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변호사로 살아가기
[민세동 변호사]
2015-09-09 원미선
필자는 '인더스트리'라는 표현을 변호사의 공익적인 성격이 기존보다 약화되고, 변호사의 역무가 대체 가능한 상품(Commodity)처럼 유통된다는 의미로 이해하였다. 그리고 변호사 수의 계속적인 급증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심화시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M&A 업무에서 겪은 몇 가지 경험을 통하여 위와 같은 법률시장 변화에 대한 필자의 단상을 소개하고, 어떻게 고객에게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M&A 변호사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돌아보고자 한다.
납기 지킬 줄 알아야
필자가 로펌에서 변호사 업무를 처음 시작한 1990년대 말에는 변호사가 제공하는 업무의 납기라는 표현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요즘 클라이언트는 대부분 납기를 요구하고 있고 그 기간은 계속 짧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금요일 오후 6시 정도에 업무요청을 하고 다음 주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면 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고객은 물론이고, 요청 후 2~3시간 정도 후까지 답변을 보내달라고 하는 클라이언트도 늘고 있다. M&A 업무의 속성상 급박하게 대처하여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므로 M&A를 담당하는 변호사는 특히 그러한 요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여야 한다.
필자는 한 클라이언트와 이러한 납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담당 임원은 "저희는 납기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지체상금을 부담하는 계약이 많은데 자문계약의 내용에는 그런 조항은 없잖아요"라고 하면서, "아무리 훌륭한 조언도 시기를 놓치면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을 수 있고, 오히려 회사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로펌에 업무를 맡기는 담당 임직원의 입장에서는 납기까지는 성과물을 받아 그 이후의 연속적인 업무를 기획하기 때문에 납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납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였다.
클라이언트 생각 제대로 읽어야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읽는 것은 다른 자문 업무를 할 때에도 중요하다. 그러나 일반적인 자문업무의 경우는 통상 특정 쟁점에 한정하여 법률의견을 작성하는 것이므로,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추론해 내기도 쉽고, 그것이 어렵다면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직접 물어서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M&A는 다르다. M&A는 수만 가지 조직을 가진 생명체와 같은 것으로 그 조직들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우며, 그 조직들 중 어디서 어떤 법률문제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각각의 변화와 각각의 법률문제를 발견할 때마다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물을 수는 없다. 그리고 그러한 잦은 질문들은 자칫 클라이언트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다.
M&A 변호사는 클라이언트가 해당 M&A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종국적인 목적이 무엇인가를 최대한 빨리 알아채야 한다. 예컨대 매수인 측을 대리한다고 한다면, 해당 M&A가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하기 위함인지 단지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내기 위함인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거래인지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라면 교섭을 중단하여야 하는 거래인지, 거래종결일정 또는 각각의 세부일정을 특정 시점까지 반드시 맞추어야 하는 거래인지 아니면 어느 시점 정도까지이면 충분한 거래인지 등을 파악하여야 한다. 비단 이런 것뿐 아니라 해당 M&A를 통해 반드시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특정기술, 노하우, 특허인지 아니면 특정 자산, 특정 인력인지 등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자문역이라는 사실 잊지 말아야
이와 같이 클라이언트의 생각을 읽는 것은 협상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 M&A 변호사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자문역(Consultant or Agent)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경우에는 최고의 법률적 논리를 바탕으로 법률적 관점에서 클라이언트에게 최대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도록 격렬하게 협상에 응해야 할 때가 있는 반면, 클라이언트가 원한다면 비록 상대방의 논리적이지 못한 주장에도 못이기는 척 양보해야 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협상 결과가 법률적으로 클라이언트에게 최고로 유리하게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클라이언트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로펌의 M&A팀에는 클라이언트의 포트폴리오, 산업의 동향, 경쟁사 등은 물론이고, 생산과정에서의 공정, 기술의 종류, 발전 추이, 사용되는 전문용어(terminology)까지 상세하게 파악하고, 이를 계속 업데이트하는 변호사가 꽤 있다. 클라이언트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최대한 빨리 알아차리기 위한 노력이다. 앞으로 M&A 변호사에게 이러한 노력의 필요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거래를 자문하면서 언제나 새로운 법률적 이슈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러한 새로운 이슈를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 M&A 변호사의 숙명이라고 느껴진다.
中기업 인수사례 증가
그런데 이제는 이러한 새로운 이슈가 홍수처럼 범람하고 있다. 사회가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다양한 새로운 제도가 생겨나고 그에 따라 관련 법령도 빠르게 개정 및 신설되며, 관할 국가기관의 실무례나 유권해석도 변화하고, 새로운 형태의 M&A 구조들도 생겨나고 있다.
예컨대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생소했던 사모펀드(PEF)가 매도인 또는 매수인으로 참여하는 거래가 빈번해졌고, 미국 또는 유럽 기업이 대다수를 이루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중국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PEF의 등장에 따라 자본시장법, 상장규정 등 관련 법령들이 변경되고, 중국 자본의 국내 진출과 관련하여 산업자원부의 국내 산업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M&A 변호사라면 지난 것들에 안주하여서는 안 된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요즘 국내 법률시장에 M&A 변호사는 포화상태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M&A 변호사라면 위와 같은 중국 자본의 국내 진출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M&A를 통한 해외진출 등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짐으로써 스스로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민세동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sedong.min@leek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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