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치매 아내 살해하고 자살 기도한 80대 치매 노인 집행유예

[남부지법] "수감생활 감당 어려워"

2014-05-13     김진원
치매 상태인 부인을 살해한 후 자살을 기도한 80대의 치매 노인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박종택 부장판사)는 4월 25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80대의 한 모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한씨는 치매에 걸린 부인(79)이 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고관절 수술, 고혈압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며, 자신도 우울증과 불면증 등으로 부인의 병간호가 힘들어지자 2013년 8월 4일 오전 6시경 서울 가양동의 아파트에서 부인을 살해했다. 이어 부인을 살해한 직후 자신도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쳐 기소됐다.

재판부에 따르면, 한씨는 부인과 약 56년 동안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였고, 두 딸이 결혼한 이후 수 십년 정도 부인과 단둘이 살아왔다. 10여년 전부터는 치매와 고혈압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부인을 홀로 간호하여 왔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유족들이자 피고인의 가족인 두 딸과 외손자 등이 피고인의 사정을 안타까워하면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피고인은 현재 82세의 고령이고, 이 사건 이전부터 치매와 우울증 증세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으로 해리성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고 있어 이 사건 직후 병원에 입원하였을 때 부인이 사망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가족들에게 피해자가 왜 면회를 오지 않는지를 묻기도 하는 등 수감생활을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1979년의 벌금형 이후로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하기로 한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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