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펌 대성과 손잡은 법무법인 同人, 다음 한 수는?
이철 대표의 투명경영에 변호사들 합류 줄이어
2015-08-10 원미선
실제로 그의 남다른 로펌 경영 노하우가 한국 로펌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동인은 2004년 변호사 5명으로 시작했으나 불과 10년 만에 변호사 100명을 돌파하며 10대 로펌으로 급부상한 초고속성장의 주인공. 최근엔 중국 최대 로펌인 대성(大成)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 또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다. 변호사가 3600명이 넘는 대성은 다국적 로펌인 덴튼스(Dentons)와 스위스 회사(verein) 형태의 합병에 합의, 세계 최대의 로펌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 로펌으로, 동인의 대성과의 제휴엔 물론 덴튼스로 이어지는 큰 그림도 포함되어 있다.
10년만에 20배 성장
이철 대표를 만나 동인의 급성장 비결과 덴튼스와 합친 대성이 한국파트너로 동인을 선택한 배경, 동인이 대성과 손잡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 등을 들어보았다.
"우리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중국 내 송사, 분쟁해결에 역할을 하려고 해요.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투자하는 과정에도 물론 로펌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이미 투자가 많이 이루어져 수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한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 공장을 돌리고 사업을 수행하면서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이쪽의 AS를 해 주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한국 로펌은 중국에 사무소를 열더라도 중국법 자문, 중국 내 송무는 도와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대성과 손잡고 한국 기업의 중국에서의 분쟁 해결을 돕자는 것입니다."
-중국의 많은 로펌 중에 대성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성은 동인처럼 송무가 발달한 로펌이에요.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중국 내 분쟁 해결에 착안하면서 송무 쪽에 높은 전문성을 갖춘 대성을 선택한 것인데, 대성은 중국에 43개 분사무소를 둔 중국 최대 로펌으로도 유명하지요. 여기에다 빠른 성장 등 대성이 동인과 여러 측면에서 비슷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제휴를 추진하게 되었어요."
92년 20명 변호사로 출발
이철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대성은 1992년 20명의 변호사로 출발, 2004년까지 만해도 전체 변호사가 200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중국 내 작은 법률사무소를 잇따라 합병하며 중국 최대 로펌으로 급부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회계와 경영은 분리하되 이름을 같이 쓰며 마케팅을 함께 하는 '대성식 합병'이 중국 주요 도시에 43개 사무소를 확보하고 소속 변호사 3600명이 넘는 규모로 성장하는 데 주효했다. 우선 숫자로 시장을 공략한 셈인데, 대성은 규모만 중국 최대가 아니라 중국의 다른 일류 로펌들이 위협을 느낄 만큼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성에 일을 맡기면 중국의 어느 도시에서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할 정도로 대성의 이름이 중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며 "이런 경쟁력과 자신감이 덴튼스와의 합병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대성보다 10년쯤 늦게 설립된 동인은 법원과 검찰 출신의 경력변호사들이 속속 합류하며 10년 만에 한국 10대 로펌에 진입하는 또 다른 성장신화를 써왔다. 