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상속공제
[이종혁 변호사]
2016-04-20 원미선
1000년 이상 된 기업만 19개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업승계가 가장 활발한 나라이다. 놀랍게도 일본에는 1000년 이상 된 기업만 19개에 이른다고 한다. 100년 이상의 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은 우리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부모공경의 문화가 유독 강한 우리나라에서 가업승계의 문화가 낯선 것은 의아하기까지 하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경영자인 오너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의 경영철학을 이어받을 수 있는 가족으로 하여금 안정적으로 기업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경우가 많다.
이렇게 가업승계가 이루어져야 기업이 한 세대를 넘어 장기간 유지될 확률도 높아진다. 이러한 문화는 일자리 창출이나 유지 그리고 기술 전수 등에 도움이 되어 국민경제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게 된다.
97년 가업상속공제 제도 도입
이러한 고려에서 우리 정부는 1997년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도입했다. 가업승계의 문화를 장려하기 위한다는 취지에서 상속인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가업을 승계하는 경우에 상속세의 부담을 대폭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해당 가업, 피상속인 및 상속인에 대한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하여야 한다. 요건을 정하고 있는 규정이 상당히 복잡한데, 그나마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첫째 해당 가업은 법에서 정한 중소기업이거나,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이 3000억원 미만이면서 규모의 확대 등으로 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않게 된 경우이어야 한다.
10년 이상 계속 경영했어야
둘째 피상속인은 거주자이어야 하고, 10년 이상 계속하여 가업을 경영하였어야 한다. 피상속인은 특수관계인의 보유주식이나 출자지분까지 합하여 승계대상인 기업의 최대주주 또는 최대출자자로서 상장법인의 경우에는 30%, 그 밖의 경우에는 50% 이상의 주식 또는 출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어야 한다. 또한 가업의 영위기간 중 50% 이상, 10년 이상, 상속개시일로부터 소급하여 10년 중 5년 이상 중 적어도 하나의 기간 동안 대표자로 재직하였어야 한다.
셋째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사망일 당시 만 18세 이상이어야 하고, 피상속인의 사망 이전에 2년 이상 직접 가업에 종사하였어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상속인 1인이 전부 가업을 상속받아야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공동상속을 받는 경우에도 공제가 가능하다. 다만 공동상속인 모두가 공제를 받는 것은 아니고, 그 중 1인만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이러한 요건들을 충족하면 일단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로써 과세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직후 가업승계를 포기해 버린다면 가업승계의 장려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세법은 사후관리제도를 마련해 두었다.
사후관리제도 마련
즉 10년의 사후관리기간 동안 가업을 축소하거나 더 이상 종사하지 않게 되는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이자를 더하여 다시 상속세를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세법에서 정한 사후부과사유로는 가업용 자산의 20%(5년 이내에는 10%) 이상을 처분한 경우, 상속인이 대표자로 종사하지 않거나 주된 업종을 변경하는 등 가업에 종사하지 않게 된 경우, 주식이나 출자지분을 상속받은 상속인의 지분이 감소한 경우 등이 있다.
이러한 사유들에 대하여는 사후관리의 간섭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없지 않다. 이러한 비판이 일부 반영되어 올해부터는 주된 업종의 변경에 관하여 허용되는 범위가 다소 넓어지는 변화가 있었다. 다만 위에서 정한 사후부과사유에 해당하더라도 법령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가령 상속인이 사망하였거나 가업상속재산 또는 주식 등을 국가, 지방자치단체에 증여하여 위와 같은 사유가 생기는 경우에는 다시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최고 500억원까지 공제 가능
가업상속공제제도는 2008년 이래로 급격히 확대되어 왔다. 공제한도가 2007년까지는 1억원이었으나 2008년 30억원으로 확대되었고,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지금은 최고 500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대신 사업영위기간은 2007년까지는 5년이었으나, 2008년 15년으로 연장되었고, 2009년부터는 10년으로 하되 기간이 늘어날수록 공제한도가 늘어나도록 개정되었다.
공제한도가 커진 만큼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가업승계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필자가 상담을 하다 보면, 미리 준비하였으면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었는데도, 일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막대한 상속세를 부과 받는 사례를 접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부과된 상속세를 납부할 자금이 부족하여 상속받은 주식을 물납하거나 처분하는 바람에 상속받은 가업의 경영권을 놓치는 경우들도 있다. 제도만 잘 활용하였다면 세금의 부담없이 가업을 상속받아 경영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세법의 요건을 미리 숙지하고 제때 대비하지 못한 대가치고는 그 결과의 차이가 너무 커 보인다.
상속 개시 전에도 승계 가능
한편 현행 세법에는 상속이 개시되기 전이라도 가업을 승계할 수 있도록 증여세에 대한 특례규정도 마련되어 있다. 가업승계의 의지를 가지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면, 상속세의 부담을 덜고 안전하게 가업을 물려받을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가업상속공제제도 시행 이후 가업승계의 문화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세법이 우리의 가업승계 문화를 얼마나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 기대해 볼 일이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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