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DIC 계약표준의 러시아실무 도입 전망
[Art de Lex]
2014-04-09 김진원
러시아 건설산업은 수년간 꾸준한 성장세에 있다. 최근 5~6년 동안 러시아 행정부는 교통, 부대복리, 전력, 건강보건, 교육, 주거주택 분야 인프라 개발에 관한 여러 연방프로그램을 승인했다. 2020년까지 교통시설 건설 부문에만 현재 환율기준 미화 약 2000억 달러에 이르는 7조 루블이 투자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시설에만 7조 루블 투자
2012년 5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장기 국가 경제정책에 관한' 대통령령 N596을 공포했으며, 러시아 투자환경 개선 및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방안마련을 우선적으로 지시했다. 이러한 방편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포함한다.
-건설, 부대시설 연결, 세제감면, 조세행정, 관세행정 관련 사업주체에 대한 행정절차 지원 및 요금할인
-외국 첨단기술, 운영 노하우 유치 및 국도건설사업 입찰매매 참가 유도를 위한 제도적 장치 고안
이러한 관점에서 러시아 건설사업은 외국 투자자와 건설기업에게 높은 투자매력을 지니고 있다. 외국 기업의 대규모 러시아 건설시장 진출로 인해 러시아에서는 건설프로젝트 투자환경 그리고 사업참여 주체의 작업표준에 관한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또한 공사관계인 모두가 순응할 수 있으며, 건설발주자, 건설시공자, 투자자의 이익에 상응하는 통합협력시스템의 구축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협력시스템의 예로는 가장 먼저 FIDIC 규정을 꼽을 수 있다.
건설계약기준 전무
관례적으로 러시아 계약실무에는 건설계약기준의 존재가 전무하다. 건설계약은 대개 도급회사가 필요로 하여 독자적으로 작성되는데, 이후 내용은 발주자와의 협의로 소정의 수정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형식의 계약체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외국 시공사 및 투자자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1)이러한 계약은 일방의 편익에만 치중하여 막대한 이익불균형을 야기한다.
2)이러한 계약은 향후 잠재적으로 사업실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소를 내재한다.
3)국제실무와 상반된 러시아 건설계약 실무, 그리고 계약조항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외국 사업체가 사업과정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
러시아의 WTO 가입 또한 FIDIC 규정의 러시아 도입을 부추기고 있는데, 이로 인해 러시아 기업은 경쟁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러시아에는 외국 기관투자자와 외국 은행을 위한 건설투자 환경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알마즈 갈리예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현재 FIDIC와 EBRD간 체결된 협의안에 따라 EBRD는 FIDIC 계약시스템을 적용한 기업에 한하여 자금을 지원한다.
수년간 여러 시도 있어
FIDIC 계약표준의 시장 상용화는 잠시 지연 중에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이미 지난 수년간 실무도입을 위한 여러 시도들이 있었다.
2011년 4월 21일 드미트리 코작크 러시아 부총리가 소집한 특별회담에 시공협회, 개발자협회 및 관련 건설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에서 국내 협회들은 FIDIC 표준에 근거한 통합계약표준의 제작임무를 부여받았다. National Builders Association(NOSTROI), National Developers Association(NOP), FIDIC 대표단은 2013년 10월 16일 러시아법제상 특징과 건설실무를 반영한 표준계약의 고안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상기 대통령령 N596의 시행을 위하여 교통부는 FIDIC 계약표준 도입 필요성을 제시하는 여러 안건을 준비했으며, 이로써 2013년 7월 23일 러시아 행정부는 '엔지니어링 및 산업디자인 분야 지침서(로드맵) 승인에 관한' 총리령 N1300-r을 공포했다. 이 법령은 러시아가 금속, 석유화학 등과 같은 추출산업 분야에서 첨단기술 프로젝트의 EPC(M) 역량을 선진국보다 뒤쳐지지 않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승인된 로드맵에 따르면, FIDIC 계약을 포함한 EPC(M) 계약의 2013년 내수시장 점유액은 미화 33~49억 달러(1% 미만)로 확인됐다. 이는 건설시장에서 FIDIC 계약의 미미한 활용율을 보여주지만, 로드맵은 2018년까지 25~30%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점치고 있다.
EPC 계약 점유율 늘어날 것
이처럼 현재 러시아에선 FIDIC의 경험과 이의 국내 법제화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 미래를 위한 우선사업으로 장려되고 있다. FIDIC 표준의 러시아 상용화를 방해하는 주된 요인으로는 러시아 민법규정과 상반된 계약조항, 그리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러시아 법조계의 통일된 의견의 부재로 볼 수 있다.
[준거법 문제]
표준계약에 의하면, 계약은 제안서 부록에 명시된 국가(또는 기타 관할)의 법률에 따라 규율된다. 러시아연방 민법전 1210조에 따르면, 당사자들은 계약체결시 또는 이후에 합의로 당사자간의 계약상 권리와 의무를 규율하는 준거법을 정할 수 있다. 이때 지정된 준거법은 제3자의 권리침해 없이 소유권 및 기타 물권의 발생과 소멸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만약 러시아연방 영역내에서 건설사업이 진행되었으나 당사자들이 외국 법률을 준거법으로 채택할 경우, 해당 법률은 임의법규에 한에서 적용된다.
