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직원에게 주식매각대금 떼인 정몽규 회장, 양도세 7억 7천만원 안 내도 돼"

[대법] 2심 파기환송, "소득실현 불가능""증권거래세 1787만원 부과는 정당"

2015-10-02     김덕성
직원에게 속아 주식매각대금을 떼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떼인 만큼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9월 10일 정 회장이 "1999년 귀속 양도소득세 7억 7000여만원과 1999년 12월 귀속 증권거래세 1787만 5000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남양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0두1385)에서 양도소득세 부분을 파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정 회장은 1999년 10월경 현대산업개발의 재정팀장으로 근무하던 서 모씨에게 자신 소유의 신세기통신 주식을 매도하라고 지시하면서 매도할 주식의 대략적인 수량만 정하여 준 채 매도가격, 매도상대방, 매도시점 등에 관한 일체의 권한을 위임했다. 서씨는 1999년 12월 정 회장 소유의 신세기통신 주식 중 30만주를 대유리젠트증권에 대금 105억원에, 20만주를 한누리투자증권에 대금 68억원에 매도했다. 그런데 서씨는 형식상의 중간거래인을 내세워 2단계의 계약서를 작성해 140억 5000만원에 판 것처럼 꾸미고 세금도 140억 5000만원을 기준으로 신고 · 납부했다. 32억 5000만원을 떼먹은 것이다.

나중에 양도금액이 차이가 나는 사실을 발견한 남양주세무서는 2006년 5월 정 회장에게 그 차액 32억 5000만원에 관하여 가산세를 포함한 1999년 귀속 양도소득세 7억 7000여만원, 1999년 12월 귀속 증권거래세 1787만 5000원을 각각 증액하는 처분을 했다. 이에 정 회장이 "차액인 32억 5000만원은 주식매각을 지시받은 서씨가 임의로 횡령 내지 사용한 것이고, 자신에게 그 소득이 귀속된 사실이 없으므로, 처분은 위법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남양주세무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서씨가 원고가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현대산업개발의 재정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원고의 부외자금 조성 업무를 전담한 전력이 있고, 원고가 서씨에게 위 32억 5000만원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서씨와 공모하여 이중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그 양도차익이 원고에게 귀속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양도세와 증권거래세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가 "서씨가 이 사건 주식 양도에 관한 원고의 포괄적 대리인으로서 주식의 양도대금 173억원을 모두 지급받았으므로 그 전액이 원고의 소득으로 귀속되었고, 주식의 실지거래가액 또한 173억원으로 보아야 하며, 설령 서씨가 원고에게 주식을 J사 등에 140억 5000만원에 양도한 것처럼 거짓 보고하고 실제 양도대금 173억원과의 차액 32억 5000만원을 횡령함으로써 원고가 그러한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로부터 포괄적 대리권을 수여받은 서씨가 그 위임의 취지에 반하여 배임행위를 저지른 것을 원인으로 한 원고와 서씨 사이의 내부적인 정산관계에 불과하다"며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자 정 회장이 상고했다.

대법원은 다시 2심 판결을 뒤집고, 정 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본인이 대리인에게 자산의 양도와 그 대금의 수령권한을 부여하고 대리인이 상대방으로부터 양도대금을 지급받았다면 대금수령의 법률적 효과는 본인에게 귀속될 뿐만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인도 그 대금에 대한 지배 · 관리를 하면서 담세력도 보유하게 되므로 본인의 양도소득은 실현되었다고 볼 것이지만, 만약 대리인이 위임의 취지에 반하여 자산을 저가에 양도한 것처럼 본인을 속여 양도대금의 일부를 횡령하고, 나아가 본인의 대리인에 대한 횡령금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이 대리인의 자산상황, 지급능력 등에 비추어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때에는 그 소득을 과세소득으로 하여 본인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이어 "서씨가 이 사건 주식의 매수인인 대유리젠트증권 및 한누리투자증권의 임직원에게 부탁하여 허위의 중간거래를 개입시키고 그들에게 대가를 지급하였던 것으로 보아 원고는 서씨에게 속아 주식의 실제 양도대금이 173억원이라는 사실과 서씨가 양도대금 차액 32억 5000만원을 횡령하였다는 사실을 2006년 4월경 자신에 대한 검찰수사가 개시될 당시까지 알지 못하였을 개연성이 있다"며 "원고는 서씨의 횡령으로 인하여 양도대금 차액 32억 5000만원에 대한 지배 · 관리를 전혀 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서씨에 대한 동액 상당의 손해배상채권도 회수불능이 되어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위 양도대금 차액 32억 5000만원이 원고의 과세소득으로 실현되었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 중 양도소득세 부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는 다만 증권거래세 부분에 관하여는, 원심 판결을 인용, "증권거래세는 유상으로 주권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경우 이익의 발생 여부에 관계없이 과세되는 유통세이고, 증권거래세 산정의 기초가 되는 '주권의 양도가액'이란 거래 당시 그 대가로 실지 약정된 금액을 말한다"며 "이 사건 주식에 대한 2단계의 매매계약이 가장행위에 불과하고 그 실질은 원고와 대유리젠트증권 및 한누리투자증권 사이에 직접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에서 주식의 양도자인 원고가 그 대가로 실지 약정된 양도가액 173억원을 과세표준으로 한 증권거래세의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1, 2, 3심 모두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정 회장을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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