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펌과 합병 추진하는 덴튼스

[Joseph Andrew 회장 단독 인터뷰]덴튼스식 합병 · 운영구조 상세히 설명 "내년 3월 시장개방 이후 첫 합병 희망"

2016-09-18     원미선
앞으로 두 달 후면 영국 로펌 등 유럽 로펌들은 한국 로펌과의 합작법무법인(JV) 설립이 가능해진다. 또 내년 3월부터는 미국 로펌들도 한국 로펌과의 합작법인 설립이 허용된다. 과연 누가 또 얼마나 많은 영미 로펌이 JV 설립에 나설까. 그리고 영미 로펌과 손을 잡는 한국 로펌은 어디일까. 서울에 나와 있는 대다수의 영미 로펌 관계자들은 개정 외국법자문사법의 관련 조항이 너무 까다롭다며 JV 추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로펌인 덴튼스(Dentons)가 내년 3월 3단계 시장개방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한국 로펌과 합병하는 글로벌 로펌이 되겠다며 합병 의사를 공식 표명, 덴튼스식 합병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3단계 시장개방…JV 가능

덴튼스의 합병 계획은 리걸타임즈가 최근 방한한 조셉 앤드류(Joseph Andrew) 덴튼스 글로벌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 확인한 것으로, 앤드류 회장은 이번 방한 기간 중에도 한국 로펌 관계자 여러 명을 만나 합병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후 미국으로 돌아갔다.

4월 18일 아침 서울 강남의 메리어트호텔에서 진행된 앤드류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상세히 싣는다. 그는 4월 12~13일 중국 난징에서 진행된 글로벌 이사회 참석 후 홍콩을 거쳐 17일 한국을 찾았다. 방한 목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 로펌과의 합병 추진 때문에 온 것"이라며, 왜 한국 로펌과 합병하려고 하는지, 합병 후의 업무방식과 기대효과에 대해 소상하게 이야기 했다.

"한국 경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세계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로펌 덴튼스에도 매우 중요해요. 한국은 또 경제가 강할 뿐만 아니라 로펌들이 훌륭해서 특별하게 생각합니다. 한국에는 글로벌 수준에서 보아도 매우 좋은 로펌들이 있고, 몇몇 로펌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Korea is also special not just because of the strength of the economy, but the strength of the law firms. There are very good law firms here in Korea that by any standards, by global standards, are some of the best in the world)."

그는 한국과 한국 로펌에 대한 고무적인 평가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국 로펌과 가장 먼저 합병하는 글로벌 로펌이 되겠다고 '세계 최초'를 거듭 강조했다.

앤드류는 지난해 중국 로펌 대성(大成), 국제중재 분야가 유명한 싱가포르 로펌 Rodyk & Davidson과 합친 것도 모두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이루어진 글로벌 로펌과의 첫 합병이라고 설명했다. 덴튼스와 대성의 합병 이전에 중국의 King & Wood와 호주의 Mallesons가 합쳐 King & Wood Mallesons가 되었지만 그것은 글로벌 로펌과의 합병이 아닌 중국 로펌과 호주 로펌의 합병이었다는 게 앤드류의 의견. 그만큼 현지 로펌과의 첫 합병을 통해 크로스 보더 업무 등 그 나라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지난해 7월 맥케나와 합병

앤드류는 3단계 시장개방의 시점을 미국 로펌 기준으로 내년 3월로 잡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7월 미국 로펌인 맥케나 롱앤앨드리지(McKenna Long & Aldridge)와 합병한 덴튼스는 맥케나 서울사무소를 덴튼스 서울사무소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런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덴튼스는 유럽이나 영국에도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2010년 영국의 Denton Wilde Sapte와 미국의 SNR이 합병해 탄생한 SNR Denton은 2013년 캐나다의 FMC, 프랑스의 Salans와 합쳐 덴튼스(Dentons)를 출범시켰다.

