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분위기만 흉내 내도 부정경쟁행위

[김용갑 변호사]

2015-03-13     원미선
2014년 11월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매우 획기적이고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벌집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해진 소프트리 매장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구성하는 요소(trade dress)를 흉내 내어 가맹점을 운영하는 것이 부정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11. 27. 선고 2014가합524716 판결).

소프트리가 벌집아이스크림(자연상태의 벌집을 잘라 위에 얹은 모양의 아이스크림)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자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파는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 중에는 아이스크림의 형태를 모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가맹점을 모집하여 소프트리 매장과 비슷한 분위기의 매장을 연 업체까지 있었다.

그러자 소프트리는 벌집아이스크림의 형태와 매장의 분위기(trade dress)를 모방하는 것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가맹점 운영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벌집아이스크림의 형태를 모방한 것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이른바, dead copy 금지 규정)에, 소프트리 매장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간판이나 콘의 진열상태 등 6가지 구성요소를 비슷하게 모방하여 쓰는 것은 같은 호 차목(이른바 catch all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모방행위의 금지를 명했다.

2014년 1월 발효

dead copy 금지 규정은 2004년 개정에 따라 부정경쟁방지법에 도입된 것이고, 그동안 이 규정이 적용된 선례가 많이 있었지만, catch all 조항은 2014년 1월부터 발효된 것으로서 이 규정에 따라 부정경쟁행위를 인정한 것은 이 판결이 최초다. 부정경쟁방지법의 catch all 조항은 '그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catch all 조항이 도입되기 전까지 부정경쟁방지법은 이른바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에 관하여 한정적 열거주의를 취해 왔다. 그 결과 실제로는 공정한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가 있어도 한정적으로 열거된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에 포섭되지 않는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이른바 법의 공백이 있었다.

법의 공백 발생

어떤 업체가 소비자의 눈에 띄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성공하면, 상호나 상표 등 지적재산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요소를 직접 모방하지는 않으면서, 그 매장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들을 교묘하게 모방하여 소비자를 현혹시킴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고, 이런 유형의 피해를 입은 업체는 마땅히 부당함을 호소할 법규정이 없어 속만 태우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대법원은 그동안 '타인이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의 신용과 고객흡입력을 무단 이용한 것으로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는 행위'는 일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법리를 설시함으로써 법의 공백을 메꾸어 왔었다(대법원 2012.03.29. 선고 2010다20044 판결, 대법원 2001. 8. 25자 2008마1541 결정). 이들 사례에서 대법원이 불법행위로 판단했던 것은 그 실질을 들여다보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도 부정경쟁행위로 포섭할 필요가 있게 되었는데, 급변하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부정경쟁행위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정적 열거주의로는 한계가 있었으므로, 결국 일반적, 보충적 부정경쟁행위를 규정하는 catch all 조항을 두게 된 것이다.

열거주의 한계 보안

위 소프트리 판결 이후에도 catch all 조항을 적용하여 부정경쟁행위의 금지를 명한 판결례가 이어지고 있다. 타인의 상품을 사진촬영한 후 이를 프린트한 천으로 동종의 상품을 만들어 파는 것을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차목의 부정경쟁행위 또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사례도 그 중 하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1. 29. 선고 2014 가합552520 판결).

이 판결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아직 상급심의 판단을 기다려 보아야 하겠지만,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과 이에 따른 전향적 판결들이 속속 나옴에 따라 이제는 잘 나가는 타인의 아이템을 무작정 모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얌체족은 더이상 발붙이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향후 소프트리 사건에서 문제된 매장 디자인이나 진열 방법 등은 물론 이런 것들이 아니라도 실질적으로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의 중요한 특징을 모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위 catch all 조항을 적용함으로써 유효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등록 지재권 보호와 형평 논란

다만, 이 조항을 적용함으로써 등록되지 않은 불확정 요소에 대하여 등록된 지적재산권과 유사한 정도의 보호를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그 적용 범위를 무한정 확대하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직 선례가 많이 축적되어 있지 않아 어떤 기준에 따라 보호되는 것과 보호되지 않는 것을 구별할지에 관해서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소프트리 사건에서 법원이 매장에 설치된 진열장이나 선반 등 장식적 성격보다는 기능적 성격이 강한 요소에 대해서는 이 조항에 의한 보호를 인정하지 않았던 점은 기준 설정에 참고가 될 수 있겠다.

김용갑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ygkim@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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