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 발명에 기초한 특허권 침해금지 판결
[엄승찬 변호사]
2016-02-12 원미선
이와 같은 수치는 동 기간 BM 발명 출원 건수가 크게 감소한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IT 강대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나타내는 수치로 볼 수 있겠다. 그런데 BM발명의 등록률은 다소 실망스럽다. BM 발명의 등록률은 약 30% 정도이고, 이는 전체 특허 등록률 약 60%의 절반 수준이다. 즉 BM 발명 10건 출원 중 7건은 거절된다는 것이다.
BM 발명 등록률 30%
이와 같이 힘겹게 등록받은 BM 발명에 기초하여 권리 행사를 하여 금지청구나 손해배상을 받았다고 하는 사례는 국내에서 거의 검색되지 않는다. BM 발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사건으로는 '생활쓰레기 재활용 종합관리방법' 사건(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후3149 판결)이 있다. 이 사건은 '생활쓰레기 재활용 종합관리방법'을 과연 특허법상 발명으로 보호해야 하는지 여부, 즉 성립성이 문제된 사건으로 해당 방법이 인간의 결정이나 판단에 따라 구현되는 것이어서 특허법상 발명으로 보호될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이다. 그 외 BM 발명으로 검색되는 다른 사건들도 대부분 BM 발명을 특허법상 발명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들이다.
이와 같이 BM 발명은 등록이 쉽지 않고 등록되더라도 무효로 되기 쉬워, 등록을 받아봤자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다.
특허침해금지 청구 인용
그런데 최근 BM 발명에 기초한 특허권 침해금지청구를 인용한 의미 있는 판결이 선고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5. 12. 17. 선고 2014나2024295 판결). 서울고법 제5민사부(재판장 배준현 부장판사)는 A신용정보회사의 소득추정서비스가 통계 솔루션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지디에스케이(GDSK)가 보유한 영업방법 관련 특허를 침해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A사 소득추정서비스 프로그램의 사용 중지 및 폐기를 명하였다. 이번 판결은 BM 발명에 대한 특허권자나 BM 발명을 개발하여 출원 준비 중인 발명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GDSK는 데이터베이스 관련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공급을 주로 하는 회사이다. GDSK는 2008년부터 주소를 표준화하고, 표준화된 주소를 이용하여 자택의 주택가격이나 직장의 평균소득을 구하고 업종이나 개인의 성별, 연령을 활용하여 추정소득을 산출하는 '소득추정 시스템 및 그 방법'을 개발하고, 2009년 10월 5일 특허권을 확보하였다.
GDSK는 A사에 '자택주소 표준화 시스템' 및 '직장주소 표준화 시스템'을 구축해 주었는데, A사는 이에 기반하여 소득추정방법을 개발하고 금융기관에 소득추정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이에 GDSK는 A사의 소득추정방법이 GDSK의 '소득추정 시스템 및 그 방법'에 대한 특허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금지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침해 입증 쉽지 않은 프로그램 분야
프로그램 관련 분야는 특히 증거의 구조적 편재가 심한 분야이다. 상대방 회사의 서버를 전문가들이 직접 장기간 분석하지 않고서는 침해 입증이 용이하지 않다. 반면 소송의 피고로 된 자는 자사의 서버를 제3자에게 장기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A사의 소득추정시스템 운영매뉴얼이나, 서버 감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침해 입증을 위해 A사가 자신들의 소득추정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자료를 심층 분석하였다. 그리고 A사가 소송에서 한 주장을 면밀히 분석하여, 이러한 주장의 전제로서 A사 소득추정방법에는 GDSK 특허의 각 구성요소가 그대로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점을 입증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또 GDSK의 특허에 무효사유가 있어, 그 권리행사가 남용이 아닌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심리되었다. BM 발명의 성립성, 기재불비, 신규성 및 진보성 등 특허 무효사유 거의 대부분이 심리되었다.
필자는 성립성과 관련하여 GDSK의 BM 발명은 각 단계가 인간이 아닌 소득추정시스템을 통해 구현된다는 점을 명세서에 기초하여 충실히 변론하였다. 또 신규성 및 진보성과 관련하여, GDSK가 금융기관 등에 제안한 프로젝트 제안서 등이 비교대상 발명으로 제출되었으나, 이들 비교대상발명은 출원 전 공지기술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충실히 입증하였고, 그 결과 최종적으로 법원은 GDSK의 특허에 무효사유가 없고, 그 권리행사는 남용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GDSK 특허에 무효사유 없어
필자는 감히 이 사건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BM 발명의 보호에 소극적이었던 기존의 관행, 침해 입증의 곤란성 등과 싸워야 했고, 무엇보다도 A사가 슈퍼 갑의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GDSK 입장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소송이었다.
지난 1월 12일 정부는 '부패방지 4개 백신프로젝트'의 본격 가동을 선언했다. 부패요인을 감지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백신을 탑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관계부처 TF를 구성하여 특허권 분쟁 및 기술탈취 등에 따른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 사건에서 기술력 하나만으로 승부해 온 GDSK가 그것도 BM 발명에 기초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는 A사에게 특허권 침해금지 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위 정부 발표와 맞물려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판결이 한국도 선진국 수준으로 BM 발명을 보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판결은 또 중소기업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특허권을 확보한다면 거래관계에서 고객사에게 쉽게 기술을 탈취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점도 시사한다.
엄승찬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seungchan.eom@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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