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쇄연성 vs 매화락 사건

[김종길 변호사]

2015-02-04     김진원
2014년 12월 25일 베이징제3중급인민법원(법원)은 후난위성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 20여년 전 타이완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을 표절했다고 인정하고, 의 작가 위정(于正, 1978년생) 등으로 하여금 의 작가 츙야오(瓊瑤, 1938년생)에게 500만위안(한화 약 8억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츙야오는 '대만의 김수현'으로 불리는 유명작가로 우리나라에 로 방영된 시리즈, 로 방영된 , 그리고 을 포함한 시리즈 등 수많은 인기드라마를 쓴 작가이며, 위정은, 등 시리즈 드라마를 쓴 대륙의 젊은 인기작가이지만 '위차오차오(于抄抄, 중국어로 표절은 초습(抄襲)임)'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표절시비가 많은 작가이기도 하다.

'대만의 김수현' 츙야오



2014년 4월 8일, 이 후난위성TV에 방영을 시작하자마자 을 표절했다는 네티즌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주연여배우가 매체 인터뷰때 의 스토리는 에서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 을 비교해보면, 인물설정, 인물관계, 주요 플롯, 세부장면 등에서 유사한 점이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인물설정에서 의 푸차웡하다이장군, 장군의 큰 아들 푸차헝타이, 장군의 친딸 롄청, 싱다이공주, 장군의 양아들 장이천, 곽마마, 정실부인 잉웨는 각각 의 왕야, 패륵야 하오정, 바이인샹, 난형공주, 하오샹, 진마마, 정실부인 쉐루에 그대로 대응된다.

핵심플롯도 똑같아

또 의 핵심플롯인 '투룡전봉(偸龍轉鳳)'도 의 그것과 똑같다. 즉, 에서 정실부인이 측실부인보다 먼저 아들을 갖기 위하여, 자신이 막 낳은 딸(롄청)을 내보내고 사내아이(헝타이)를 데려와 바꿔치기한다. 나중에 딸을 확인하기 위하여 딸의 어깨에 홍색태기를 남긴다. 딸은 나중에 기원에 들어가 기녀가 되며, 바꿔치기한 아들(헝타이)과 사랑에 빠진다. 이때 황제가 돌연 공주를 아들에게 시집보낸다. 에선 정실부인이 측실부인보다 먼저 아들을 갖기 위하여, 자신이 막 나은 딸(바이인샹)을 내보내고, 사내아이(하오정)를 데려와 바꿔치기한다. 나중에 딸을 확인하기 위하여 어깨에 매화낙인을 남긴다. 딸은 나중에 길거리에서 거문고 연주와 노래를 하며 살아가다가 바뀌치기한 아들(하오청)과 사랑에 빠진다. 이때 황제가 돌연 공주를 아들에게 시집보낸다는 내용. 그 뿐 아니라 남자주인공이 공주와의 신혼 첫날, 공주와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고, 사랑하는 여인과 만나는 것까지도 같다.



츙야오의 방영 중단 요구

급기야 4월 15일 츙야오는 광전총국에 보내는 을 인터넷에 올렸다. "22년 전, 나는 일찍이 나의 저작 을 드라마로 찍은 바 있고, 당시에 큰 인기를 끌었다. 22년이 지난 요즈음 나는 이 드라마에 새로운 요소를 더하여 개편작업을 하느라 바빴다. 금년 봄에 의 포스터도 이미 제작하였다. 나는 모든 시간을 극본작업에 쏟아 붓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후난위성TV에서 방영하는 이 의 스토리를 전부 표절하였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극본을 대조해보니, 의 모든 스토리와 장면들이 그대로 도용되어 있다…광전총국에서 이 표절작품의 방영을 즉시 중단시켜줄 수 없는가. 나는 바다를 건너가서 판권소송을 할 힘도 없고, 소송을 시작하기도 전에 드라마 방영은 이미 끝나 있을 것이다."



위정, 표절 혐의 부인

이에 대하여 위정은 같은 날 츙야오의 공개서신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회신했다. "이는 우연이고 오해이다", "예술은 본래 계승하고 발전하여야 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으로 표절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이 회신에서 흥미롭게도 "심지어 한국드라마 은 당신의 을, 는 의 구조를 모방하였다"고 하며 한국드라마가 표절한 것에 대하여는 말하지 않으면서 왜 자신만 문제 삼느냐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츙야오와 위정의 표절논쟁이 의도하지 않은 성공적인 노이즈 마케팅이 되어 후난위성TV의 은 성급 위성TV드라마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영 중단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츙야오는 4월 28일 "드라마 의 판권침해혐의 매체성명서"를 발표했다. "결국 본인은 변호사에게 위임하여 권리침해자를 제소하여, 법률로 의 판권권익을 보호받기로 결정했다. 금일부터 잉커율사사무소의 왕쥔 변호사, 왕리얜 변호사가 나를 대리하여 발언할 것이다. 부득이하게 법률절차를 취하게 되었으므로, 본건에 대하여 나는 매체의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 여러분의 성원과 관심에 감사한다. 법률이 공정하게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 츙야오."



