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집행유예

[중앙지법] 21개 공소사실 중 18개 무죄M&A 관련 업무상 배임 무죄 판단 이유는…

2015-03-01     김진원
수천억원의 회사돈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이 1월 22일 부동산실명법 등 경미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이날 선 전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21개 공소사실 중 18개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부동산실명법 위반과 아들 유학자금과 급여 합계 1억 1894만원의 횡령과 미화 99만 9975달러, 한화 약 11억 7365만원 상당의 미신고 자본거래로 인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 3개 공소사실만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현재 롯데그룹으로 양도) 선 전 회장으로부터 낙찰 정보를 받고 그 대가로 400억원 등의 지급을 약속,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된 유경선 회장에 대해서도 선 전 회장에게 주기로 한 400억원의 지급을 면하기 위하여 거짓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선 전 회장의 변호인은 법무법인 세종, 대륙아주, 세줄, 율촌. 함께 기소된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은 법무법인 바른, 오늘이 변호했다.

이번 판결엔 특히 M&A 과정에서의 업무상 배임에 관한 재판부의 판단이 들어 있어 주목된다. 모두 205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판결문 중 이 부분에 관한 재판부의 판단 내용을 상세히 소개한다.

◇1차 M&A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공소사실의 요지는 선종구가 2005년 3월경 자신의 지분과 소액주주들의 지분 81.84%를 포함한 하이마트 주식 100%를 어피너티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어피너티가 하이마트 인수를 위하여 설립한 (주)하이마트홀딩스가 금융기관에서 인수자금을 대출하는 데에 하이마트 소유의 모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어피너티에 2408억 8986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하이마트에 그만큼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 어피너티의 기업인수자금을 피인수기업인 하이마트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조달하였으므로, 어피너티는 담보가치에 상응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하이마트는 손해를 입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하이마트의 부동산이 타인인 하이마트홀딩스의 채무를 위하여 담보로 제공되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우리 민법은 물권의 변동에 있어 형식주의를 취하고 있으므로 근저당권의 성립을 위해서는 물권적 합의 외에 등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하이마트 소유 부동산 등기부의 기재에 의하면 근저당권의 채무자는 하이마트로 되어 있다. 따라서 비록 채권최고액이 하이마트의 채무액뿐 아니라 하이마트홀딩스의 채무액까지 고려한 6136억원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등기부에 하이마트홀딩스가 채무자로 기재되지 아니한 이상 하이마트홀딩스의 채권자가 근저당권을 실행하거나 경매절차에서 그 근저당권에 기한 배당을 받을 수 없고, 결국 하이마트홀딩스의 채무가 변제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합병에 이르기 전까지는 하이마트가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잃게 될 위험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나아가 하이마트와 하이마트홀딩스가 합병한 이후에는 하이마트의 부동산이 합병법인의 모든 채무를 위하여 담보로 제공되는 결과가 되는 것은 맞지만, 합병이 관계법령에 의해 적법 · 유효하게 이루어진 이상 소멸된 회사의 채무는 당연히 존속한 회사에 승계되는 것이므로 합병으로 존속한 회사로서는 그 채무는 자신의 채무인 것이지, 일방의 손해와 타방의 이익을 관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만일 이 경우 하이마트홀딩스가 사실상 자본금이 없는 형식상의 회사에 불과하여 하이마트의 재산잠식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라면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이마트홀딩스는 당시 자본잉여금만 2300억원이 넘는 등 재무구조가 우수하였으므로 오로지 인수자만 이익을 얻고 피인수회사는 손해를 입는 배임적 LBO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소액주주 주식 매각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공소사실의 요지는 선종구가 소액주주들로부터 주식매각에 대한 사실상의 위임을 받아 실질적으로 주주 전체를 대표하여 어피너티와 하이마트 지분 일체에 대한 매각 협상을 진행하면서 매각정보와 협상조건, 특히 선종구가 받게 될 경영권 프리미엄 등 소액주주들과 이해가 상충되는 내용을 소액주주들에게 제공하는 등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아니하도록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에 위배하여 소액주주들에게 그 내용을 고지하지 않은 채 어피너티의 최상위 지배회사의 지분 13.7% 시가 635억원 상당을 사실상 무상으로 교부받고 소액주주 주식의 매수를 도와준 대가로 100억원을 교부받음으로써 합계 602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는 것. 검사는 예비적으로는 소액주주들의 주식 매수를 도와준 데 대한 대가 100억원은 소액주주들이 아닌 하이마트에 대한 임무위배행위로서, 즉 하이마트의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설비 및 물적 자원을 이용함으로써 얻은 것이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상 당연히 회사에 귀속시켜야 할 임무가 있음에도 개인적으로 취득하였다고 공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우선 선종구가 소액주주들의 업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특히 하이마트의 인수가 이른바 MBO, 즉 피인수회사의 경영진이 인수자집단에 포함되는 경우로서 대표이사와 소수주주와의 첨예한 이익충돌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대표이사에게 주주의 이익을 배려할 임무가 있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MBO라는 관념 자체도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선종구가 자신의 지분 전체를 하이마트홀딩스에 매각하였을 뿐 하이마트홀딩스의 주식을 보유한 바 없으므로 인수자집단에 포함되었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선종구에게 부여된 최상위 지배회사 Lux Co의 지분은 선종구에 대한 경영성과에 대한 유인책이고, 서비스 계약에 따른 100억원 역시 어피너티의 필요와 요청에 따라 선종구와의 개별약정에 의하여 소액주주들의 주식 매집을 주선한 대가로서 지급된 것으로서 전적으로 선종구 개인에게 귀속될 성질의 것이지 소액주주들에게 나누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선종구가 이를 소액주주들에게 미고지한 행위를 임무위배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고, 공소사실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였다는 논리는 선종구가 위 이익을 독점하지 않았다면 어피너티가 당연히 위 금액만큼을 다른 주주들에게 나누어 지급하였을 것임을 전제로 한다고 보이나, 명목과 성격이 다양한 M&A 소요자금 중에서 일부 항목의 자금이 줄었다면 어피너티로서는 그만큼 지출을 절감할 뿐이지, 줄어든 만큼 다른 항목의 금액을 증액할 이유는 없다고 보았다.

결국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선종구가 소액주주들의 주식 매각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거나, 어떠한 임무위배 행위를 하였다거나, 소액주주들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여 무죄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서비스 계약에 따른 100억원은 선종구가 어피너티와의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는 데 대한 반대급부로서의 성질을 가질 뿐이지 선종구가 소액주주들의 주식 매각에 있어 하이마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또한 무죄라고 판단했다.

선 전 회장은 2005년 하이마트 인수합병 과정에서 외국계 펀드인 어피너티의 인수자금 대출에 회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24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2012년 4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또 2008년 2차 매각과정에서 경쟁업체보다 2000억원이나 낮게 입찰가를 제시한 유진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할 수 있도록 이면계약을 맺고, 회사 운영 과정에서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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