임의법규에 한해 적용
러시아법제상 강행법규는 계약상 러시아 법률이 준거법으로 설정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적으로 적용되며, 러시아연방 민법전 1192조 규정에 따라 당사자들이 지정한 준거법은 러시아연방의 강행규정에 관하여 효력이 없다.
러시아법제상 강행규정은 상거래 당사자의 권리보장과 이익보호를 위해 강행규정의 명시화 또는 특별 의미부여를 통해 준거법 지정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 관계를 규율한다(국제사법상 절대적 강행규정). 즉, 당사자는 러시아법이 아닌 다른 나라의 법을 계약의 준거법으로 설정할 경우, 일부 조항이 러시아법규에 따라 강제적으로 적용, 해석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규정은 대개 도시개발규제, 회계, 제3자 피해보상에 관한 조항에 존재한다.
[지식재산권]
FIDIC 표준계약에 따르면, 계약당사자간 건설설계에 대한 저작권, 그리고 도급업자(또는 그의 이름으로)가 제작한 기타 건설설계도에 관한 지식재산권은 도급업자에게 있다. 이 FIDIC 조항은 당사자들의 지식재산권을 인정하는 러시아법규와는 상반된 규정을 담고 있다. 러시아법제상 저작권(작품에 대한 지재권)은 지식재산에 대한 재산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 규정은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식재산에 대한 소유권은 별개
지식재산에 대한 소유권은 지식재산권과는 별개로 존재하며 보호받는다. 예로 러시아연방 민법전 1227조에 따르면, 지식재산권은 지식행위의 결과물 또는 상호가 반영된 유형자산(물건)에 대한 소유권과는 관계가 없으며, 물건에 대한 소유권 양도의 효과로, 해당 물건에 반영된 지식행위의 결과물 또는 상호에 대한 지식재산권은 양도 · 이전되지 않는다. 작품에 대한 독점권을 소지하였으나 작품의 저작자가 아닌 자가 작품 원본을 처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작품에 대한 독점권은 계약이 다른 경우를 정하지 않은 경우 원저작권자에게 이전된다.
[도시개발법과의 상반관계]
FIDIC이 정하는 도급업자의 책무는 대개 러시아연방 도시개발법전의 규정과 상응하나, 러시아 도시개발법규 그리고 계약실무가 규정하는 사항에 비해 그 정도가 제한된 편이다. 도급업자는 발주자의 요구사항, 설계도면, 기술기준에 따라 계약대상에 대한 작업을 실행하며, 이 외 다음과 같은 의무를 이행한다.
-발주자 및 시공감리 관련 국가기관의 건설부지에 대한 접근 보장
-특정인에게 필요서류 제공
-시공검사 실행
-준공검사 이행보장
-설계감리 이행(계약서에 표기되어 있을 경우에 한하여)
[계약이행 보증]
FIDIC 표준에 따르면, 도급업자는 (사비로) 제안서 부록에 명시된 금액과 통화로 계약이행 보증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계약이행 보증'이란 담보보증(또는 여러 개의 담보보증)을 의미한다. 러시아연방 민법전 23절에 따르면 계약이행은 위약, 저당, 보석, 채무자의 재산점유, 담보, 은행지급보증 및 러시아법규 또는 계약이 정한 다른 방법으로 보증되며, 러시아 계약실무에서는 주로 위 방법들을 혼합하여 사용한다.
[도급업자 대표인의 권한위임]
FIDIC 표준계약에는 도급업자의 대표권자가 자기의 권리, 역할, 권한을 특정인에게 위임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때 권한위임과 위임의 취소는 기술시공자가 도급업자의 서명이 날인된 사전통보를 받은 이후에 그 효력을 발생한다. 사전통보에는 특정의 수임인과 위임되거나 위임이 취소되는 권리, 역할, 권한의 범위가 표기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권한)의 재위임은 러시아연방 민법 규정에 상응하지 않는다(187조). 러시아연방 민법전 187조 규정에 따르면, 수임인은 위임받은 권한을 직접 행사해야 한다. 권한을 제3자에게 재위임하는 것은 위임장이 이를 규정하거나, 위임장이 재위임을 금지하지 않음과 동시에 위임인의 이익보호를 위해 정황상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가능하다.
재위임 사실 적시에 통지해야
자신의 권한을 제3자에게 재위임한 수임인은 위임인에게 이를 적시에 통지해야 하며, 권리가 재위임된 제3자에 대한 중요정보를 알려야 한다. 해당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권한을 재위임한 수임인은 제3자에 대한 책임을 직접 져야 한다.
