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의 환불과 임시중지명령제

[노태영 변호사]

2016-07-11     원미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지난 3월 29일 개정되어 오는 9월 3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이하 개정 전자상거래법). 이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정 전자상거래법이 위임하고 있는 사항들을 구체화하는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이하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여 6월 현재 입법예고 중에 있다.

9월 말부터 시행 예정

개정 전자상거래법은 (i)통신판매업자가 사전에 소비자에게 시험 사용 상품을 제공한 경우 제공이 개시된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청약철회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ii)기만적 방법 등을 통하여 소비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야기하여 추가적인 손해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공정위가 임시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였다. 모두 전자상거래 분야의 규제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내용이어서 관심이 요구된다.

전자상거래법이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업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의무는 소비자에 대한 청약철회(환불)권의 보장이다.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의 변심에 의한 환불은 구매일로부터 7일, 물품 등에 하자가 있는 경우 구매일로부터 3개월, 그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30일의 청약철회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전자상거래법 제17조). 이러한 의무의 위반은 설령 소비자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무효일 뿐만 아니라(전자상거래법 제35조),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행위로 과태료 등의 대상이 되는 전자상거래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전자상거래법 제21조).

그런데 전자상거래법은 전반적으로 유형재화의 판매를 전제로 하고 있어 디지털콘텐츠 등의 무형재화에 대하여 그 청약철회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문제제기가 꾸준히 있어 왔다. 즉각적인 소비가 가능한 무형재화에 대해서는 보다 폭넓은 청약철회 제한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청약철회 제한 조항 마련

이에 개정 전자상거래법은 (1)청약철회 제한 사전 고지 및 (2)'시험 사용 상품'의 제공 등을 통하여 디지털콘텐츠의 청약철회 제한을 허용하고 있다(법 제17조). '시험 사용 상품'의 의미가 문제되는데, 시행령 개정안은 '시험 사용 상품'을 (1)일부 이용 허용(일부 미리보기/듣기 등, 예컨대 음악 1분 미리듣기), (2)한시적 이용 허용(일정 사용기간 등 설정, 예컨대 1일간 음악 무제한 듣기), (3)체험용 디지털콘텐츠 제공(일부 제한된 기능만을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콘텐츠 제공(예컨대 뷰어 프로그램) 및 (4)이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수준의 조치로 규정하였다(시행령 개정안 제21조의2).

이러한 시범 사용 조치는 이미 상당수의 디지털콘텐츠 사업자들이 그 소비자의 환불제한을 위하여 도입한 것들로 보인다. 하지만 개정 전자상거래법은 이러한 청약철회의 명확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 의미

전자상거래법은 전자상거래사업자들에게 금지된 위법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금지행위"라는 표제하에 열거하면서 위반 시 시정조치, 과태료 등의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가장 핵심적인 금지행위는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소비자와 거래하거나 청약철회 등 또는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행위'이다. 상당히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 있고, 실제로 전자상거래 위반행위의 상당수가 이 조항 위반이다.

그런데 사업자가 이러한 금지행위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공정위가 이를 조사하여 시정명령 등의 행태적 조치를 부과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전자상거래는 시간과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피해가 단기간에 급속도로 확대될 수 있다. 이에 보다 신속하게 소비자의 피해를 방지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어 왔다.

이에 개정 전자상거래법은 (1)해당 사이트를 통하여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청약철회 등을 방해하는 행위(법 제21조 제1항 제1호)가 이루어진 것이 명백하고, (2)소비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고, (3)다수의 소비자에게 손해가 확산될 우려가 있어 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에 공정위가 직권으로 임시로 해당 사이트의 전부 혹은 일부를 차단할 수 있는 임시중지명령제를 도입하였다(법 제32조의2).

호스팅서비스 등 중단요청 가능

시행령 개정안은, 공정위가 정식 시정조치가 있기 전까지 전자상거래 또는 통신판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일시 중지할 것을 명할 수 있고, (2)호스팅서비스 제공자 등에게 호스팅서비스 등의 중단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3)한국소비자원, 전자거래분쟁 조정위원회 등은 요청 사유 등을 기재하여 서면으로 공정위에 임시중지명령을 요청할 수 있다. (4)임시중지명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는 자는 이의제기 내용 및 사유 등을 기재하여 서면으로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시행령 개정안 제34조의2).

서비스의 중지는 전자상거래법이 상정하는 가장 무거운 제재조치라고 볼 수 있고,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영업정지처분 부과사례도 많지 않다. 공정위가 강력한 제재도구인 이 임시중지명령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주목된다.

통신판매중개업자 책임 강화

그 동안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소비자에 대한 일정한 고지 및 통신판매업자와의 약정체결 등을 통하여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에서 면책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통신판매중개업자 중 청약접수나 대금수령 등 중요한 일부업무를 수행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들의 경우에는 해당 업무에 대하여 소비자에 직접적인 의무와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였다(법 제20조의3). 또한 포털사업자 등 전자게시판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하는 카페 및 블로그 등의 전자게시판을 통한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전자게시판서비스 제공자의 의무를 강화하였다(제9조의2).

공정위는 6월 30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이해관계자, 관계 부처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개정을 완료하고 시행령의 경우 개정법 시행일인 9월 30일부터 시행규칙의 경우 공포 후 즉시 시행할 예정이다. 전자상거래 분야의 사회적 관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노태영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taeyoung.roh@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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