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콘텐츠 규제 개선
[김영준 변호사]
2016-05-02 원미선
이로 인하여 증가한 소비자 후생은 어떠한가. 필자의 개인적 경험으로도 밴드 너바나의 음반을 테이프로 귀하게 아껴 듣던 90년대나 미국 드라마 프렌즈의 전편 CD를 친구끼리 돌려보던 2000년대만 하더라도, 현재와 같이 전 세계 나라의 콘텐츠를 방영되는 즉시 장소에 구애없이 언제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및 스마트기기를 이용하여 접할 수 있으리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아날로그적 규제 여전히 적용
그런데 이러한 혁신적인 콘텐츠 유통 · 전송 기술 및 환경에 대비하여 이에 적용되는 국내 법령상 규제는 어떠한가? 조금 진부한 말이지만 안타깝게도 비디오테이프 · CD 매체에 맞추어 제정된 아날로그적 규제가 여전히 적용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법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콘텐츠 규제에 대하여는, 영화 및 비디오물에 대하여 적용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영비법') 및 음악 및 뮤직비디오에 대하여 적용되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음산법')이 기본적으로 존재하며, 더 나아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청소년 보호법,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수 있으며, 사업자의 약관에 대하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또한 소비자 보호 이슈에 관하여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및 콘텐츠 이용자 보호지침이 동시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적용된다.
"너무 복잡하고 이해 어렵다"
이쯤 되면 예상했겠지만, 필자가 글로벌 사업자들로부터 접한 주된 반응은 "너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용어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영어로 번역한다고 생각해보라!). 이는 관할 기관이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대체적으로 각 기관은 상호 관할 규정을 검토하며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고 이는 사업자에 대하여 때로는 큰 부담이 된다.
예를 들어, 영비법 및 음산법에서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기준이 되는 '청소년'을 18세 미만의 자(고등학생 포함)로 정의하고 있는 반면, 청소년 보호법은 만 19세 미만인 사람(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 제외)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양 법률이 달리 규율할 이유는 없는 반면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적 리스크가 발생하는 사업자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가급적 기준을 통일하고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확인하기 매우 어려운 기준인 고등학교 재학 여부 등을 제외하는 것이 규제 개선 방안이 될 것이다.
부처마다 상이한 기준
또한 앞서 언급한 소비자분쟁 해결기준 및 콘텐츠 이용자 보호지침은 대체적으로는 규정이 일치하나 조금씩 상이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역시 부처간 긴밀한 협의로 규제를 통일하는 것이 사업자에 대하여 명확한 지침을 주는 방안일 것으로 생각된다.
한 가지 더 제안하고 싶은 것은 전통적인 매체물에 대하여 적용되었던 규제들 중 인터넷 콘텐츠에 적용하기 조금은 부적합한 규정들을 완화 · 면제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등급분류제도인데, 현재 법령상으로는 비디오물에 대하여는 반드시 영상물등급 위원회를 통하여 사전에 등급분류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다만 무료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제공되는 영상물에 대하여만 등급분류의무를 면제시키고 있고, 뮤직비디오는 예외없이 등급분류의무를 규정하는 반면, 음악에 대하여는 등급분류제도가 없다.
일단 비디오물과 뮤직비디오를 굳이 구분하여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무료 뮤직비디오에 대하여만 등급분류의무를 적용하는 취지를 잘 이해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과거와 같이 소위 비디오방 또는 비디오 대여소를 운영하는 경우 방문한 학생이 12세인지, 15세인지 등을 엄격히 검사하는 것이 의미가 있었을 수는 있으나, 인터넷 사업자가 청소년 유해매체물이 아닌 일반 영상물에 대하여도 일일이 이용자가 몇 살인지 나이를 확인하도록 할 필요성이 있을지 매우 의문이다.
일반 비디오물과 뮤직비디오 구분
가장 적극적으로는 온라인 영상물에 대하여는 청소년 유해매체물 제도만 남겨두고 등급분류의무를 면제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고, 다른 방안으로는 온라인 영상물에 대하여 자율심의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최근 한국에 진출한 세계적인 OTT(Over the Top) 서비스 제공자 넷플릭스(Netflix)의 국내 이용자들이 다른 나라에 공개된 동일한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하지 못하는 것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인력 한계로 심사 절차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사례는 소비자 이익 보호의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스마트폰의 도입과 함께 게임 분야에서는 자율심의제도가 확립된지 수 년이 된 반면, 영상물 콘텐츠에 관하여는 2013년 말경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뮤직비디오에 대한 자율심의제도를 도입하기로 논의하다가 실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현 시점에서 이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내 사업자 역차별 우려
우리나라가 높은 역량을 갖춘 인터넷 기술과 문화콘텐츠를 결합하는 인터넷 콘텐츠 제작 및 유통분야는 적절하고 명확한 규제를 통하여 현재보다도 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약간은 과도하고 과거 매체물 형태에 더 적합한 제한과 규율들은 소비자 후생의 손해로 즉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국내 집행기관의 관할권의 한계 문제 등으로 인하여 국내 사업자만 역차별하는 문제로 이어질수 있다. 다만 콘텐츠 규제를 통한 청소년 보호와 불법 콘텐츠 관리 등의 법익 역시 중요하기에 다양한 관할 부처간 논의와 사업자 의견 수렴을 통하여 좋은 개선방향이 도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영준 변호사(김앤장법률사무소, youngjoon.kim@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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