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개방 5년
2016-12-01 원미선
우선 27개의 영미 로펌이 진출한 가운데 여전히 한국 진출에 관심을 가진 미국 로펌이 더 있다는 얘기가 들리는 것을 보면 한국시장의 인기가 상당한 것 같다. 직접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서울에 진출한 영미 로펌들의 대차대조표도 매우 고무적일 것으로 짐작된다. 운영이 여의치 않아 서울사무소를 접고 철수했다는 영미 로펌은 아직 없다. 오히려 영미 로펌들은 클라이언트 파티를 열며 서울사무소의 성공을 축하하고 있다.
한국 로펌과의 합작법인 설립이 가능한 3단계 시장개방이 시작되었지만, 상당수의 영미 로펌에서 "현재의 서울사무소 시스템을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만 보아도 한국 상륙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시장에서 활동하는 영미 로펌의 성적표는 한국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법률서비스 수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법률서비스 지출은 2013년 최고치인 14억 8140만 달러를 돌파한 후 14억 달러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1달러 1172원 기준으로 환산해 1년에 1조 6400억원 넘게 외국 로펌에 지출하고 있다는 얘기로, 외국 로펌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법률서비스 지출이 매년 늘어나는 것을 보고 서울사무소를 열었다"고 한국시장에 거는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 로펌들은 당초 영미 로펌의 상륙에 매우 우려하는 분위기였으나 아직은 잘 버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사무소를 잇따라 개설하며 본사와의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한국 로펌의 해외 역량이 강화될수록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 등 아웃바운드 분야에서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장개방 5년이 일종의 전초 단계였다면 본격적인 판세는 미국 로펌들도 3단계 개방이 시작되는 내년 3월 이후 전개될 공산이 크다. 더구나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이 현재의 시장개방 구도에 변수가 될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리걸타임즈가 주관한 좌담회에서 외국 로펌 대표들은 클라이언트와 함께 영미 로펌, 한국 로펌이 모두 윈-윈-윈하는 성공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도 한국 로펌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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