[도급업자의 작업과정 보고]
준공확인 관련 건설실무, KS-2와 KS-3 서식 회계기록, 건설위험부담 조율 분야에도 FIDIC 계약표준의 도입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선 러시아 세무회계에 대한 식견이 의무적으로 필요하다. Yellow Book, Red Book 표준에 따르면, 작업결과물에 대한 소유권과 위험부담은 단계별로 준공증명서의 서명날인 이후에 발주자에게 이전된다. 한편 Red Book 표준은 러시아 건설회계장부 기준인 KS-2와 KS-3의 매월 서명날인을 요구하지 않는다.
[인사노무]
FIDIC 표준계약 중 ‘인사 및 인력’에 관한 조항은 상당한 수정이 필요하며, 이 중 양자간의 책무 그리고 계약에 사용된 전문용어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작업이 요구된다. 이 표준조항은 국제건설계약의 특징을 반영하는데, 이는 여러 표준조항에 의해서('노동법규'에 관한 6.4항목, '근로시간'에 관한 6.5항목, '근로 보호'에 관한 6.7항목) 건설도급계약과 전혀 관계없는 도급업자-노동자간의 관계가 규율될 수 있는 점이다. 러시아에서 노동법규의 적용, 근로시간 등의 문제는 러시아연방 노동법전에 따라서 규제되며, 이러한 측면에서 민법 규칙인 '계약자유의 원칙'은 본 표준항목에 적용될 수 없다. 도급업자와 그가 고용한 노동자(직원)간의 노무관계는 건설도급계약 관점에선 제3자와의 관계이므로, 도급업자가 고용한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 관련 규정은 건설도급계약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로열티]
FIDIC 표준계약 중 '로열티'에 관한 7.8항목은 계약내용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권유되며, 라이선스, 허가 및 승인 관련 지불금에 관한 문제는 '허가, 라이선스 또는 승인'에 관한 2.2항목으로 이전시켜야 한다. 이는 로열티란 개념이 FIDIC 계약상 그리고 러시아법제상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인데, 예로 영국에서는 본 개념을 '광물채굴 라이선스'로 해석하며, 러시아연방 세법전은 이를 보다 넓은 의미로 '지식재산에 대한 라이선스 사용료(로열티 포함)'로 이해한다.
[손해배상]
Red Book에 따라 도급업자는 '공사완료기간'에 관한 8.2조항을 위반할 경우 '도급업자의 항의' 관련 2.5조항에 따라 발주자에게 제안서 부록에 표기된, 공사기간 만료일로부터 최종수락확인서에 명시된 사실상 완공일까지 입은 손해를 매일 단위로 산정한 배상액, 즉 확정손해배상액 (liquidated damanges)을 배상해야 한다. 이때 총 배상액은 제안서 부록에 표기된 확정손해배상액의 한도를 넘을 수 없다(사전에 이를 정했을 경우).
러시아법규, 판례에 위반
하지만 해당 조항은 러시아법규와 손해배상 관련 법원 판례에 위반된다. 러시아 사법부는 당사자들이 일정의 위약금 지불의무를 사전에 규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확정손해배상에 관한 FIDIC 표준조항은 전부 삭제되어야 하며, 이를 현지실무에서 통용되는 위약금 산정방식으로 교체하는 방편이 요구된다.
[보증기간의 연장]
Red Book에 정해진 바에 따르면, 계약대상, 계약대상의 일부 또는 중요시설(수용 이후, 상황에 따라)이 하자 또는 훼손으로 인해 사용목적에 따라 활용될 수 없을 경우, 발주자는 계약대상 또는 계약대상의 일부에 대해 보증기간을 연장할 권리가 있다.
2년 이상 연장 불가
하지만 보증기간은 2년 이상 연장될 수 없다. 러시아연방 민법전 755조에 의하면, 건설도급계약에 따른 보증기간은 도급업자의 하자로 인해 시설운용이 불가한 전체기간 동안 정지 없이 제척되어야 한다(러시아연방 민법전 755조 3항). 본 러시아연방 민법규정은 강행법규성을 지니며, 당사자들은 다른 임의규정을 설정할 수 없다. 따라서 보증의 제척기간 관련 분쟁발생시 FIDIC의 보증기간 연장에 관한 규정은 러시아법규에 위반되어 적용될 수 없다.
앞에서 우리는 FIDIC 표준계약 조항과 러시아법제 및 계약실무와의 여러 차이점을 살펴보았다. FIDIC의 러시아 도입은 현지 사고방식의 차이와 난해한 건설규제로 인해 장미빛 전망으로 여겨졌지만, 국제건설표준 도입에 대한 최근 비즈니스 사회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여전히 러시아에는 제도적 비일관성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FIDIC 건설표준의 러시아 도입 지연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Gazprom', 'Inter RAO UES', 'Mechel'와 같은 대기업의 FIDIC 계약표준 사용횟수 증가를 그 증거로 꼽을 수 있다. 이처럼 FIDIC 계약표준의 러시아도입은 사업당사자에게 보다 효과적이며 투명한 건설프로젝트 실현장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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