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융기관에 의한 기업구조조정 M&A

[이태현 변호사]

2016-05-11     원미선
우리나라에서는 재무상태가 부실한 기업을 구조조정하는 제도적 절차를 금융기관이나 법원에 맡기고 있다. 금융기관에 의한 워크아웃과 법원에 의한 법정관리(회생절차)가 대표적인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선(先) 재무구조개선, 후(後) 제3자 매각방식에 따른다. 다만 법정관리절차는 법원 통제로 인한 자율성 저하와 저조한 채권 회수율 등의 이유로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가능하면 채권금융기관 주도에 의한 구조조정 방식을 선호한다. STX조선, 아시아나항공, 대한전선, 동부제철 등 최근까지 많은 회사들이 채권금융기관의 주도하에 매각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채권금융기관에 의한 기업구조조정은 크게 채권단 자율협약에 의한 방식과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의한 워크아웃방식으로 나뉘며, 각각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채권단 자율협약이 워크아웃에 비해 선호되는 가장 큰 장점은 대상회사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되면 기업의 신용도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 예로 2003년경 LG카드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였을 때 워크아웃절차를 선택하지 못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당시 LG카드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적용할 경우 신용도 급락에 따라 ABS 보유자가 중도상환을 요구할 수 있어 채권단 자율협약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카드, 채권단 자율협약 선택

계약 측면에서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구조조정 절차의 개시는 기한이익상실 사유로 규정된 경우가 많고, 금융계약의 교차부도 조항(Cross Default Clause)에 의해 연쇄적으로 기한이익상실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채권단 자율협약에 의할 경우 이러한 법률적 리스크를 어느 정도 회피할 수 있다. 판례 중에 채권단 자율협약에 따른 채권은행 공동관리절차의 개시는 워크아웃절차 개시와 달리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예도 발견된다. 구체적 상황에 따라 자율협약을 기한이익상실 사유로 명시한 경우에는 달리 판단될 가능성이 있지만, 채권단 자율협약절차가 기한이익상실과 관련해서 워크아웃절차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한이익상실 회피 유리

채권단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절차에서 대상기업의 재무구조조정을 위해 사용되는 대표적인 채무조정 조치는 대출만기연장, 추가 자금대출 등이 있지만 그 중 법리적으로 유의할 사항은 채권의 출자전환이다. 출자전환은 신주납입대금채무를 대출채권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상계에 의한 신주납입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상법 시행 전(2011년 4월 14일 법률 제10600호로 개정되기 전)에는 금융감독원장의 확인서를 제출함으로써 출자전환에 의한 신주발행등기가 이루어졌으나, 현재에는 이러한 절차 없이 등기가 허용된다.

그런데 금융기관이 타법인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각종 금융 관련 법률상 제한을 받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은행법 및 보험법상 타 법인 출자제한규정이나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상 출자제한 규정, 기타 금융지주회사법의 타회사 지배제한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으나 채권단 자율협약의 경우에는 이러한 예외적용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대상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 은행법, 금산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관련 법률의 출자지분한도 및 지배력 관련 제한 사항을 회피할 수 있도록 무의결권 우선주를 혼합 발행하는 등 적합한 구조 설계가 요구된다.

출자전환을 한 이후 공개매각절차를 통한 M&A를 진행하게 되는데 금융기관은 이러한 출자전환 주식매각을 통해 실질적인 채권만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출자전환 주식 매각만으로는 대상기업의 향후 재무구조 건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신주발행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 신주발행 시 유의할 점은 공정한 신주발행가를 정하는 것이다. 인수자는 최대한 저가로 인수하기를 원하겠지만 상장회사의 경우 시가가 정해져 있으므로 신주발행 시 어느 정도의 할인율 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서는 법원의 인가 없이 액면미달 가액의 발행을 허용하고 있지만 채권단 자율협약의 경우에는 그러한 예외가 허용되지 않는다.

저가발행 시 배임 소지

다만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서는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경영정상화를 추진 중인 기업이 경영정상화계획에서 정한 자에게 제3자 배정증자를 하는 경우 할인율의 제한(10%)을 적용하지 않고 있어 발행가 할인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있다. 할인율 제한은 없지만 저가 신주발행 시 이사들의 배임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이태현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thlee@jipy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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