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된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

[김욱일 변호사]

2016-09-10     원미선
이제 인터넷 검색사이트를 통해 유명인들의 프로필을 찾는 것 정도는 일상이 되었고, 일반인들의 개인정보도 조금만 노력하면 어렵지 않게 상당히 찾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점차 개인이 스스로의 정보에 대해 어느 정도의 통제권을 가질 수 있는지를 관심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법원이 한 공립대 교수가, 자신의 공개된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영리목적으로 활용하였다는 이유로 법률정보 제공 사이트인 로앤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4다235080 판결). 이하에서는 대법원이 어떤 근거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이 판결이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한다.

로앤비 상대 손배 청구 기각

로앤비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종합 법률정보 사이트로, 유료회원들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수집하여 구축한 인명 데이터베이스 등을 기반으로 법조인들의 프로필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편 원고는 공립대 법과대학 교수로서 사진, 성명, 출생연도 등 스스로의 개인정보가 로앤비에 의해 위와 같이 영리목적으로 제3자에게 제공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등을 이유로 로앤비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그런데 로앤비에 의해 공개된 원고의 개인정보는 출생연도를 제외하고 모두 이 대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정보였고, 출생연도는 사립대학 교원명부와 대학 교수요람에 게재되어 있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단순히 영리목적으로 공개된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고, 로앤비는 원고의 동의 없이 그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였으므로 이는 원고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금액 중 일부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항소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즉 대법원은 로앤비의 법조인 프로필 정보 제공 서비스가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구체적인 판단 내용은 다음과 같다. 두 가지 쟁점이 중요하다.

이익 비교해 침해 불인정

(1)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 여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는 (i)개인정보에 관한 인격권 보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과 (ii)그 정보처리 행위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구체적으로 비교 형량하여 어느 쪽 이익이 더 우월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따라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공립대학 교수로서 공적인 존재로서의 지위를 가지며, 이미 문제된 개인정보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되어 있는 점, 이 사건으로 인하여 로앤비가 얻은 이익과 침해될 수 있는 원고의 이익 및 로앤비가 원고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한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은 원고의 인격권 보호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해 그 정보처리 행위로 인하여 얻게 되는 이익이 더 우월하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로 볼수 없다.

(2)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및 제17조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 및 이용하고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보주체의 동의 등 요건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칙은 그 정보가 공개된 정보인지 공개되지 않은 정보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보주체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이미 공개한 개인정보는 타인에 의한 수집이나 제3자에 대한 제공 등 처리에 대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동의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그 수집 및 이용에 대해 다시 추가적인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정보주체의 공개의사에 부합하지 아니하고 당사자들로 하여금 무의미한 비용만을 부담시키는 결과가 된다.

이 사건에서 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이미 공개된 원고의 개인정보의 성격, 형태 및 그 범위, 이에서 추단되는 원고의 의도 내지 목적, 나아가 로앤비가 공개된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함에 있어 아무런 변형을 가하지 아니한 점, 로앤비의 정보제공 목적이 원고의 개인정보 공개 목적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로앤비가 원고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이 사건에서 문제된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원고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라고 보아야하므로, 로앤비가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나 제17조를 위반했다고 볼수 없다.

동의 있었던 것으로 판단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보주체에 의해 공개된 정보에 대해서는 그 이용에 대한 정보주체의 일정 범위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함으로써, 향후 사업자들이 공개된 개인정보를 사용하는데 있어 그 허용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판결이 향후 공개된 개인정보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아래와 같은 논점들에 대한 고민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1)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와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이 동의의 범위 내인지 여부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대법원은 이를 별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판단하였으나, 논리적으로 양자는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정보주체의 동의에 따른 개인정보의 이용이 해당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 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이와 같이 양자를 별도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경우, 사업자로서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를 이용하면서도 여전히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정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2)공개된 개인정보의 경우, 그 공개의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동의의 범위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이는 그때그때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나 구체적인 사례마다 이를 판단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고, 사실관계가 조금이라도 변경되면 결론이 변경될 소지도 다분하다.

예컨대 이 사건에서 만약 원고가 공립교수가 아닌 사립교수였다면 만약 원고가 교수가 아닌 직원이었고, 홈페이지에 직원의 개인정보까지 게재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원고가 몰랐다면? 교원명부나 교수요람에 자신의 출생연도가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원고가 몰랐다면? 최소한의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지 않는 이상 사업자들에게 공개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서비스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유사 분쟁 발생 여지 많아

이번 판결의 취지가 향후 다른 분야들에까지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은 상당하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정보들을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자료로서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인지, 인터넷에 올라온 연예인들의 사진은 초상권 이용에 대한 별도의 동의 없이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사한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앞으로 인터넷에서의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제시해주는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욱일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wookil.kim@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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