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제대로 알고 즐기기
[이종혁 변호사]
2014-09-15 김진원
하지만 여행의 기쁨도 잠시, 귀국길에 세관신고대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작아진다. '신고사항 없음'으로 체크된 신고서를 세관공무원에게 건네고 내딛는 발걸음은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입국장 출구를 통과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다. 하지만 불운한(?) 일부는 검색대로 인도되어 '범법자'의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선량한 우리들이 해외여행의 끝에 겪게 되는 이 불편한 스릴을 피할 방법은 없을까? 답은 간단하다. 제대로 알면 된다.
먼저 면세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한 마디로 물품을 면세로 즉 세금 없이 판매하는 점포이다. 사실 이 정도 설명으로 충분하지만, 독자들의 호기심 충족을 위하여 조금 더 이론적으로 들어가 본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물품을 살 때 그 가격에는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등 여러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 수입물품이라면 관세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세금을 묶어서 보통 소비세라고 부르는데, 물품을 소비할 때에 붙는 세금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소비지국과세 원칙
그런데 소비세에 대해서는 '소비지국과세'라는 원칙이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즉 그 물품이 실제로 소비되는 나라에서 소비세를 물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떠한 물품이 우리나라에서 소비되지 않고 외국으로 나가버린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세를 물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실제로 그 물품이 소비되는 외국에서 소비세를 물리는 것이 공평에 맞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물품이라도 우리나라에서 소비되지 않고 외국으로 나갈 것이 분명하다면 소비세를 면제해주자는 생각에서 면세점이 생겼다. 면세점은 또 외국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국내 물품의 판매를 촉진시키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다만, 면세점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게 면세점에서 파는 물품은 반드시 외국으로 나가야만 한다. 왜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은 출국장을 지나서야만 받을 수 있는지 이제 이해가 될 것이다.
1인당 구입한도 3000달러
면세점은 일종의 특혜이므로 국가가 엄격히 관리한다. 내국인이 국내의 면세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의 가격도 1인당 3000달러로 한도가 정해져 있다. 유의할 점은 국내의 면세점에서 3000달러까지 구매할 수 있다고 하여도, 그 물품을 그대로 국내로 가지고 들어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면세점에서 물품을 면세로 판매하는 이유는 그 물품이 외국으로 나가서 소비될 것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물품이 그대로 국내로 돌아올 것이라면, 거기에 면세혜택을 줄 이유는 없다. 결국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외국으로 나갔다면, 이제 그 물품은 외국물품으로 취급된다. 때문에 면세점에서 구입한 물품을 국내로 가지고 들어올 경우에는 외국에서 물품을 사온 경우와 같이 관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세관공무원이 입국하는 사람의 가방을 모두 열어볼 수는 없기에 약간의 에누리를 두었다. 즉, 국내로 들여오는 물품가격 400달러까지는 국내의 면세점에서 구입했건 외국의 면세점에서 샀건 세금을 매기지 않는데, 이를 면세한도라고 부른다. 또 여행객의 편의를 위하여 일정 범위의 술, 담배, 향수는 400달러의 면세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 예컨대 술은 1병까지는 면세고, 2병째부터 다른 물품과 합쳐 400달러의 면세한도가 적용된다. 물론 면세한도를 넘는 부분은 세금을 내야하므로 입국할 때 세관신고를 하여야 한다.
걸리면 가산세까지 물어야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 가장 흔한 실수는 면세점 '구매한도'와 '면세한도'를 착각하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면세점에서 3000달러까지 물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세금 없이 다시 들여올 수 있는 한도는 400달러에 한정되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세관신고를 하여야 한다. 명품가방 하나만 사도 여행비를 뽑는다는 '속설'은 믿을 말이 못된다.
둘째, 면세한도를 가족으로 합산하여 계산하는 것도 잘못이다. 면세한도는 개인별로 계산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4인 가족이 여행을 하면서 엄마가 1500달러짜리 명품가방을 산 경우에, 1인당 400달러씩 합하여 4인 가족의 면세한도를 1600달러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엄마의 면세한도는 400달러이므로 나머지 1100달러에 대해서는 세관신고를 하여야 한다.
셋째, 면세한도를 초과하여도 일단 세관신고를 하지 않고, 운이 나빠 걸리면 그때 세금을 내면 된다는 생각도 잘못이다. 면세점 쇼핑 정보는 곧바로 세관에 전송되기 때문에, 면세한도를 훌쩍 넘는 쇼핑을 한 사람의 이름은 이미 입국장 세관공무원이 알고 있다.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검색대로 불려가게 될 경우 세금에 더하여 무거운 가산세까지 물어야 하고, 심하면 블랙리스트에 오르거나 형사입건 될 수도 있다. 세관신고를 안 하고도 용케 무사통과하였다는 사람들의 말은 이제 오래 전 ‘무용담’ 정도로 흘려버리는 것이 현명하다.
미리 세금 계산 가능
독자 중에는 면세한도 400달러를 지키면서 쇼핑을 즐기기 어렵다고 불평할지도 모른다. 반가운 소식은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면세한도를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올리기로 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반드시 면세한도 내에서만 물품을 살 것이 아니라 면세한도를 초과하고 이후 세관신고를 하더라도 면세점에서 물품을 사는 것이 훨씬 유리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관세청 홈페이지에서 세관신고 할 때 납부할 세금을 계산할 수 있으니, 미리 계산해 보고 가장 이익이 되는 방법으로 쇼핑을 즐기는 자세가 현명해 보인다.
이종혁 변호사(jonghlee@yulchon.com)
◇이종혁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이던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USC대 로스쿨(LLM)을 졸업했다. 한국과 미국 뉴욕주 변호사이며, 글로벌 로펌인 Steptoe & Johnson 워싱턴사무소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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