은 자가 함께)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 따라서 청산인으로서는 청산 후 남은 법인의 재산을 분배할 때 미납된 국세가 없는지 잘 살펴볼 일이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대부분 그냥 폐업신고 하고 사실상 회사 문을 닫아 버리지 법률적으로 청산절차에까지는 나아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우리나라 기업의 현실이다. 하지만 청산절차를 실제로 진행하는 경우도 가끔씩 볼 수 있는데, 외국회사의 국내 자회사이거나 지점인 경우가 특히 그렇다.
3. 대표이사의 연대보증채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 대표이사 또는 대주주가 회사 채무에 대해서 연대보증을 서는 것이다. 필자도 한창 벤처기업 관련 일들을 많이 할 때는 연대보증의 병폐를 너무나도 많이 현장에서 목격해서 연대보증 제도를 폐지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는 발전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적도 있고 필자가 펴낸 책에 이런 주장을 담은 적도 있다.
대표이사로서 선 연대보증채무 때문에 평생을 고생하고 계시는 분들이 필자 주위에도 여러분 계신다. 개인/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의 경우에는 정부당국의 행정지도 및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서 '입보'가 많이 제한되고 또 연대보증인도 일정한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기업 대출의 경우에는 연대보증 관행이 여전하다.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서도 기업의 대표자나 과점주주 또는 기업의 경영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가 기업의 채무에 대해서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경우를 특별법 적용에서 배제하고 있고, 정부당국의 금융권에 대한행정지도에서도 대표이사, 최대주주, 대주주, 실제경영자 등이 기업의 채무에 대해서 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
대표이사가 연대보증을 서는 경우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대표이사가 동시에 최대주주, 대주주 또는 과점주주이기도 한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최근의 정부당국의 행정지도의 방향에 비추어 보면 단순히 대표이사라고 해서 연대보증을 설수는 없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관련 법안 국회 발의도
둘째는, 회사의 최대주주도, 대주주도, 과점주주도 아니면서 단순히 전문경영인으로서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대표이사라고 해서 회사의 채무에 대해서 연대보증을 설 수 없다고 주장해 볼 여지가 앞으로는 점점 많아질것 같다. 심지어 은행이 중소기업에게 대출할 때에는 아예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취지의 법안이 올해 국회에 발의되어 있기도 하다.
재직 중에 회사 채무에 대해서 연대보증을 섰던 대표이사가 퇴임 후에는 연대보증 채무에 대해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는 각종 사례나 판례도 이 점에 관해서는 혼란스러운 것 같다.
굵은 줄기로 말해 보자면, 이미 발생한 회사의 확정채무에 대해서 연대보증을 했었던 경우에는 대표이사 직에서 퇴임했다는 이유만으로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한다거나 연대보증채무 액수를 재임 중의 액수로 제한하기는 어렵다.
확정채무 해지, 감액 곤란
반면 회사의 계속적거래 채무에 대해서 연대보증을 했었던 대표이사가 퇴임한 경우는 좀 다르다. 명확치는 않지만 우선 퇴임이라는 사정변경을 이유로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어 보이고, 일정한 경우에는 연대보증채무 액수도 재임 중의 액수로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재직 중 법인카드거래 채무에 대해서 대표이사로서 연대보증을 선 경우가 대표적으로 회사의 계속적거래 채무에 대해서 연대보증을 한 예가 된다.
상식적으로도, 퇴임하고 나면 당연히 법인카드거래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부담하는 연대보증채무 액수도 자신의 재임 중에 발생한 법인카드거래 채무액으로 한정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판례의 태도나 실무 관행도 대체적으로 위 상식에 부합하는 방향인 것 같으나 워낙 사안 별로 고려해야 할 주위 정황이 다양한 탓에 아직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4. 그 밖의 몇 가지 책임
지금은 회사들이 예전에 비해서 수표를 많이 발행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전히 회사가 발행한 수표가 부도나면 부정수표단속법에 따라서 대표이사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예전에 사업을 하셨던 필자의 아버님도 사업을 하시면서 가장 겁내셨던 게 수표 부도에 따른 형사처벌이었던 것 같다.
회사의 근로자에게 임금(퇴직금도 당연히 포함된다)을 지급하지 못하게 되어도 근로기준법에 따라서 대표이사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것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사례인데, 꼭 악덕기 업주가 아니더라도 회사의 영업이 어렵게 되어서 문을 닫는 경우 임금까지는 어떻게 해서라도 지급하더라도 퇴직금은 지급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예전에는 많았다. 퇴직연금제가 실시되면서 이런 사례는 많이 줄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밖에도 수많은 법률에 양벌규정이 있어서 법인과 행위자가 함께 처벌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행위자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이 대표이사이다. 이래저래 대표이사직이라는 것이 마냥 폼 나고 멋진 자리만은 아닌 것이다.
최영익 변호사(법무법인 넥서스, yichoi@nexusla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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