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리그테이블 다시 보기
[김현태 변호사]
2016-04-10 김진원
국내 기관들도 리그테이블 발표
사실 M&A 리그테이블을 보면 먼저 '어느 로펌이 몇 등을 했는가' 하는 순위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지만, M&A 리그테이블의 의미가 단순히 로펌 줄 세우기에 있는 것은 아니다. 리그테이블은 M&A 당사자가 되는 기업들에게 M&A 자문기관들의 전문성을 평가할 기초적인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여전히 후진적인 문화가 일부 남아 있는 우리 기업들의 로펌 선정 관행을 생각하면, 법률자문 분야의 리그테이블이 가지는 의미가 작지 않아 보인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로펌이면 실력이 크게 다르겠느냐는 식으로 막연히 접근하거나 경영진과의 사적 친분만을 기준으로 로펌을 선정하는 사례가 아직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M&A 리그테이블은 어느 로펌이 얼마나 많은 M&A 자문을 했고 어떤 M&A를 어느 로펌이 자문했는가 하는 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로펌 선정에 관한 최소한의 지표가 된다. M&A 자문에 관한 전문성은 책이나 독학을 통해서 일시에 배양될 수 없는 것이고, 다양한 M&A 사례를 통한 실제 자문 업무 경험과 고민을 기초로 하여서만 갖추어질 수 있는 것이므로, 얼마나 많은 M&A 사례를 경험했는가 하는 점에 기초하여 보다 전문성 있는 로펌을 찾는 것은 기본적으로 타당한 접근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내외 다양한 기관들의 M&A 리그테이블이 우리나라 로펌의 M&A 자문경험이나 전문성 평가를 위한 충분한 자료인가 하는 점에 관해서는, 시장 관여자들로부터 다양한 비판적 시각이 있다.
다수가 거래금액 중시
먼저 M&A 리그테이블의 순위 산정 기준에 관하여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M&A 리그테이블들은 대체로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순위를 산정하고 있다. 발표기관에 따라 건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거나, 거래건수와 거래금액을 구분하여 순위를 발표하는 경우도 있으나, 다수의 경우 거래금액을 순위 산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재무자문의 경우에는 자문수수료가 거래금액에 일정 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거래금액을 그 실적을 보여주는 잣대로 삼더라도 크게 불합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통상 로펌의 자문료는 자문시간에 비례한 보수청구 방식(hourly charge 방식)으로 자문료가 정해지므로, 자문한 M&A 거래금액이 로펌의 M&A 실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실제 M&A 거래에 있어서는 거래금액이 작다고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복잡한 법률이슈가 다수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며, 반대로 거래금액이 큼에도 불구하고 법률이슈 자체는 단순한 딜도 다수 있다. 즉 거래금액은 딜의 복잡성, 난이도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거래금액이 로펌의 경험이나 실력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예컨대 거래금액이 수조원인 M&A 딜 1개를 자문한 경험을 가진 로펌과 수백억원짜리 딜 수십개를 자문한 경험을 가진 로펌이 있다고 가정하면, 후자가 훨씬 더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수조원짜리 딜이 수백억원짜리 딜보다 100배 더 많은 자문시간을 필요로 하였다거나 100배 더 많은 법률 이슈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였을 가능성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순위 외 세부내용 살펴야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한두 건의 메가딜로 인하여 순위가 크게 뒤바뀌는 리그테이블은 로펌의 경험이나 업무능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리그테이블의 순위가 실제 로펌의 경험이나 업무 능력의 순위와 완전히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리그테이블 발표기관들도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리그테이블의 수요자인 기업의 입장에서는 리그테이블 순위 외에 그 세부 내용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편 M&A 거래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거래종결(closing) 직전 단계에서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러한 경우 해당 M&A 거래를 자문한 로펌은 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법률자문을 제공한 상태로서, 실적과 경험의 측면에서 그만큼 성과가 쌓인 것이지만, 현재의 모든 리그테이블은 이러한 자문실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M&A 계약의 중도 파기는 대부분 법률자문사의 역량과는 완전히 무관한 것인데, 그러한 계약 파기로 인해 해당 M&A 거래를 자문한 로펌의 실적까지 모두 부정되는 것은 불공평한 결과가 될 수 있다. 적어도 M&A 계약이 체결된 이후에 파기된 것이라면 이를 일부라도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거래 성사 로펌들만 반영
경쟁입찰에서 탈락한 매수인을 자문한 로펌의 실적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M&A 거래는 흔히 매도인이 경쟁입찰에 부쳐서 매수인을 정하게 되는데, 그 대상기업이나 시장환경에 따라 다수의 잠재적 매수인이 해당 입찰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각 잠재 매수인은 제각기 법률자문사를 선정하고 그 자문을 받아 딜을 준비,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경우 M&A 리그테이블에는 매도인을 자문한 로펌과 최종적으로 매수인이 된 기업을 자문한 로펌, 즉 실제 거래를 성사시킨 로펌들만 그 실적을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쟁입찰에 있어서 매수인 또는 우선협상대상자의 선정 여부는 로펌의 역량과 무관하다. 예컨대 실력이 뛰어난 A라는 로펌이 해당 거래의 위험성을 적시에 정확히 발견함으로써 고객이 대상기업의 가치를 (적정 수준으로) 낮게 평가할 수 있게 하거나 또는 거래 자체에서 발을 뺄 수 있도록 하여 고객의 이익을 적절히 보호하였다고 하자. 그리고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B라는 로펌은 미처 해당 거래의 법적 위험을 발견하지 못하여 고객으로 하여금 대상기업의 가치가 과대평가된 딜의 당사자가 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고객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하자. 이 경우 A와 B 중 어느 로펌이 우수한 로펌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생각해 보면, 최종 성사된 거래만을 실적으로 인정하는 시스템에 허점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매도인 자문 로펌이 유리
위와 같은 이유로 매도인을 자문하는 로펌은 그 자문 실적이 대부분 리그테이블에 반영되고 매수인을 자문하는 로펌은 그 자문 실적이 리그테이블에 상당 부분 누락되는 경향이 발생되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꾸어 말하면, 적어도 리그테이블 상으로는 매도인을 자문하는 로펌의 실적이 과대평가되는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것이다. 매도인 자문을 많이 하여 리그테이블에 그 실적이 대부분 반영된 로펌의 역량이, 매수인 자문을 주로 하다가 다수의 실적이 리그테이블에 반영되지 못한 로펌보다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잠재적 매수자를 자문하면서 일정한 단계를 넘어 자문한 로펌의 실적도 일부나마 리그테이블에 고려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그러한 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리그테이블을 봄에 있어서 매수인 측을 자문한 로펌의 실적이 반영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대규모 딜 한두 건이 순위를 좌우하는 상황이라면 해당 딜에 대한 잠재적 매수인을 자문하였음에도 실적이 반영되지 않은 로펌이 있을 수 있음을 전제로 리그테이블을 읽어야 한다.
M&A 리그테이블이 M&A에 나서는 기업에게 로펌 선정을 위한 기초적인 정보를 주는 점은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리그테이블의 수요자인 기업으로서는 리그테이블이 로펌의 M&A 역량을 모두 말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다른 보완 기준들을 함께 고려한 상태에서 리그테이블의 내용을 받아 들여야 것이다. 리그테이블을 제공하는 다수 기관과 언론사들이 로펌의 역량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리그테이블을 적절히 개발하기를 기다려 본다.
김현태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hyuntae.kim@leek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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