이 대표는 "작은 규모의 로펌 두 곳을 흡수합병하기도 했지만, 동인의 설립취지와 경영방침에 공감한 재조출신 변호사들의 개별적인 합류라는 이른바 순혈주의를 통해 성장했다는 데 더욱 의미를 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동인은 그동안 여러 중소 로펌으로부터 같이 하자는 합병 제의도 수차례 받아왔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러나 "회계를 달리하는 합병은 지양해 왔다"며 "그런 합병 제의까지 받아들였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규모를 키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무부터 제휴 시작
일단 송무 중에서도 형사, 이어 송무 일반으로 업무제휴의 범위를 넓혀간다는 게 동인과 대성의 계획으로, 대성이 동인이 의뢰하는 한국 기업의 중국 내 분쟁해결을 지원한다면, 동인에선 대성이 부탁하는 한국 진출 중국 기업, 중국인의 한국 내 송사를 맡는다는 내용이다. 물론 동인과 대성엔 중국통의 중견 변호사 2명이 각각 나누어 포진, 두 로펌의 업무협조를 담당하고 있다. 얼마 전 동인으로 옮긴 김종길 변호사와 동인 소속으로 대성에 상주하고 있는 김기열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서울법대 동기인 두 김 변호사가 동인과 대성이 제휴하는 다리를 놓은 셈이다.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종길 변호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전문가로, 법무법인 태평양의 초대 북경사무소장을 거쳐 얼마 전까지 중국에서 섭외사건 처리로 유명한 환구(環球) 로펌에서 한국팀장으로 활약했다. 또 김종길 변호사보다 3년 늦은 제30회 사시에 합격한 김기열 변호사는 2007년 동인 합류 이후, 지금까지 동인에 적을 두고 일종의 파견 형태로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인의 한 가족으로 대성 합류 전엔 컨설팅 회사의 중국대표를 맡아 포스코 차이나, 금호렌트카, 코오롱글로텍, 오리온, 유라, 한국대림기업, 산업은행, 군인공제회 등 수많은 한국 기업에 법률자문 또는 컨설팅을 제공했다
두 김 변호사가 다리 놓아
제휴 얘기는 대성이 먼저 꺼냈다. 덴튼스와의 합병에 이어 한국 파트너를 물색해 온 대성이 김기열 변호사를 통해 동인과의 제휴를 타진했다. 2007년 동인에 합류했으나 실질적으론 중국에서 활동해 온 김기열 변호사의 동인과의 인연이 동인-대성 제휴라는 싹을 틔운 셈인데, 여기에 또 한 명의 중국 전문가인 김종길 변호사가 가세하며 동인-대성 제휴가 보다 구체적인 모습으로 발전했다. 북경과 서울을 오가며 동인과 대성의 제휴를 추진한 김기열 변호사는 오랫동안 중국에서 활동해 온 김종길 변호사가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자 동인 합류를 권유, 김종길 변호사가 동인에서 중국 업무를 관장하게 된 것이다.
"7년간 변호사회비 등을 내주며 김기열 변호사의 중국 내 활동을 응원해 왔는데, 대성과의 제휴라는 커다란 성과로 나타났어요."
지난 5월 북경으로 날아가 대성을 방문한 데 이어 김종길 변호사도 만나 김 변호사의 동인 합류를 매듭지은 이철 대표는 "정말 절묘하게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며 최고의 중국 전문가 두 명이 서울과 북경에서 창구를 맡게 된 동인-대성 제휴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15년간의 중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김종길 변호사는 6월부터 서울 서초동의 삼성생명 타워에 위치한 동인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기자는 얘기를 돌려 이철 대표에게 동인의 빠른 성장비결, 앞으로의 발전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재조 출신의 개별적인 합류로 10년 새 변호사 100명이 넘는 규모로 커졌는데, 동인이 재조 출신 등 중견변호사들에게 인기가 높은 배경이 궁금하다.
