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결손법인에 대한 대여금 이자 면제…증여세 부과 부당"

[서울행법] "주당 가액 0원…주식 가액 증가 없어"

2016-05-10     김덕성
자녀들과 함께 발행주식의 93%를 소유하고 있는 결손법인의 대주주가 이 법인에 대여한 대여금 이자 20억여원을 면제해 준 경우 증여세를 내야 할까. 법원은 회사 주식의 1주당 가액이 채무면제 전후 모두 0원이어 1주당 주식 가액이 증가된 바 없으므로, 자녀들이 채무면제로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윤경아 부장판사)는 4월 7일 구 모씨와 두 자녀가 "2010 · 2011년 귀속 증여세 총 3억 4000여만원의 부과처분과 구씨에 대하여 한 증여세 연대납부의무자 지정 및 납부통지를 모두 취소하라"며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5구합74586)에서 "증여세 부과처분과 연대납부의무자 지정 및 납부통지를 모두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지평이 원고들을 대리했다.

2004년 설립된 전자 · 전기설비업체인 I사의 대표인 구씨는 I사 주식의 40%를 소유하고 있었고, 구씨의 두 자녀가 각각 43.33%, 10%를 갖고 있었다. 구씨는 I사의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계속 대여하여 자금을 조달했으나, I사의 자금사정이 개선되지 않자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I사에 대하여 2010년 대여금 이자 1,016,056,238원, 2011년 대여금 이자 1,002,307,762원을 각 면제하여 주었다.

영등포세무서는 채무면제로 인하여 구씨와 특수관계에 있는 두 자녀가 이익을 받았다고 보고,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11. 12. 31. 법률 제111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41조 1항, 같은 법 시행령(2012. 2. 2. 대통령령 제235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31조를 적용하여 채무면제액의 두 자녀의 각 지분비율에 상응하는 금액을 각 증여재산가액으로 보아 두 자녀에게 2010 · 2011년 귀속 증여세 총 3억 4000여만원을 부과하고, 구씨에게 구 상증세법 4조에 따라 연대납부의무자 지정 및 증여세 부과세액의 납부통지를 했다. 이에 구씨와 자녀들이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I사의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1주당 순자산가치는 -3만 90391∼-2685원이고, 1주당 주식의 가액은 0원이다.

재판부는 먼저 "증여세는 재산의 무상이전 또는 타인의 재산가치 증가라는 요건을 갖추어야만 부과될 수 있는 것임을 알 수 있고, 부의 무상이전을 과세원인으로 하는 증여세의 본질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법률조항을 해석 · 적용함에 있어 결손금이 있거나 휴업 또는 폐업 중인 법인(이하 특정법인)의 주주 등이 '실질적인 이익을 얻은 경우'에만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전제하고,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정상적인 거래를 통하여 주주가 얻게 되는 실질적인 이익에 대하여 과세하려는 것으로 실제 주주가 얻은 이익이 없다면 과세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고, 수범자는 하위법령이 이와 같은 범위 내에서 '이익'의 종류와 범위를 규정하게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법인의 자산증가를 통하여 그 법인의 주주가 실제로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로 ▲배당을 받는 경우 ▲청산시 잔여재산을 분배받는 경우 ▲소유한 주식의 가치가 상승한 경우 등인데, 특정법인의 경우 배당을 받는다는 것은 그 개념상 성립되기 어려우므로, 청산시 잔여재산을 분배받는 경우나 소유한 주식의 가치가 상승한 경우를 상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시행령 조항의 무효 여부와 관련,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특정법인이 얻은 이익을 바로 '주주 등이 얻은 이익'으로 보아 증여재산가액을 계산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에 의하면, 주주 등이 실제로 이익을 얻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특정법인에 재산의 무상제공 등이 있으면 그 자체로 주주 등이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되어 증여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또한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거래 전후 1주당 순자산가치가 모두 부수(-)로 산정되어 소유한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되고, 그 증여가액 또는 채무면제액 등 거래로 인한 가액을 주식수로 나누어 이를 증여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증여재산가액으로 보게 된다"며 "시행령 조항은 모법인 법률조항의 내재적 위임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시행령 조항은 주주 등이 실질적인 이익을 얻지 못한 경우에도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당하고, 법인이 얻은 이익을 주주 각자의 지분비율만큼 주주가 받은 이익으로 의제하는 것은 법인과 주주가 준별되는 우리 법체계와 모순될 뿐 아니라 법인이 얻은 이익과 주주의 지분가치 상승분을 동일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결국 시행령 조항은 모법에서 위임한 범위를 넘어서서 증여세 과세요건을 창설하였으므로 조세법률주의를 규정한 헌법 38조, 59조 및 위임입법의 한계를 정한 헌법 75조에도 위반되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또한 시행령 조항에 의하면, 주주 등이 실질적인 이익을 얻지 못하였음을 증명한 경우에도 이익이 의제되어 증여세 과세가 가능하므로, 이는 헌법 2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헌법 23조 및 37조 2항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대해, "처분은 효력이 없는 시행령 조항에 근거하여 채무면제액 중 두 자녀의 각 지분비율에 상응하는 금액을 곧바로 증여재산가액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였으므로 위법하고, 구씨에 대한 연대납부의무자지정 및 납부통지 역시 이에 근거하였으므로 위법하다"며 "비상장주식의 평가방법에 관하여 규정한 구 상증세법 시행령 54조 1항 이하의 규정에 따라 산출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I사 주식의 1주당 가액은 채무면제 전후 모두 0원이어서 1주당 주식 가액이 증가된 바 없으므로, 두 자녀가 채무면제로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이들에 대하여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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