덴튼스와 한국 로펌이 합병한다면 3단계 시장개방에서 허용되는 JV를 만들겠다는 것일까? 중국 로펌 대성이나 싱가포르의 Rodyk & Davidson과의 합병은 JV가 아니라 합병에 참여하는 각 로펌의 독립성이 인정되는 일종의 스위스 verein 형태의 결합이어 물어보았다.

"합병 후 우리 지분은 0%"

앤드류는 이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인터뷰에 배석한 정성기 미국변호사가 나중에 "우리는 JV는 하지 않는다. 한국 로펌과의 합병은 대성이나 Rodyk & Davidson과의 합병에서처럼, 별도의 법인격을 만들지 않고 각자의 독립성이 존중되는 덴튼스식 합병이 될것"이라고 분명하게 확인했다. 정 변호사는 "JV는 각자 지분을 갖는 것 아니냐, 이것은 우리 방식과 맞지 않는다. 한국 로펌과의 합병 후 우리 지분은 0%다. 합병하면 우리는 한국 로펌이 되는 것"이라고 덴튼스식 합병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스위스 verein 형태의 합병이 3단계 시장개방 전 법적으로 허용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JV가 허용되는 내년 3월 이후 가장 먼저 한국 로펌과 덴튼스식으로 합병하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맥케나에서 활동하다가 덴튼스와 합치며 덴튼스의 일원이 된 정 변호사는 덴튼스의 IP&T(Technology) 그룹 공동의장(Co-Chair)이자 덴튼스의 글로벌 이사회 멤버인 유일한 한국계 변호사로, 덴튼스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변호사 중 가장 시니어이기도 하다.

다시 앤드류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

-합병할 한국 로펌은 정했나, 어떤 한국 로펌과 합병하길 원하나.

"우리와 합칠 한국의 가장 좋은 로펌을 찾고 있다. 합병을 추진하는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어떤 로펌도 배제하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는 소송 전문 로펌과 합칠 수도 있고, 기업거래 전문 로펌과도 합칠 수 있다. 또 한국에 새로운 로펌을 하나 만들어 합칠 수도 있다.

7,300명 넘는 변호사 포진

그러나 어느 경우든 그 로펌이 종합적인 실무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할 것이다. 우리가 합병한 대다수의 지역에서, 우리는 광범위한 기반의 종합적인 업무체계를 갖춘 엘리트 로펌과 합쳤다. 반면 몇몇 지역에선 특별한 전문성을 갖춘 로펌과 합친 후 그 로펌이 종합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로펌이 되도록 도왔다. 덴튼스엔 전 세계에 7,300명이 넘는 변호사가 포진하고 있다. 이들 변호사들로부터 개발되는 업무가 매우 많기 때문에 덴튼스와 합치는 로펌은 보다 종합적인 업무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We're simply looking for the best law firm that will combine with us. And from that, we support efforts to build a general practice. In the majority of places we've combined with, we've combined with broad based general practice, elite firms. In some places we've combined with specialty firms and helped them build general practice firms. There tends to be so much work that is generated by having over 7,300 lawyers or 13,500 people that you need to have a more generalized practice. At this point, we try not to exclude anyone from the field since it is obviously so early in the process. There are other jurisdictions where we have combined with more than one firm at a time to build the firm. So we could combine with a litigation firm and a corporate transaction firm and form a new firm here in Korea)."

아웃바운드 활발한 로펌 선호

앤드류 회장은 그러나 중국 대성과의 합병을 예로 들며, 한국 로펌과의 합병에서도 한국 기업의 활발한 해외진출과 관련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길 기대했다. 한국의 대기업 클라이언트를 많이 확보하고 있어 아웃바운드 분야가 활발한 로펌과 손을 잡고 싶다는 표현이다.

그는 "우리가 이미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곳 한국에서 단지 해외에서 유입되는 외국 업무만 할 수 있는 로펌을 찾을 유인은 없다(There's no motivation to find a law firm that can only do foreign work here in Korea because we already have that ability)"는 말도 했다.

