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마음 졸인 1회용 즉석구이기 사건
[박창수 변호사]
2015-02-09 원미선
사연인즉, 부부를 포함 4~5명의 직원으로 알루미늄 호일 가공업을 하는 고객에게 어느 날 누가 찾아와 '캠핑용 1회용 즉석구이기' 사업을 제안했다. 많은 돈이 들어갔고,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그런데 동업을 제안한 상대방이 시제품을 들고 가서 몰래 특허출원하여 고객의 사업을 방해한다는 내용이었다.
동업자가 몰래 특허출원
고객이 개발한 1회용 즉석구이기는 작은 케이크 상자 크기의 종이 박스를 개봉하여 그 안에 숯을 넣고 박스 위에는 알루미늄 불판을 올려 고기를 구워먹은 후, 쓰레기는 위 박스 안에 넣어서 버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최근의 캠핑 붐에 부응하는 매우 참신한 제품이었다.
상대방은 고객의 거래처에 대하여 무분별한 특허침해 경고장을 남발하고 전화를 걸어 심각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거래처들은 고객에 대한 신뢰가 있었지만 특허분쟁으로 자신들도 큰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거래에 소극적인 상황이었고, 특히 고객이 어렵게 판로를 개척한 주요 대형마트 담당자는 이미 납품한 제품의 회수를 요구했다. 고객의 창고에 수 만개의 재고가 쌓여가는 등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설명을 들어보니, 고객의 흥분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상대방의 행위에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상대방의 공동출원 위반 증거가 충분치는 않아 고객이 특허를 넘겨받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재판 1년 넘기기 일쑤
고객으로부터 수임한 사건은 특허무효심판 사건이었지만, 수임범위를 넘어 무엇보다 고객의 거래처를 안심시켜 자금회전이 되도록 하는 것이 시급했다. 상대방의 특허를 무효로 만드는 근본적 해결까지 가려면 무효심판의 공방이 치열한 경우 보통 1년을 넘기기가 일쑤인데, 소규모 업체가 1년 동안 상대방의 영업방해를 버티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고객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거래업체인 대형마트와 인터넷 판매업체를 상대로 고객을 통해 우리가 분석한 상대방 특허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우리가 상대방의 특허를 분석한 내용과 해당 특허가 무효가 될 수밖에 없는 근거를 밝히고, 이 내용을 고객이 건네받아 거래처에 제공했다.
의견서에 기재된 내용은 상대방이 1회용 즉석구이기를 공동 개발하여 출원하기로 하였음에도 이를 위반한 점, 특허법에 의하면 공동발명의 경우 공동출원하지 아니하면 그 자체로 특허무효 사유가 된다는 점, 상대방의 특허는 그 출원전에 고객이 시제품을 만들어 이미 많은 사람에게 공개하여 공지가 되어서 신규성이 부정된다는 점 등이었다.
특허 우선심판도 청구
아울러 상대방의 무차별적 경고장 남발에 대해서는 고객을 도와 수사기관에 영업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하도록 하고, 특허무효심판과 병행하여 진행하였다. 관련 형사사건이 있음을 근거로 특허청에 특허무효심판의 우선심판도 청구했다.
예상했던 대로 상대방은 고객을 상대로 특허침해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만약 상대방이 신청한 가처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아니하여 가처분 결정이 나는 경우에는 나중에 상대방의 특허가 무효가 되더라도 고객으로서는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여 자칫 부도가 날 수 있었다. 가처분이 떨어지면 즉석구이기의 생산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처분 재판부에 상대방의 공동출원 위반, 상대방 특허의 출원 전 공지로 인한 신규성 상실, 진보성 흠결의 무효사유를 주장한 서면을 정리해 제출했다.
이 와중에 고객이 스트레스로 병원에 입원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생겼고, 상대방은 TV 홈쇼핑에 제품을 출시하여 고객의 위기감이 한껏 고조되었다. 그러나 2014년이 마무리되기 이틀 앞 둔 12월 29일 그토록 기다리던 특허무효 심결이 내려졌고, 1주일 후 상대방이 신청한 가처분도 기각됐다. 고객이 이긴 것이다. 특히 결과 못지않게 고객이 거래처를 유지하며 영업을 계속할 수 있어 더욱 보람을 느낀 사건이다.
특허분쟁에서는 특허의 유무효도 중요하지만, 영업환경의 악화를 잘 방어하여 나중에 소송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1회용 즉석구이기를 만든 고객은 상대방의 집요한 영업방해와 사업상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벗어났고, 해외 바이어와의 수출상담도 잘 진행되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기뻐했다.
박창수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 changsu.park@KimCh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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