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미디어의 적용 법률과 규제

[안정호 변호사]

2015-10-14     원미선
1970년대 흑백 텔레비전이 기억난다. 로터리 방식으로 딸깍딸깍 채널을 돌려야 했고 화면이 잘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안테나를 이리저리 움직여 주어야 했다. 1980년에 처음으로 컬러 텔레비전 방송이 개시되었고, 1990년 중반에는 유료방송인 케이블 텔레비전 방송이, 이후 2000년대 초반 위성방송이 시작되었다.

한편 2008년 11월에는 인터넷망을 이용한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IPTV)이 상용화되었고, 최근에는 이에 더하여 N스크린(N-screen), OTT(Over the Top)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있다. N스크린이란 하나의 콘텐츠를 핸드폰, TV 등 여러 기기에서 즐길 수 있는것을 말하며, OTT란 셋톱박스를 통해 제공되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의미하였으나 최근에는 셋톱박스 유무와 상관없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 개념도 점점 넓어지는것 같다.

방송 관련 기술의 발전

OTT 서비스의 경우 국내에는 SK브로드밴드, KT, LGU+가 제공하는 모바일 IPTV와 티빙, POOQ, 에브리온 TV 등이 있고, 해외에는 대표적으로 Netflix와 Hulu 등이 있다. Netflix가 내년 초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아시아 시장으로의 진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고 한국의 경우 IPTV 등 플랫폼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한 진출 방식이 유력하다는 기사도 접하게 된다.

그간 TV 시청자라고 하면 수동적이고 보수적인 수용자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N스크린이나 OTT의 경우 이러한 수동적인 수용자 개념에서 벗어나 이용자가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이용하고, 콘텐츠 제작 · 유통에 있어서도 일정 부분 참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전보다 진화하고 똑똑한 미디어 즉 스마트미디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방식에 따라 규제 차이

콘텐츠 이용자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케이블 · 위성 · 인터넷 중 자신이 어느 방식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서비스 제공의 구체적인 방식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과 규제의 내용 ·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중요한 관심사항일 수밖에 없다. 즉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에는 방송법이, IPTV에는 IPTV법이 각각 적용되며 규제의 내용과 정도에 있어서도 일부 차이가 존재한다.

또 이른바 스마트미디어의 경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기통신사업법 등 통신 관련 법령이 적용될 수는 있지만,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법령의 직접적인 적용대상은 아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법령에서는 방송서비스 제공에 사용되는 기술방식을 기준으로 규율 대상을 정하고 있는데 스마트미디어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술방식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미디어 산업의 활성화와 기존 방송 산업과의 경쟁 상황 등에 따른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하여 스마트미디어를 규제영역 내에 두는 것이 타당한지, 만일 규제 영역 내로 가지고 온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의 규제를 하는 것이 적절하고 합리적인지 등이 고민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현행법에서 예정하고 있지 않은 새로운 기술방식의 도입이라는 측면에서 전통적인 방송망이 아닌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하는 IPTV 도입 당시의 논의를 한번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IPTV 도입 당시의 논의

IPTV와 같은 방송통신융합형 신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은 확보되었으나 당시 법체계는 방송과 통신을 별개로 규율하고 있어서 IPTV를 어떤 법체계로 규율할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었다. 2006년 방송과 통신의 융합현상에 대한 정책방향 설정과 법제도 정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합동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발족되어 IPTV의 서비스 성격(방송인지 통신인지), 적용 법률, 인허가 방식 등을 논의하였고, 이후 국회 논의를 거쳐 IPTV법이 제정되었다.

IPTV법상 IPTV의 정의는 (1)광대역통합정보통신망등을 이용하여 (2)양방향성을 가진 인터넷 프로토콜 방식으로 (3)일정한 서비스 품질이 보장되는 가운데 (4)텔레비전 수상기 등을 통하여 이용자에게 실시간 방송프로그램을 포함하여 데이터 · 영상 · 음성 · 음향 및 전자상거래 등의 콘텐츠를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방송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 중 일정한 서비스 품질(Quality of Service, QoS)이 보장되어야 하고 실시간 방송프로그램을 포함하는 경우에만 IPTV로 보겠다는 부분에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동영상 등 콘텐츠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기존의 방송처럼 끊김 없이 실시간 방송을 포함하여 제공하는 경우에만 IPTV에 해당하여 사업허가 등 진입규제, 금지행위와 같은 각종 행위규제 등이 적용되고, 만일 그러하지 아니한 경우 즉 일정한 서비스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일반 인터넷망을 통해 실시간 방송이 아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통신 관련 법령의 규율영역이고 방송(미디어) 관점에서는 별도의 규제를 가할 필요는 없다고 정책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IPTV법상 IPTV의 정의가 기술적으로 복잡하게 되어 있지만, 결국 시청자가 종전의 TV(방송)와 동일한 서비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한 것 같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에 따라 QoS가 보장되지 않는 일반 인터넷망을 통해서도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끊김 없이 제공하고 시청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방송편성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아서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찾아서 보는 등 시청자의 이용패턴이 변해감에 따라 스마트미디어 산업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 입법예고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서는 금년 3월 종전의 방송법과 IPTV법으로 이원화된 법체계를 통합하여 방송사업의 분류체계를 재정립하고 스마트미디어 환경으로의 변화에 적극적 대응이 용이하도록 하기 위하여 유료방송의 각종 규제체계를 정비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방송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또 고정형 TV에 대한 시청점유율 조사 이외에 VOD를 비롯한 스마트폰 · PC · 태블릿 PC 등을 아우르는 통합시청률 제도 도입을 위해 N스크린 시청기록 시범조사를 추진함과 동시에 스마트미디어를 포함한 경쟁상황 평가체계를 연구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스마트미디어 산업의 확대에 따라 기존 방송산업에 대한 간섭, 기존 산업과의 규제 형평성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각계의 치열한 논의를 거쳐 어떠한 합리적인 정책방향이 제시되고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정호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jeong.ahn@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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