앤드류에 따르면, 중국의 국유기업 117개 중 97개가 대성의 클라이언트로, 덴튼스는 대성과 손을 잡은 후 세계로 진출하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기업들을 많이 대리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한국의 대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많이 확보하고 있는 한국 로펌과 합쳐 이들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이나 해외 분쟁 등과 관련된 업무에서 시너지를 내고 싶다는 것.

그는 "한국 로펌과 합쳐 삼성, LG, 현대 등 한국의 전자와 자동차, 건설회사 등이 해외에서 부닥치게 되는 분쟁, 거래와 관련된 업무를 한국 로펌과 함께 수행하면 좋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현재 덴튼스가 수행하고 있는 가장 큰 몇몇 사건이 모두 중국에서 온 사건들입니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가장 큰 소송 중 하나, 파리 사무소의 가장 큰 회사법 문제 중 하나, 아프리카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 중동에서 진행 중인 두 번째로 큰 사건이 모두 중국에서 나온 사건들이에요. 앞으로 이들 나라에서의 가장 큰 사건이 한국에서 유래되어 덴튼스의 변호사들이 활약하게 되길 바랍니다."

그러면 덴튼스와 합병하는 한국 로펌의 메리트는 무엇일까. 앤드류 회장은 "한국 로펌이 덴튼스와 같은 글로벌 로펌과 합쳐 전 세계에 변호사를 확보하게 되면 한국 기업의 해외업무 등을 도와줄 수 있고, 한국 로펌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대답했다.

"지금 삼성, 현대, LG 등 한국 기업들이 전 세계로 진출하고 있지만 한국 로펌들은 그렇지 못해요. 하지만 합병을 통해 한국 로펌들이 그들의 클라이언트를 따라 파리, 러시아, 중동, 중국에 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기회죠. 그리고 덴튼스는 한국의 파트너들에게 경제적으로 유리한 합병 구조를 구축할 텐데 그것이 우리의 접근방식이 다른 글로벌 로펌의 합병과 다른 점이에요."

-어차피 파리, 러시아, 중동 등 해외에서 필요한 자문은 현지 변호사들, 덴튼스의 해당 지역 사무소에서 수행할 일 아닌가? 한국 로펌의 역할은 무엇인가?

"덴튼스의 독특한 업무구조를 봐야 한다. 덴튼스에선 비록 구체적인 솔루션은 다른 나라의 특정사무소, 특정팀에서 찾아 제공하더라도 사건을 의뢰받은 이른바 'relationship partner'가 끝까지 관여하고 관리하며 질 높은 자문이 이루어지도록 서비스를 담보한다. 대(對)고객 서비스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로부터 높은 만족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보다 강화된 verein(more unified verein)'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건을 의뢰받은 파트너가 그 일을 한국에서 수행하든 뉴욕으로 보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 파트너는 'relationship partner'로서 어디서든 똑같이 보상받게 된다."

'relationship partner'가 끝까지 관리

-덴튼스는 얘기한대로 일종의 스위스 verein 형태이다. 그리고 verein 방식으로 합친 글로벌 로펌도 여럿 있다. 덴튼스가 이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우리는 덴튼스와의 합병을 '제3의 길(The Third Way)'이라고 부른다. 독립된 개별 로펌으로 남거나 독자성(identity)을 잃어버리는 대형 로펌과의 합병과는 또 다른 방식이다."

앤드류 회장은 그러면서 덴튼스의 특징으로 인터뷰 내내 반복해서 강조한 'polycentric'과 'in and of the community'의 개념을 소개했다. 둘은 사실상 같은 의미로, 뉴욕이나 런던 등에 따로 본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덴튼스를 구성하는 141개 오피스가 모두 본사라고 할수 있고, 그 나라, 그 지역에 존재하는 그 지역 로펌으로서의 독자성과 경쟁력을 추구하며 덴튼스의 다른 사무소와 협력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aw firm in and of the community 추구"

"우리는 우리와 합친 로펌들에게 이름을 바꾸라고 하지 않아요. 그들 고유의 조직구조를 바꾸라고 하지 않아요. 그들이 변호사를 훈련시키는 방법, 그들의 리더를 그대로 유지하게 해요. 그게 다른 글로벌 로펌의 합병과 다른 점입니다. 이를 통해 덴튼스의 합병이 다른 로펌들의 합병과 달리 성공하고, 덴튼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봐요."

