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로펌의 3차 분화

2016-03-01     김진원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 로펌업계의 성장 공식 중 하나는 대형화와 전문화였다. 큰 로펌일수록 변호사를 많이 뽑아 업무분야를 세분화하고 전문성을 깊게 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유기적으로 변호사를 늘리는 데 한계를 느낀 로펌 중엔 다른 로펌과 합쳐 단숨에 몸집을 늘린 곳도 적지 않았다. 기업들은 덩치 큰 로펌을 찾고, 수익을 낸 로펌은 또 다시 몸집을 늘리는 대형화가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파르게 올라가던 대형 로펌의 성장세가 주춤하며 중소 로펌, 부티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형 로펌에서 활약하던 변호사들이 잇따라 중소 로펌을 차려 독립하면서 삼투압의 방향이 대형 로펌에서 신생 중소 로펌을 향하는 모습이다. 같은 대형 로펌 출신끼리 뭉친 곳도 있고, 그동안 일했던 로펌은 다르지만 사법시험 공부를 같이 했던 인연이나 연수원 동기 등의 연을 찾아 의기투합하는 이종교배식의 조합도 시도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새 출발하는 변호사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의욕이 성공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유명 로펌 출신들이 모인 중소 로펌의 한 변호사는 "우리는 맨 몸으로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이라며 "새로 한 번 무언가를 만들어보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같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IMF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한국 로펌들은 일종의 특수를 누리며 몸집이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약 20년이 흐른 지금 대형 로펌들은 소속 변호사들의 독립이라는 또 다른 변화를 맞고 있다.

과거의 예를 보면 로펌 분화의 시도는 대부분 성공으로 나타났다. 90년대 초반 출범한 KCL, 율촌은 한국의 주요 로펌으로 성장, 탄탄한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 전후 테헤란밸리의 벤처 붐을 타고 서울 강남에서 시작한 지평, IBC, 아이앤에스도 빠른 속도로 발전해 한국 로펌업계에서 주목할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 이어지고 있는 한국 로펌의 3차 분화는 특히 스타트업의 활발한 도전, 모바일 시대의 도래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추진되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발전을 도모하고 있으며, 로펌의 비즈니스 환경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 속담에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중소 로펌들이 한국 로펌의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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