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올린 보증금 무효 땐 월세 더 내야"

[대법 전원합의체] 임차인에 패소 판결

2016-11-22     김덕성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는 깎는 식으로 임대차계약을 맺었다가 나중에 법원 판결로 보증금 증액이 무효가 돼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았다면 그만큼 월세를 더 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만약 늘어난 월세를 임차인이 연체한다면 이를 근거로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1월 18일 공공임대아파트 사업자인 D사가 "월세가 3개월 이상 밀렸으니 아파트에서 나가라"며 임차인 정 모(32)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3다42236)에서 D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D사를 대리했다. (판결 전문 보기)

정씨와 D사는 2006년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의 공공임대아파트에 관하여 보증금을 2억 4694만원, 월세는 59만 3000원, 임대차기간 10년으로 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임대보증금은 표준임대보증금 1억 3719만 1000원보다 증액하는 대신 월 임대료를 표준임대료 90만 9000원에서 임대보증금의 차액에 당시의 정기예금 이율을 곱한 금액을 공제한 59만 3000원으로 구성하여 임대보증금과 임대료의 상호전환을 한 임대 조건에 의한 것이었다. D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계약 조건에 임차인인 정씨가 승낙하여 계약이 체결된 것이고, 임대주택법령에 정한 방식에 따른 임차인의 동의를 받은 바는 없었다.

이후 정씨가 임대보증금 중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D사를 상대로 차액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D사도 표준임대보증금을 넘는 보증금이 무효라면 표준임대료보다 적은 월세도 올려야 한다며 정씨를 상대로 차액만큼을 내라고 맞소송을 냈고, 2011년 6월 "임대차계약은 일부 무효의 법리에 따라 처음부터 표준임대차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내용으로 하는 부분만이 법적으로 유효하게 잔존하므로, D사는 정씨에게 임대보증금 차액인 1억 974만 9000원을 반환하고, 전씨는 D사에게 임대료 차액인 월 31만 6000원을 매월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됐다.

D사는 정씨에게 임대보증금 차액 1억 900여만원을 변제공탁했으나, 정씨가 당초 계약상 임대료인 59만 3000원만을 지급하고 임대료 차액을 지급하지 않자, 2011년 12월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임대주택의 인도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공공건설임대주택의 임대차계약에서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기준으로 그 금액의 상호전환을 하여, 임대보증금은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하는 금액으로 하고 월임대료는 임대보증금 차액에 소정의 이율을 적용한 금액만큼 차감하여 표준임대료에 미달하는 금액으로 정하였으나 법정 방식에 의한 임차인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 그 임대차계약을 무효라고 한다면, 임차인은 그 임대주택에 더 이상 거주할 수 없게 되므로 임대주택의 공급을 통해 국민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하고, "결국 건설교통부 고시에 의하여 산출되는 임대보증금과 임대료의 상한액인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기준으로 계약상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산정하여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사이에 상호전환을 하였으나 절차상 위법이 있어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가 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이 임대보증금과 임대료의 상호전환을 하지 않은 원래의 임대 조건, 즉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에 의한 임대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것을 의욕하였으리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임대차계약은 민법 138조에 따라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임대 조건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으로서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같이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임대차계약이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 조건에 의한 임대차계약으로 전환되어 유효하게 존속하게 되는 이상, 임대사업자는 임차인에게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하여 지급받은 임대보증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고, 임차인은 임대사업자에게 그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료로 표준임대료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는 임대차계약에서 표준임대보증금과 표준임대료를 상호전환한 금액으로 임대보증금과 임대료를 정하였으나, 법령에 따른 임차인의 동의를 받지 않아 효력규정인 임대주택법령을 위반하였으므로, 임대차계약은 무효가 된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당초의 임대차계약이 무효행위의 전환에 의하여 효력을 유지하게 된 계약 내용에 따라 월 임대료로 표준임대료 금액인 월 90만 9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중 매월 31만 6000원을 납부하지 않은 것은 월 임대료를 연체한 경우에 해당하고, 연체가 판결이 확정된 후인 2011년 6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매월 말일 임대료를 미납한 것을 비롯하여 적어도 6회 이상 연속되었으며, 원고가 2011년 12월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당시 그 연체액의 합계가 3개월분의 임대료를 넘는 것은 계산상 명백하므로, 원고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표준임대차계약서 10조 1항 4호가 정한 바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신, 김소영, 권순일, 박상옥 대법관은 "임대보증금은 표준임대보증금을 초과하는 한도 내에서 무효이지만, 임대차계약상의 임대료 부분은 유효하게 존속한다"면서도 "임차인은 당초 계약에서 정한 임대료만 납부하면 된다"고 별개의견을 냈다.

1심은 "피고는 2011년 11월까지 3개월 이상 연속하여 3개월분 임대료를 초과하는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임대차계약은 같은해 12월 원고의 해지 통지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지되었다"며 D사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은 "표준임대료와 계약상 임대료의 차액은 임대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피고가 이를 납부하지 않았더라도 원고는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 D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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