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가 IP 보호에 미치는 영향

[박기범 변호사]

2016-08-09     김진원
지난 6월 23일 영국은 국민투표로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하였다. 최종적으로 EU 탈퇴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영국과 EU 회원국들의 탈퇴 협상을 거쳐 탈퇴 협약이 체결되는 시점이므로, 향후 2년 이상의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그 기간 동안에는 현재와 동일한 법적 상태가 유지되므로, 당장 급격한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EU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EU 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해 온 영국의 EU 탈퇴는 기존의 법적 질서와 시장상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지식재산권 보호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럽의 특허제도는, EU와는 별도로 1973년 체결된 유럽 특허협약(European Patent Convention)에 근거하고 있고, 이에 따라 설립된 유럽 특허청(European Patent Office)에서 출원 및 심사를 통합하여 담당하고, 이후 권리의 등록과 관리는 지정된 각국에서 별도로 진행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유럽 특허협약 회원국의 자격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유럽 특허청을 통해 출원된 기존 특허의 효력 및 권리 행사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허제도 영향 크지 않아

하지만 2017년경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단일특허(Unitary Patent) 제도 도입 및 통합특허법원(Unified Patent Court)의 설립은 브렉시트로 인해 상당기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출원인의 비용 및 부담 완화를 위해 한 번의 출원과 등록으로 EU 모든 회원국에 적용되는 단일특허제도를 만들고, 통합특허법원을 통해 이를 집행 가능하도록 하는 통합 특허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련 조약에서 필수 비준국으로 독일, 프랑스와 함께 영국을 규정하고 있고, 통합특허법원의 중앙지부(Central Division)도 파리, 뮌헨과 함께 런던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영국과의 탈퇴 협상 이후 필수 비준국 변경 및 통합특허법원 중앙지부의 소재지 이전 결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UPC 중앙지부 이전 불가피

또 통합특허시스템이 구현되더라도, 단일 특허의 권리가 영국으로 확장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그 제도의 의미는 크게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럽의 상표 및 디자인은 유럽 지식재산권청(European Union Intellectual Property Office)에 한번 출원함으로써 EU 모든 회원국에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유럽 통합상표(European Union Trademarks) 제도 및 유럽공동체 디자인(European Community Designs) 제도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은 EU 이사회 규칙(Council Regulation)에 근거하여 마련된 제도들이므로, 브렉시트 절차가 완료된 이후에는 더 이상 영국에서 적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영국과 EU가 탈퇴 협상 과정에서 유럽 통합상표 및 유럽공동체 디자인을 영국 국내 상표 및 디자인으로 전환하여 보호하는 방안 등을 강구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권리자가 영국 국내 절차를 통해 별도로 등록하지 않는다면 향후 영국 지역에서는 권리를 상실하게 될 위험도 있다. 출원일 및 우선권 주장일 등의 상호 인정 문제와 같은 구체적 쟁점들에 대해 어떻게 결정될지 예상하기 어려우므로,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 상표 및 디자인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EU 등록과 병행하여 영국 국내 등록도 별도로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국내 등록 병행 필요

브렉시트로 인해 기존에 체결한 계약에 어떠한 영향이 발생하게 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잠재적 분쟁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외국 당사자와 체결한 계약 조항 중 영국의 EU 내 법적 지위, FTA 적용 여부, 조세, 금융, 제조, 환경, 무역 등에 대한 규제 체계 및 환경 변경 등의 사유로 영향을 받는 조항이 있는지를 다시 한 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채무불이행(event of default) 사유 혹은 중대한 부정적 영향(material adverse change)의 정의에 위와 같은 사정변경이 포섭될 여지가 있는지를 검토하고, 향후 계약관계를 체결함에 있어서 브렉시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영향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 당사자간에 명확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기존 계약에서 준거법을 'EU 법'으로 규정하고 있거나, 지역적 범위를 'EU 지역'과 같은 방식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브렉시트로 인한 영향을 분석하여 재협상을 통한 계약 수정의 필요성을 판단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계약 수정 필요성 따져봐야

그 외에도 브렉시트로 인한 지식재산권 법제에 대한 영향이 아직 구체적으로 가시화된 것은 아니지만, EU 법에 준거하여 시행되던 지식재산권 관련 기타 법과 제도들(예를 들어 최근 EU 차원으로 통합된 영업비밀 관련 법률 및 데이터 보호 관련 법률 등)의 변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약품에 관한 판매 허가(Market Authorization) 제도 및 보호기간 연장에 관한 추가보호 증명(Supplementary Protection Certificates) 제도 등은 EU 차원에서 통제되므로 영국에서의 효력 상실 가능성에 대비하여야 하고, 제약 및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더욱 유의하여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기범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kibeom.park@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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