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완전 포괄주의의 변천
[이종혁 변호사]
2016-01-05 김진원
세법 중에서도 유독 개정이 잦은 것이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그 중에서도 증여세 부분이다. 증여세는 가장 걷기 어려운 세금이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주로 가족과 같이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이므로, 둘 사이에서 증여 사실을 숨기기로 하면 과세관청이 이를 포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상증세법은 다양한 유형의 거래를 증여로 보는 규정을 마련하였지만, 사람들은 꾸준히 기발한 방법을 동원해 과세를 피해왔다. 증여세를 피하려는 납세자와 이를 뒤쫓아 가려는 과세당국 사이의 오랜 숨바꼭질은 상증세법의 변천과정에서 잘 나타나 있다.
개정 잦은 상증세법
과거 상증세법은 증여세에 대하여 '유형별 포괄주의'라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는 당사자 사이의 증여계약을 전제로 한 일반적인 증여 외에도 상증세법령에서 열거한 유형의 자산 무상이전을 증여로 보아 과세하는 형식이다. 그런데 유형별 포괄주의의 경우에도 법령에서 열거되지 않은 새로운 유형의 증여에 대하여는 과세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 규정의 빈틈을 찾아내려는 납세자들의 노력이 계속되었다. 결국 2003년 개정 상증세법은 2조 3항을 새로 마련하여, 거래의 명칭, 형식, 목적 등과 관계없이 모든 재산을 이전하는 것과 기여에 의하여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모두 증여로 보게 되었다. 이를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라고 부르는데, 법에 열거되어 있는가를 불문하고 '부(富)의 무상이전'을 모두 증여로 보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기존의 유형별 증여의제 규정은 증여재산의 가액을 산정하는 것으로 그 성격이 전환되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증세법 2조 3항의 도입으로 우회적인 증여행위에 대한 과세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위 규정의 도입은 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과세관청은 상증세법 2조 3항을 근거로 상증세법에서 규정하지 않고 있었던 유형의 거래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납세자들은 상증세법 2조 3항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이를 근거로 과세하는 것은 오히려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로 대거 불복하였다. 이때 다양한 유형이 증여세 부과의 대상이 되었는데, 최근 '흑자법인에 대한 재산 증여'와 '비특수관계자에 대한 무상 금전대여' 유형에 대하여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결손법인과 달라
'흑자법인에 대한 재산 증여'의 기본구조는 이렇다. 과거 상증세법 41조는 특정법인(결손금이 있는 법인이나 휴업 · 폐업 중인 법인)의 주주 등과 특수관계가 있는 자가 위 법인에 재산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의 거래를 하여 그 주주 등이 얻은 이익이 1억원 이상인 경우 증여재산가액을 얼마로 볼 것인가를 규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경우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으면, 특정법인은 증여가액을 결손금으로 상쇄시키는 방법으로 증여받은 재산에 대하여 법인세를 부담하지 않으므로, 그 특정법인의 주주가 기업가치 상승으로 인한 이익에 대하여 과세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위 특정법인이 아닌 흑자법인에 대하여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한 경우에도 상증세법 2조 3항에 따라 증여세 과세대상이 된다고 보고 위와 같은 특정법인에 대한 규정에 따라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그러나 흑자법인의 경우 이미 해당 법인이 법인세를 납부하기 때문에 결손법인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한편 '비특수관계자에 대한 무상 금전대여'의 경우는 보다 구조가 간단하다. 과거 상증세법 41조의4는 특수관계 있는 자로부터 1억원 이상의 금전을 무상으로 대출받은 경우 그 금전을 대출받은 날에 대출금액에 적정이자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보고 있었다. 다만 상증세법은 비특수관계자에 대하여는 증여재산가액 계산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는데, 과세관청은 비특수관계자 사이의 무상 금전대여도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고, 계산방식도 특수관계자의 경우와 동일하다고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대법 판결로 정리
이러한 과세처분에 대한 불복사건들이 수년 간 이어져 온 가운데 최근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어 입장이 정리되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상증세법 2조 3항에 따라 과세가 가능하지만, 증여가액의 산정방법을 정한 규정에서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보이면 그 범위와 한계를 벗어나는 것은 과세할 수 없다고 보았다. 쉽게 말해서 별도로 특정법인에 대한 증여세 과세규정이 있으니 그와 달리 흑자법인의 경우는 과세대상이 아니고, 특수관계자에 대한 무상 금전대여의 증여세 과세규정이 있으니 비특수관계자 사이의 경우는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판결은 상증세법 2조 3항을 근거로 한 무차별적 과세에 제동을 걸고, 납세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해 주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다만 위 대법원 판례의 결론이 지금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 상증세법이 개정되어 일부 과세가 가능한 것으로 이미 바뀌었기 때문이다. '흑자법인에 대한 재산 증여'의 유형에서 2014년 1월 1일부터 지배주주와 그 친족이 지배하는 영리법인에 대한 증여의 경우 과세가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다. 또 비특수관계자에 대한 무상 금전대여의 경우 2013년 1월 1일부터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증여세 과세가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다. 때문에 위의 대법원 판결만 믿고 거래를 했다가는 증여세 과세처분을 피할 수 없고, 반드시 거래 당시 적용되는 세법의 규정을 일일이 살펴보아야 한다.
현행 상증세법 규정 잘 살펴야
이번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과거 개정 전 규정에 대한 판단이지만 앞으로 상증세법을 해석함에 있어 원칙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앞으로는 과세당국이 위 대법원 판례에 맞추어서 증여가액의 산정방법을 정하는 규정을 대폭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위 대법원 판결 이후 관련 규정이 최근 다시 개정되어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상증세법 규정의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종혁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jonghlee@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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