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와 M&A
[이규화 변호사]
2015-01-08 김진원
그런데 1997년 말 시작되었던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PEF는 정말 생소한 개념이었다. 외환위기 당시 물밀듯이 밀려들어 왔던 외국자본 중에 일부 PEF가 그 모습을 나타낸 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후 우리의 M&A시장이 지속적으로, 때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PEF는 당당한 주역의 자리를 꿰찼고, 다른 M&A 종사자들과 그 영욕을 같이 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첫 선
외국계 PEF는 물론 이제는 소위 토종 PEF도 그 위세가 만만치 않아 투자 횟수 및 투자대상의 다양성, 투자금액 등의 면에서 상당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PEF가 관여하는 M&A는 소위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가 참여하는 전통적인 M&A와 다른 면이 많다.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아 적절한 대상에 투자를 한 후 일정한 시점이 되면 그 투자수익을 실현하여 투자자에게 환급한 후 청산하는 PEF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미 많은 분들이 그 내용을 잘 알고 있겠지만 그 중 몇 가지만 들어본다.
우선 진술보증(Representations and Warranties)의 Survival period(진술보증의 위반에 대하여 claim을 할 수 있는 기간)가 매우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경우에 따라서 Survival period의 종료시점이 거래종결(deal closing) 시점인 경우도 있다.
진술보증기간 짧은 경우 대부분
필자가 PEF를 상대방으로 거래한 경험이 일천하던 시절의 일화다. 통상적으로 진술보증 기간을 아무리 짧아도 6개월에서 1년, 길게는 2~3년까지 정하는 데 익숙해 있었던 필자는 매도인인 상대방에게서 날아온 주식매매계약서 초안에서 뜻밖의 규정을 발견하고 황당했다. 진술보증의 Survival period가 deal closing 시점까지라고 쓰여있는 것 아닌가. '설마, 실수로 잘 못 썼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대방을 만나서 협상을 하다 보니 상대방이 뻔뻔하게도(필자의 그 때 느낌은 정말 '이 사람들 정말 뻔뻔하네'였다) 잘 못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그 계약서에 따르면 closing을 하고 나면 진술보증은 무용지물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진술보증은 도대체 왜 한다는 말인가? 자신들은 PEF라 이 거래가 끝나면 그 즉시 매매대금을 투자자들에게 환급하고 바로 해산을 해야 하므로 deal closing 이후에 진술보증에 대한 책임을 확정하기 위하여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상대방 변호사가 아주 당당하게 주장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건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진술보증의 Survival period를 closing 이후 3개월로 합의할 수 있었다. 필자의 client인 매수인 측의 협상력이 더 강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진술위반 배상 보증상품도 나와
물론 PEF라 하여 당해 거래가 끝나면 바로 해산을 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존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이 있고 거래 즉시 해산을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므로 장기간은 곤란하더라도 얼마간의 Survival period를 주는 것으로 합의하는 경우도 꽤 있다. 최근에는 진술보증의 위반책임을 배상하는 보증상품도 있어 이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즉 앞의 예에서 든 매도인 PEF는 어리숙한 필자를 상대로 조금 터프하게 협상을 한 것이다. PEF의 속성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필자가 상대방의 논리를 합리적 · 효과적으로 압도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경험이다.
진술보증과 관련하여 한마디 덧붙이면 PEF가 매도인인 경우 진술보증의 범위를 통상의 M&A의 경우보다 상당히 적게 주려는 경향이 있다. PEF로서는 진술보증의 범위를 제한하여야 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이 부분 역시 단지 PEF라는 이유만으로 진술보증의 범위가 통상의 경우보다 적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므로 상대방의 논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반박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양도소득세 원천징수의무 있어
다음으로 항상 문제 되는 부분이 세금 관련 책임 이슈이다. 우리나라 세법에 따르면 비거주자로부터 우리나라 회사의 주식을 인수하는 거주자는 비거주자가 내야 하는 주식양도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국세청에 납부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 경우 매도인인 비거주자가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이 있는 나라의 거주자인 경우 그 조세조약이 일반 세법에 우선하는데, 만약 당해 조세조약에서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한국의 세금이 면제된다면 매수인인 거주자는 사실상 원천징수를 하지 않아도 된다. 아주 간단한 규정이다.
