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종류와 체계

[이종혁 변호사]

2016-07-11     원미선
최근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글을 보았다. "태어나니 주민세, 살았을 때 줬더니 증여세, 죽었더니 상속세, 피땀 흘려 노동했더니 갑근세, 힘들어서 한 대 물었더니 담배세, 퇴근하고 한잔했더니 주류세…" 이런 식으로 여러 종류의 '세'를 들고 있었다. 댓글을 보니, "세금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느냐"부터 "우리가 평소에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고 있었다니!"까지 그 반응도 다양했다.

위 글은 '세금의 바다'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 다만 전문가의 관점에서 볼 때 세금을 제대로 설명한 것은 아니다. 때마침 한 독자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 우리가 평소에 겪게 되는 세금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니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가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세금을 설명하기로 한다.

필자가 여러 번 강조하였던 세금의 기본원리는 '조세법률주의'이다. 국가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두려면 법률에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는 곧 국민이 세법을 찾아보면 어떠한 경우에 세금을 내야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법률에 근거 있어야 과세

그런데 현실이 그러한가? 세금에 관한 법이 너무 많아서 어디부터 찾아보아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 쉽게 말해 세금의 번지수를 알아야 세법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의 세금은 크게 둘로 나뉜다. 국가가 걷는 국세, 지방자치단체가 걷는 지방세가 있다. 그리고 국세는 다시 둘로 나뉜다, 국세청이 걷는 내국세, 관세청이 걷는 관세가 있다. 정리하면, 우리나라의 과세관청은 국세청, 관세청, 지방자치단체인데, 그 세금은 순서대로 내국세, 관세, 지방세로 분류된다. 우선 내국세를 본다. 내국세는 '법인세법', '부가가치세법'처럼 개별 세금의 이름을 딴 각각의 법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각종 내국세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일반규정들을 따로 '국세기본법'에 모아놓고, 처벌규정은 '조세범처벌법'에서 따로 정하고 있다. 지방세의 경우는 모든 지방세를 '지방세법'에서 몰아서 정해 놓았다. 그러면서도 각종 지방세에 대한 일반규정과 처벌규정은 '지방세기본법'에서 따로 정하고 있다. 관세의 경우는 모든 규율을 '관세법'이라는 하나의 법에서 종합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면, 세금마다 어느 법을 찾아야 하는지 그 번지수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인세 대상은 모든 소득

내국세를 구분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직접 내는 '직접세'와 간접적으로 부담하는 '간접세'로 나누는 것이다. 우선 직접세는 대개 경제주체가 얻은 소득에 대해서 내는 세금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개인이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소득세, 법인이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낸다. 법인세의 대상은 벌어들인 모든 소득이지만, 소득세의 대상은 법에서 미리 정해놓은 유형의 소득에 한정된다. 국가가 개인의 모든 소득을 파악하겠다는 이유로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를 못하도록 하려는 고려가 깔려 있다. 그래서 소득세는 일단 사업소득, 근로소득, 이자소득 등 개별 유형으로 분류한 다음 이를 묶어서 종합소득세라고 부른다.

법인은 증여세 안 내

한편 개인의 경우는 상속으로 재산을 취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상속에 대해서는 상속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상속세 제도가 유지되려면 재산을 생전에 증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상속세와 같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전에 재산을 증여해 버리는 방법으로 상속세를 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속세와 증여세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라는 하나의 법으로 묶어서 유사한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법인이 증여를 받은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는다. 왜 그러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 경우 법인은 법인세를 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세금을 간접적으로 부담하는 경우를 살펴본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샀다고 생각해 보자. 영수증을 보면 소비자인 내가 부가가치세를 지불한 사실을 알게 된다. 부가가치세는 사업자가 국세청에 신고하는 세금이지만, 그 돈은 실제로 소비자가 부담한다. 국가가 국민 개개인을 쫓아가서 일일이 세금을 물릴 수 없으니, 사업자가 대신 세금을 받아서 내도록 한 것이다.

부가가치세처럼 우리의 소비에 대해서 붙는 세금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술에 붙는 주세, 유류에 붙는 교통세, 사치품에 붙는 개별소비세 등이 있다. 이러한 모든 세금은 실제로는 사업자가 아닌 소비자들이 부담한다. 개별소비세가 인하되면 차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 하루의 일상을 돌이켜 보라. 우리가 얼마나 많은 세금을 매일매일 내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관세도 본질적으로 앞서 설명한 간접세와 다르지 않다. 다만 수입물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독자적인 취급을 할 뿐이다. 수입물품에 붙는 세금은 관세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물품에 따라서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교통세, 주세 등이 부과될 수 있다. 이들은 내국세로 분류되지만, 세관장이 부과하고 관세법도 적용된다. 이들 물품이 국내에서 소비되지 않고 해외로 수출될 경우에는 수입 당시 부과된 세금을 환급해 준다는 점도 챙기면 유용하다.

지방세는 그 종류가 10여개에 달할 정도로 다양한데, 모두 '지방세법'에서 차례로 정하고 있다. 재산을 취급할 때 붙는 취득세와 재산을 보유할 때 붙는 재산세, 자동차세가 대표적인 지방세이다. 그밖에 소득세와 법인세에 따라 붙는 지방소득세와 담배에 붙는 담배소비세, 주민세 등도 자주 접하는 지방세이다.

종부세는 국세

종합부동산세도 재산을 보유할때 붙는 세금인데, 보통의 재산세와는 달리 국세로 분류된다. 특정 지역에 있는 부동산이 아니라 전국의 모든 부동산을 합해서 세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세금을 간단하게 소개해 보았다. 우리 주위에 이렇게 다양한 세금이 있다니 다시금 놀랄 일이다. 그래도 체계에 따라 분류하다 보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고 느끼시길 바란다. 어느 세금이 더 궁금하다면 이제 법 규정을 검색해 보자. 번지수를 알기에 하나씩 찾아가면 된다. 이 단계에만 이르렀다면 이미 전문가로 불릴 만하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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