지분, 호봉, 정액 봉급제 없어
"다른 로펌 중엔 동인을 가리켜 별산제라고 부르는 사람도 없지 않은데 오히려 자신이 노력한 만큼 가져가는 철저한 인센티브제, 투명한 경영이 구성원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 우리 로펌엔 무임승차가 없다. 지분이나 호봉, 정액 봉급제 그런 것이 없다. 돈을 못 벌면 내가 못 번 것이지 내가 벌었는데 법인에서 안 주네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물론 건물 임대료도 내야하고 법인을 운영하려면 공동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매달 회계보고 할 때 1원 한 푼까지 투명하게 보고한다. 집행부에서 예산을 집행하지만 증빙할 수 없는 돈이 나가는 경우는 없다. 그만큼 투명하게, 정확하게 한다는 점이 변호사들의 신뢰를 받는 것 같다. 변호사들이 작은 돈이라도 내가 번 돈이 불투명하게 쓰인다고 생각하면 기분 나빠하는 데 투명하게 하니까 동인으로 사람이 몰리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어 "파트너들에게 분배를 많이 하려면 법인에서 쓰는 공동비용이 적어야 하는데 요즈음엔 구성원들이 홍보비용 등을 늘리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며 "큰 로펌에 가면 더 많은 돈을 벌지 모르지만 동인에선 내가 받을 돈이 예측된다는 것, 그 점을 파트너들이 마음 편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동인은 그동안 비변호사 고문 등을 쓰지 않고, 변호사 위주로 진용을 짜 오직 법률업무에만 집중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 대표의 얘기대로 법인 운영에 필요한 공동비용도 최소화해 누수를 줄여 온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동인이 잘 나가는 이유로 송무를 주축으로 한 높은 업무 전문성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형사와 송무에 관한 한 다른 어느 로펌에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게 동인 사람들의 의견이다. 이철 대표에 따르면, 형사 분야의 경우 검사장 이상 12명을 포함해 검사 출신만 29명이 포진한 가운데 경찰청 수사국장, 해경청장 등을 역임한 이승재 변호사 등이 가세해 일찌감치 경찰 쪽으로도 영역을 넓혀 왔다. 동인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과정에서의 대응, 이후 공판으로 이어지는 형사변론에서 높은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전 해경청장도 가세
법원 쪽도 2006년 합류해 동인의 초기 발전에 크게 기여한 홍성무 전 서울고법 수석부장과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오세빈 전 서울고법원장, 사학분쟁조정위 현 위원장인 김진권 전 서울고법원장, 현재 경찰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는 최병덕 전 사법연수원장, 손용근 전 사법연수원장 등 이름을 대면 다 알만한 중량급 변호사들이 층층이 포진해 후배들을 지휘하고 있다.
또 2014년 대한민국 중재인 대상을 받은 정운섭 변호사와 M&A 분야에서 많은 사건을 수행하는 원창연, 박성하 변호사 등 자문 분야에서도 전문성으로 무장한 여러 명의 변호사가 활약하고 있다. 특히 김성근 변호사가 팀장을 맡은 건설분쟁팀은 수많은 사건의 수행과 함께 매우 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오랫동안 조달청에서 근무한 윤태석, 이재권 변호사는 정부계약 ∙ 조달 ∙ 입찰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백종수, 이천세 변호사 등 합류
동인은 올 들어서도 백종수 전 부산검사장, 김종민 전 순천지청장, 검사 출신으로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장을 역임한 이천세 변호사, 황윤구 전 서울서부지법 수석부장, 임복규 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 중량급 변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철 대표의 표현대로, 송무 분야에 관한 한 판, 검사 출신 변호사들의 합류가 이어지며 매년 전문성이 강화되는 곳이 동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7월 현재 119명의 변호사가 포진한 동인의 파트너는 모두 69명. 이 중 판, 검사 출신이 48명으로 인적 구성에 있어서도 자문 보다는 송무 분야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철 대표는 특히 얼마 전부터 다른 로펌에서 근무하던 노동, 부동산, 금융, 기업법무 등 자문 분야의 적지 않은 변호사가 합류를 물어오거나 합류하고 있다며 자문 분야가 몰라보게 강화되고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중요한 것은 동인의 철학에 공감해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팀으로 자문분야를 확대하느냐의 문제. 이 대표는 "높은 전문성으로 무장한 팀 단위의 영입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송무 변호사들의 기업 클라이언트에서 파생되는 자문수요가 상당하다"고 송무-자문간 시너지를 강조했다.
삼성생명 타워에 위치
기자가 찾은 동인 사무실은 서울법원청사에서 가까운 강남역 인근의 삼성타운에 위치하고 있다. 역삼역 인근에 있다가 2008년 삼성생명 타워가 준공되자 3개 층을 임대해 입주한 것으로, 삼성타운에 위치한 로펌, 법무법인은 동인이 유일하다.
종래의 패턴을 뛰어넘는 새로운 발상으로 급성장해 온 동인의 향후 발전전략은 무엇일까. '함께 한다'는 의미의 동인의 다음 한 수는 동인뿐만 아니라 다른 로펌, 변호사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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