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거래에서의 일정 맞추기
[문호준 변호사]
2016-01-09 원미선
가장 단순하게는 일단 시작한 일이니 빨리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도 있고, M&A는 그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으므로 그 선후와 처리 과정을 미리 잘 계획하지 않으면 우왕좌왕하게 되고, 중요한 일을 빠트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M&A는 그 진행사실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비밀리에 협의되는 단계와, 진행사실이 공개된 이후(통상은 관련 계약 체결 사실이 공시되거나 언론 보도된 이후)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의 단계에서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밀이 유출될 위험이 높아지고, 후자의 단계에서는 M&A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가 되므로 어느 단계에서나 이를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즉 M&A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는 근로자들도 고용 및 처우 문제로 불안해하고, 관련 거래처들도 M&A로 인한 영향을 고려하여 거래 시기 및 조건을 정하게 되며, 대상회사 자체도 새로운 주주나 경영진이 나타날 때까지는 과감한 투자나 사업계획 작성이 어려워서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진행사실 자체가 주가에 영향
나아가 M&A 기간이 길어지면 대상회사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일로 삼았던 날과 실제로 대상회사 인수가 이루어지는 날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벌어져서 대상회사의 가치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것도 매도인 · 매수인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 특히 상장회사인 경우에는 M&A 진행 사실 자체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므로 그 공개 시기 및 거래종결 시기가 매우 중요하게 된다.
한편 각 M&A 거래마다 기한을 맞추어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도 있다. 소위 사장님, 회장님 등 '윗분' 들의 뜻이 그러하기 때문인 경우도 있는데(윗분들께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해 주시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저 큰 뜻이 있겠거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원래 2~3개월 후에 계약 체결할 것으로 생각하고 진행하던 M&A가 윗분들끼리 악수하시면서 다음 주에 계약하자고 합의하셔서 4일 만에 계약이 체결되었고, 그 과정에서 필자는 물론 담당자들이 거의 잠을 자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윗분들이 합의한 후 4일 만에 체결
연말이 가까워 오면 해당 거래가 매도인, 매수인의 회계장부에 반영되고 관련 담당자들의 그해 실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중요해지므로 연말까지 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래를 종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많다.
그밖에 세금 문제가 고려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예컨대 현재 입법예고 되어 있는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주주의 주식 양도에 적용되던 양도소득세율 10%를 내년부터 20%로 인상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주식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대주주라면 올해 안에 주식을 매각할 수 있도록 일정을 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M&A가 매도인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매각자금이 특정한 채무의 변제에 사용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해당채무의 변제기한이 도래하기 전에 거래가 종결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 때문에 매도인은 거래조건 협상때 협상력을 잃고 매우 불리한 상태에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채무 변제기 전 거래 종결 주요
M&A 기간을 예상함에 있어 당사자들의 내부 검토 기간이나 서류 준비, 자금조달을 위한 시간 등도 중요하지만, 거래에 필요한 인허가 문제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이때 당사자들이 자주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외국환거래법상 '계약 체결 전에' 한국은행 신고가 필요한 경우이다.
예컨대 비거주자와 체결하는 계약 중에 거주자가 비거주자를 위해서 보증을 제공하는 내용(거주자들이 비거주자에게 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계약도 여기에 해당한다)의 계약을 체결하려면 한국은행에 그 계약 체결 전에 신고를 하고 수리를 받아야 한다. 이 문제는 계약서에 한국은행 신고를 효력발생요건으로 하는 등의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반드시 사전신고를 해야만 하는 것인데, 한국은행 신고를 위한 신고서 준비에도 최소 하루 이틀은 소요될 뿐만 아니라 신고 후 수리되는 데까지 통상 3영업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행 사전신고를 간과하고 일정을 수립하면 나중에 낭패를 보는 수가 있는데, 계약 체결 전에는 당사자들은 계약 내용 협상에만 몰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막상 계약을 체결하려는 시점에 한국은행 사전신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어쩔 수 없이 일정을 뒤바꾸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기업결합신고도 큰 영향
근래에는 기업결합신고 특히 해외기업결합신고가 M&A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각국의 경쟁당국이 해당 국가 외에서 이루어지는 기업결합에 대해서도 자국에서 일정한 매출을 발생시키는 경우에는 기업결합신고를 하도록 법제화하고 있어서 해외에서도 사업을 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M&A에서는 해외기업 결합신고가 필요한 국가가 어디인지를 확인하고 신고 의무를 이행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필자가 올해 초에 마무리했던 M&A에서도 한국은 물론 중국, 독일, 브라질, 폴란드,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기업결합신고를 하였고, 이를 위해 4개월 남짓의 시간과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었다.
M&A 일정 준수와 관련해서 자주 간과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관련자들의 개인적인 일정 및 체력이다. 즉 일정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계약서 협상을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끝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갑작스런 일정변경을 소화하기 위해 미리 계획했던 개인적인 일정이 무시되는 경우도 많다.
송무를 주로 하시는 변호사님들의 경우에는 여름에 법원이 일괄적으로 휴정을 하는 기간이 있어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기간이 있는데, M&A에는 그런 휴전 기간도 없다. M&A 변호사들이 일치단결하여 연중 특정한 기간에는 M&A 관련 업무를 하지 않기로 하는 것은 어떨까? 고객들이 M&A 변호사들의 공동 휴업을 공정거래법상 담합이라고 주장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문호준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hojoon.moon@leek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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