그런데 이 규정은 비거주자인 PEF와 거래를 할 때에는 매우 조심하여야 하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도인인 PEF가 우리나라와의 조세조약상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이 면제되는 벨기에에 설립된 회사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전에는 간단히 조세조약을 살펴보고 매도인인 PEF에게 양도소득에 대한 국내 세금이 면제되므로 매수인은 이를 원천징수하지 않았고, 문제도 없었다. 그러나 외국의 PEF들이 국내 투자자산을 처분하여 이익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투자수익에 대비하여 조세조약을 근거로 국내에는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위 '먹튀' 논란이 거세지자 세법의 기본원칙인 '실질과세의 원칙'을 근거로 이러한 양도차익에 대하여 세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실제로 소송으로 발전하는 케이스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먹튀' 논란에 과세 움직임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만약 국내 주식에 투자한 외국의 PEF가 당해 국가(예를 들어 당해 PEF가 벨기에에서 설립되었다면 벨기에)에서는 정상적인 사업활동이 없고 한국 내에서의 거래행위도 독자적인 경제적 이익과 사업목적 없이 원투자자(예를 들어 PEF에 투자한 투자자들)를 위한 형식상의 거래당사자의 역할만 수행한 것일 뿐 그 실질적인 거래주체는 원투자자이며 당해 PEF의 벨기에 거주자로서의 지위는 오로지 원투자자의 조세회피만을 목적으로 한 것임(조세조약을 활용하여)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조세면제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도인인 PEF가 양도소득에 대한 국내 세금이 면제되는 조세조약이 있는 국가에서 설립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만연히 원천징수 의무를 게을리 하였다가 앞의 이유로 원천징수를 하였어야 한다는 판단이 나오면 매수인이 나중에 원천징수하였어야만 하는 세금액은 물론 그 가산세까지 부담하는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PEF와 거래를 할 때에는 원천징수의무에 대한 주의를 게을리하면 큰 코 다치는 경우가 생기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 매수인으로서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일단 원천징수를 하여 국세청에 납부한 후 매도인인 PEF로 하여금 경정청구를 하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PEF는 자신들이 조세회피를 위한 허울만의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여 이미 낸 세금을 반환받으면 되므로 매수인으로서는 부담이 없는 좋은 방안이라 하겠다.
다음으로 가능한 방안은 일단 원천징수는 하지 않되 매도인인 당해 PEF의 모기업에게 원천징수의무가 발생하는 경우에 대한 보증을 서게 한다거나 또는 국세청에서 매수인에게 과세할 위험이 있는 원천징수세액(가산세 포함) 상당액을 과세할 수 있는 부과 제척기간이 종료할 때까지 에스크로(escrow)에 예치하게 하는 방안도 있다. 물론 어떤 경우이든 매도인인 PEF로서는 부담이 되는 방안이라 거부반응을 보여 협상과정이 순탄치는 않겠으나 매수인으로서는 어떠한 방안으로든 원천징수의무에 따른 책임을 지는 일이 없도록 충분한 장치를 계약서에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투자회수규정 반드시 포함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이 Exit Strategy이다. PEF의 경우 일정한 투자기간이 지나면 그 수익을 현실화하여 투자자에게 환급하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기간의 짧고 긴 차이점이 있기는 하나 언젠가는 그 투자금을 회수하여야만 한다. 따라서 PEF와 합작하는 경우에는 합작계약서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이 반드시 들어가게 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방안 중의 하나가 IPO이다. 즉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당해 회사를 상장하도록 하는 의무규정을 두어 자신이 투자한 자금을 상장과정에서 또는 그 이후 시장에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장이 예정대로 문제없이 이루어지는 경우라면 큰 문제가 없으나 예정했던 시점에 상장이 되지 못한 경우에는 누가 그 책임을 지는지에 대하여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굉장히 많다. 따라서 계약서에 상장규정을 넣는 경우에는 그 문구를 작성함에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필자가 대리하였던 케이스에서도 예상하였던 시점에 여러 가지 사유로 상장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심각한 분쟁이 생겨 소송으로 갈 뻔한 적이 있었다. 당시 필자의 client가 당해 PEF가 보유한 주식을 사주는 것으로 해결이 되어 더 큰 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계약서 규정을 놓고 이를 어떻게 하면 필자의 client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지, 어떤 근거로 client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는 지에 대하여 고민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물론 상장 이외에도 Put-Call Option 등 소위 Exit Strategy에 관한 논의가 당연히 따른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Put-Call Option 등 논의
PEF는 그 자체로 훌륭한 투자기구이며 M&A의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거치며 경험하였던 PEF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가지고 PEF를 대하는 경우가 많다. PEF 없는 M&A 시장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이즈음, 오히려 이러한 선입견을 버리고 PEF의 특징을 인정하고 그 장점을 잘 살려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실제로 우리가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규화 변호사(kyuwha.lee@leeko.com)
◇법무법인 광장의 M&A팀을 이끌고 있는 이규화 변호사는 한글과컴퓨터 인수, 금호생명 인수, 대우조선해양 매각 자문 등 수많은 M&A 거래를 수행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미 튤레인대 로스쿨(JD)로 유학, 뉴욕주 변호사 자격까지 갖췄으며, 국내외 매체로부터 M&A 분야를 대표하는 리딩 로이어로 단골로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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