앤드류 회장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클라이언트가 로펌을 찾는 핵심은 그들이 자문하는 모든 면에서 그 지역에 있는 그 지역의 로펌(law firms that are in and of the community in every way they practice)이에요. 어디서든 전문가는 찾을 수 있어요, 어디서든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변호사도 찾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지역의 특별한 문화를 이해하는, 그래서 딜이 이루어지게 하고, 분쟁이 해결되게 할 수 있는 변호사는 어디서든 찾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덴튼스의 변호사들을 볼까요. 그들은 그곳에서 나서, 자라고, 그곳에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딜이 이루어지고 분쟁이 해결되게 하는 그 장소의 문화와 전통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변호사들은 진정 그 지역에 있는 그 지역의 변호사들(lawyers that truly are in and of the community)이고, 덴튼스는 글로벌 로펌이자 지역 로펌(local law firm)인 것입니다."

"덴튼스는 one law firm"

앤드류의 말을 종합하면, 모두 57개 나라에 사무소를 갖고 있는 덴튼스의 로펌들은 그 지역에서 고유의 독자성과 문화, 조직구조를 유지한 채 덴튼스의 일원으로 글로벌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앤드류가 덴튼스를 가리켜 글로벌 로펌이자 로컬 로펌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이런 의미인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서로 지분을 나눠 갖으며 새로운 법인격을 보유한 JV를 만드는 것은 덴튼스의 합병 구조에선 잘 어울리는 개념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덴튼스는 하나의 로펌(one law firm)이고, 다른 글로벌 로펌에서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예산을 편성해 사용하며, 글로벌 회장 외에 글로벌 마케팅 임원(CMO, global chief marketing officer). 글로벌 법무담당자(CLO, global chief legal officer) 등을 두고 있다.

앤드류가 글로벌 로펌이자 로컬 로펌인 덴튼스의 구조가 유리한 이유를 다시 한 번 부연해 설명했다.

"어느 나라에서든 CEO나 법무담당자(GC)들은 길을 가다가 자신들이 오랫동안 믿고 알고 지내온 변호사들을 만나 사건을 맡기고 이런 변호사들이 세계 어디서든 그들의 소송이나 거래에 관련된 자문을 맡아 처리해 주기를 희망해요.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그들은 해외로 나가서 한국인이 아닌 변호사를 선임해야 해요. 한국 로펌들이 해외에 진출해 있지 않으니까요. 그들이 무엇을 선호할까요? 우리는 한국 기업들이 한국 변호사들을 선임하고 한국 변호사들이 전 세계에서 그들의 문제를 처리해주기를 선호할 거라고 알고 있어요. 덴튼스와 합치면 그것이 가능하죠. 내가 이야기한 제3의 길이란 그런 의미예요, 독립된 로펌(an independent firm)이나 국제 로펌(an international firm)이 아니라 한국 로펌이면서 동시에 국제 로펌이 되자는 것이죠."

앤드류는 "우리는 하나의 로펌이지만 본사도 없고, 하나의 문화, 하나의 나라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여기에 한국 로펌을 추가하고 싶다"고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덴튼스 관계자에 따르면, 앤드류가 이번 방한 중에 만난 여러 명의 한국 로펌 관계자 중엔 이른바 한국의 '빅5'가 아닌, 순위가 이보다 뒤인 로펌 관계자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덴튼스가 폭넓게 한국 측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성기 변호사는 또 "한국 로펌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덴튼스가) 이런 로펌인 줄 몰랐다는 고무적인 반응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덴튼스의 생각대로 내년 3월 이후 세계 최대 로펌 덴튼스의 일원이 되는 한국 로펌이 탄생할 것인가? 또 그렇게 되면 다른 한국 로펌과 영미 로펌들은 가만히 있을 것인가. 3단계 시장개방을 앞두고 한국 로펌 업계에 또 한 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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