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항암치료 받으면서도 시부모 병수발한 아내와 이혼 불가"
[서울가법] 혼외자녀 둔 남편의 이혼청구 기각
2014-10-02 김덕성
서울가정법원 권양희 판사는 9월 19일 남편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소송(2013드단31796)에서 "남편에게 혼인파탄의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판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1991년경부터 수시로 가출하여 연락을 두절했는데, 결국 1997년경부터 C씨와 동거하면서 그 사이에 두 자녀를 두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앞서 B씨는 A씨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A씨와의 혼인신고를 마치고 자녀를 포태하는 등 신혼 초부터 A씨 부모와 사이에 갈등을 빚었고, B씨가 두 자녀를 출산하면서 A씨의 부모가 피고를 받아들여 주었지만, A씨의 경제적 나태와 A씨 부모와의 깊은 갈등으로 A와 B씨는 평탄하지 못한 혼인생활을 하였다
A씨의 부모는 A씨가 가출한 1999년경부터 B씨와 자녀들의 생활비 중 일부를 보조해 주면서, 자녀들에게 '여러 가지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있는 너희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엄마 노고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거나, 유방암 수술을 마친 B씨에게 '신의 은총으로 새해에는 건강을 되찾기를 간절히 기원한다'는 내용으로 연하장을 보내주었고, 자녀들의 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에도 참석하는 등 B씨 및 자녀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B씨는 2009년 유방암으로 왼쪽 가슴 절제술을 받았고 이어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항암치료 중에도 A씨의 어머니 즉, 시어머니가 목디스크로 인한 전신마비로 입원하였을 당시 시어머니를 간병했고, 2012년 12월 시아버지가 대장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에도 수시로 문병을 가는 등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했다.
그러던 중 A씨의 아버지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2013년 4월 병원에서 퇴원했다. A씨는 그로부터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 B씨에 대하여 이혼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B씨는 이혼소장을 수령했음에도 같은 해 6월 작고한 시아버지의 빈소를 끝까지 지켰고, A씨 역시 B씨에게 이혼 소송에 대한 아무런 언급조차 하지 아니한 채 조문객들에게 B씨를 아내로 소개하면서 장례 절차를 마쳤다.
권 판사는 "원고의 가출 이후 피고가 원고 아버지 명의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원고의 부모로부터 생활비를 보조받아 과외 등으로 수입을 얻어 자녀들을 훌륭하게 양육하였고, 자신이 유방암으로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던 기간 동안에도 원고 부모의 간병을 하고 안부를 묻는 등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 왔을 뿐 아니라, 원고의 아버지가 사망하였을 당시에는 이 사건 소가 계속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아내로서 빈소를 지키는 등 최선을 다하여 가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했다"며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권 판사는 이어 "가사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 할지라도 이는, 혼인 초기 피고와 원고 부모 사이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아니하고 수차례에 걸쳐 가출하여 결국 C와 동거하면서 그 사이에 혼외자녀들을 두기까지 하였고, 아버지가 생활비를 보조해 주면서 피고와 두 자녀를 보살펴 왔음에도 아버지가 암으로 위중한 상태에 있었던 시점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며, 원고로부터 이혼 요구를 받으면서도 원고 아버지의 빈소를 지킨 피고와 원고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청소년기를 지내고 성년에 이른 두 자녀들에 대한 아무런 책임감조차 없이 피고와 자녀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버지 명의 아파트에 자신과 여동생의 공동 명의로 상속등기를 마치고 아버지가 생전에 지급하던 생활비의 지급조차 중단한 채 피고와 자녀들에게 아파트에서 퇴거할 것을 요구하는 등 배우자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부양의무, 성실의무, 동거의무 등 모든 의무를 저버린 원고에게 그 혼인파탄의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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