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일시 · 장소 통지 안한 카카오톡 압수 · 수색 위법"

[중앙지법] "피의자 등 참여권 보장 안 해…취소하라"

2016-04-09     김덕성
피의자 또는 변호인에게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지 않고 카카오톡 서버에서 대화내용을 압수 · 수색한 것은 위법하다는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김용규 판사는 2월 18일 A씨가 낸 준항고 사건(2015보6)에서 "서울중앙지검 검사 B, 서울 은평경찰서 사법경찰관 C가 실시한 압수 · 수색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결정 전문 보기)

B 검사와 경찰관 C는 서울중앙지법이 발부한 압수 · 수색영장에 기하여 2014년 5월 26일 오전 11시 55분쯤 카카오톡이 서버에 보관하고 있는 A씨의 대화내용과 계정 정보 등에 대한 압수 · 수색을 실시했다. 그러나 압수 · 수색 집행 일시와 장소를 통보받지 못한 A씨가 "위법한 압수 · 수색으로 취소되어야 한다"며 준항고했다.

A씨는 "압수 · 수색 과정에서 피의자에게 압수 · 수색 집행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지 않는 등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피압수자인 카카오 법무팀에 압수 · 수색영장 사본을 팩스로 전송하였을 뿐,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압수물 목록도 교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피의자 또는 변호인은 압수 · 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고, 압수 · 수색영장을 집행하는 경우 미리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피의자 또는 변호인 등에게 통지하여야 하나,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위와 같은 통지를 생략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219조, 121조, 122조), 위와 같이 피의자 등에게 참여권을 보장한 것은 압수 · 수색 집행의 절차적 적법성을 확보하여 영장주의를 충실하게 구현하기 위한 것이고, 따라서 피의자 등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아니하였다면, 피의자 등에게 참여권을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 ·수색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압수 · 수색 집행 과정에서 피의자인 준항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준항고인 또는 변호인이 압수 · 수색집행 과정에서 전혀 참여하지 못한 사실은 검사도 다투지 아니한다"고 인정했다. 이에 검사는 "카카오톡에서 카톡 대화내용 등을 5~7일 정도만 보관하고 있으므로 증거가 멸실될 위험이 있어 형사소송법 122조 단서의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 판사는 그러나 대법원 판결(2012도7455)을 인용, "형사소송법 122조의 '급속을 요하는 때'라 함은 압수 · 수색영장 집행 사실을 미리 알려주면 증거물을 은닉할 염려 등이 있어 압수 · 수색의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경우를 의미한다"고 전제한 후, "이 사건 압수 · 수색 집행의 대상은 카카오톡이 서버에 보관하고 있는 대화내용과 계정 정보 등으로서, 피의자인 준항고인이나 변호인이 접근하여 관련 정보를 은닉하거나 인멸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또한 카카오톡이 관련 정보를 5~7일 동안만 보관하고 있다고는 하나, 압수 · 수색은 영장이 발부된 2014년 5월 24일로부터 이틀이 지난 5월 26일에야 실시되었으므로, 실제로 압수 · 수색이 검사의 주장과 같이 전격적으로 급박하게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따라서 압수 · 수색은 피의자인 준항고인이나 변호인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형사소송법이 압수 · 수색 집행에서 피의자 등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취지, 압수 · 수색의 경위, 즉 특별히 압수 · 수색영장을 신속 또는 급속하게 집행할 필요가 인정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압수 · 수색이 급박하게 실시되지 아니한 사정, 그리고 그와 같은 압수 · 수색으로 확보된 자료가 준항고인의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에 속하는 것이라는 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압수 · 수색영장 원본 제시, 압수물 목록 교부, 피의사실과의 관련성 등 준항고인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압수 · 수색은 취소를 면할 수 없다"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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