잉커에 법률 대리 맡겨

5월 27일, 츙야오의 변호사는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피고에는 위정 외에 제작 측인 후난징스문화전매유한공사, 동양환우영시문화유한공사, 완다영시전매유한공사, 동양싱뤼영시문화전매유한공사 등 4개 회사도 포함되었으며, 권리침해정지, 영향제거, 사죄 및 2000만위안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다음 날인 28일 이 사건을 정식 수리했다.



법원은 그 후 12월 5일에 개정하여 본건을 심리했다. 츙야오와 위정은 출석하지 않았고 쌍방의 대리인들이 출석하여 변론을 진행하고 증거조사를 진행했다. 한편 12월 11일에는 중국의 드라마 작가 109명이 연명으로 "츙야오의 법에 따른 권리주장을 지지하고, 타인의 작품에 대한 일체의 표절이나 불법개작을 견책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법원은 12월 25일 판결을 선고했는데, 본건에서 이슈로 되었던 부분들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의 저자는 츙야오

첫째, 츙야오가 드라마의 저작권자인지 여부. 위정은 드라마의 자막에는 린쥬위(林久愉)를 편극(編劇)으로 표시했고, 츙야오를 편극으로 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츙야오는 (1)소설 의 저자가 츙야오라고 주장하며, (2)의 편극인 린쥬위와 드라마 제작자가 모두 저작권자는 츙야오라고 인정하는 서면도 제출했다. 법원은 츙야오의 손을 들어주었다.



둘째, 드라마 극본의 어떤 내용이 저작권 보호대상인지 여부. 저작권은 기본적으로 사상은 보호하지 않고 표현만 보호하며, 개편과 합리적 사용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위정은 대량의 증거자료를 제출하여 의 내용 중에서 '딸을 아들과 바꿔치기한다(투룡전봉)'는 내용은 민간전설에서 이미 나오고, 그 외의 다른 내용들도 홍루몽 등에서 이미 나오므로 권리침해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츙야오는 인물관계, 스토리 구조, 내재적 논리 연결성 등을 가지고 상대방의 침해사실을 지적했다. 법관은 창작과정에서의 표현요소를 분석하여 작품의 인물설계, 스토리 구조, 내재적인 논리 연결성 등이 저작권 보호를 받는 중요요소라고 보았다. 즉, 문학작품의 인물설계, 스토리 구조, 내재적인 논리 연결성은 독창적인 사상표현을 구성하며 이런 표현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저작권 침해 인정

셋째, 법원은 다음의 세 가지 방면에서 분석한 후 이 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1)인물배치와 인물관계를 비교 대조했다. 두 작품에서의 인물 신분배치와 인물관계는 작품의 특정 스토리 전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피고는 다른 증거를 제공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원고의 독창성이 인정되고, 은 인물배치와 인물관계 배치에서 볼 때 을 개편한 것이다.



(2)작품의 플롯을 비교했다. 법원은 츙야오가 주장한 드라마 의 21개 플롯, 소설 의 17개 플롯을 분석하여, 공지의 소재로 볼 수 있는 것이 3개, 플롯의 기초는 공지의 소재에서 나왔지만 츙야오가 예술적으로 가공하여 독창성은 인정되나, 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볼 수 없는 내용이 9개, 플롯의 독창성도 인정되고 과 실질적인 유사성도 인정되는 내용이 9개라고 분석했다.



(3)작품을 전체적으로 보면 은 과 전체적인 플롯 전개과정이 기본적으로 일치하고, 일부 스토리는 배치순서에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변화는 작품의 플롯간의 내재 논리나 플롯 전개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지 못했다고 보았다.



의 발행, 배포 정지 명해

법원은 위정의 이 의 개편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하여, 500만위안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드라마 의 발행, 배포를 정지하고, 사죄하라고 판결했다.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금 500만위안은 엄청난 거액이다. 중국의 저작권법상 손해배상금을 결정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피해자의 실질손해로 계산하는 것이고, 둘째는 침해자의 위법소득으로 계산하는 것이며, 셋째는 법원이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는 것이다.



본건의 경우, 츙야오는 위정에게 드라마 제작 관련 계약과 발행 관련 계약을 제출하도록 요구하였으나, 위정은 제출하지 않았다. 그래서 추산에 의하여 2000만위안의 손해배상금을 제시했다. 법원은 피고들이 계약서를 분명히 가지고 있으면서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금액을 합리적이고 참고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이 기초 위에서 권리침해의 정도를 감안하여 500만위안으로 손해금액을 확정했다.



2000만위안의 1/4 인정

이번 판결이 주는 의미가 작지 않다. 좁게는 외국 드라마를 무차별적으로 표절하는 중국 드라마업계에 경종을 울린 것이고(최근 중국에서는 한국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과 를 합쳐서 이라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향후 한국의 드라마, 영화 또는 TV프로그램이 표절당하는 경우 법적인 수단에 호소할 수 있게 되었다. 넓게는 '산자이(山寨, 짝퉁, copy-cat)'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는 핸드폰 등 다른 산업분야에도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이다.

김종길 변호사(중국 글로벌로펌 한국팀장, jonggil.kim@globallawoffice.com.cn)

◇김종길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와 북경대 법대(LL.M)를 졸업한 중국법 전문가로, 중국 글로벌로펌의 한국업무부를 이끌고 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은 물론 중국 내 법인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법률문제에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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