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낸 세금을 돌려받는 방법
[이종혁 변호사]
2014-04-04 김진원
절세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앞으로 낼 세금을 줄이는 것이고, 둘은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는 방법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절세 방법은 전자이다. 절세를 소개하는 방법들은 대부분 앞으로 어떻게 세금을 줄일 지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이미 낸 세금에 대한 절세는 그 말부터 왠지 생소하다. 하지만 오래된 책 속에서 전에 숨겨두었던 지폐를 발견할 때처럼, 이미 냈던 세금을 돌려받을 때의 기쁨은 두 배가 된다.
원천징수 후 연말정산
이미 낸 세금을 어느 경우에 돌려받을 수 있을까? 월급쟁이라면 우선 연말정산을 떠올릴 것이다. 보통 '13월의 보너스'라고 부르지만, 그 돈은 회사가 주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가 이미 낸 세금에 대해서 국가가 받을 만큼만 받고 나머지를 돌려주는 것이다. 원래 소득세는 1년 치 소득을 몰아서 한 번 내는 세금이다. 그런데 월급쟁이들은 매달 일정하게 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에 국가는 아예 지급되는 월급에서 세금을 먼저 떼어 받는다. 이것을 원천징수라고 하는데, 국가 입장에서 손쉽게 소득세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국가는 근로자가 1년 동안 납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세를 추정해서 매월 월급에서 떼어 간다. 정확히는 추정치보다 조금 더 넉넉하게 떼어 간다. 덜 떼었다가 나중에 몰아서 더 내라고 하면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말에 1년 치 소득이 확정되면, 내야 할 세금과 이미 걷은 세금을 비교해서 정산을 한다. 이것이 바로 연말정산이다. 국가는 근로자로부터 세금을 넉넉히 떼어 가기 때문에 대개는 세금을 환급해 준다. 결국 조삼모사(朝三暮四)이지만, 국민들에게 '13월의 보너스'의 기쁨을 누리도록 한 셈이다.
여기서 세금을 많이 환급받는 방법은 간단하다. 소득세는 소득에서 각종 공제항목을 뺀 금액에 매겨진다. 소득은 이미 고정된 상태이니, 각종 공제항목을 빠짐없이 잘 챙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소득공제 항목에 무엇이 있고 얼마나 되는지는 해마다 바뀌므로 매년 미리미리 챙겨야 한다. 반대로 이를 소홀히 한 사람들에게는 '13월의 세금'이 기다릴 뿐이다. 직장인이 절세를 하려면 소득공제 항목을 잘 챙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실 세법에서 원천징수와 연말정산은 직장인들에게만 적용되는 특별한 제도이다. 이제 논의의 범위를 일반적인 세법의 경우로 더 넓혀서 살펴보기로 하자. 이 부분 설명을 위해서는 납세의무의 이론적 검토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조금 어렵더라도 이론적인 설명을 풀어 본다.
다음해 5월말까지 신고하면 돼
우리가 세금을 내는 이유는 '납세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납세의무는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여기서 납세의무의 '확정'이라는 개념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보자. A는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데 오늘 100만원을 벌었다고 치자. 그러면 A는 당장 이 100만원의 소득에 대해서 소득세를 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앞에서도 설명하였듯이 소득세는 1년 치 소득을 몰아서 한 번 내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이 단계까지는 A는 나중에 소득세를 부담할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 소득세를 내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A는 소득세법에 따라 그 다음해 5월말까지 지난 1년 치 소득과 각종 공제항목들을 종합한 금액들을 신고해야 한다. 이때 비로소 A가 내야할 세금이 정해진다. 이 단계가 바로 납세의무의 확정이다.
대부분은 신고납세방식
여기서 주목할 점은 소득세는 납세자가 스스로 세액을 신고하면 그대로 확정된다는 것인데, 이를 신고납세방식이라고 한다. 반대로 국가가 납세의무를 직접 확정하는 방식도 있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 대부분의 세금은 신고납세방식이므로 이것만 살펴도 무방할 듯싶다.
그렇다면 국가는 왜 납세자에게 납세의무를 스스로 정하도록 하였을까? 내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썼는지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국가가 개인의 활동을 일일이 확인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일단 납세자를 신뢰하고 납세자로 하여금 성실신고를 유도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라고 본 것이다.
적게 신고하였다면 수정신고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납세자가 스스로 신고한 대로 납세의무가 확정된다면, 과연 납세자들이 사실대로 신고하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사업자들이 매출액을 줄여서 신고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 납세자가 세금을 줄여서 신고하더라도 일단 신고한 대로 납세의무는 확정된다. 그러나 이렇게 확정되었다고 해서 진정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과세관청은 원칙적으로 그로부터 5년의 제척기간 내라면 언제든지 사실관계를 확인해서 세금을 추가로 부과할 수 있다. 그에 더하여 납세자가 제대로 신고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산세를 붙여서 제재한다. 만약 납세자가 증빙자료를 위조하는 등으로 과세관청을 속인 경우라면, 포탈죄로 처벌한다. "일단 신고한 대로 받아줄 것이나 나중에 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 바로 신고납세방식에 숨은 뜻이다. 그래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다.
세금을 줄여서 신고한 경우에도 '돌아올 수 있는 다리'는 있다. 실수로 줄였건 일부러 줄였건 납세자는 과세관청이 세금을 부과하기 전에 자진해서 신고를 수정할 수 있다. 납세자가 자진해서 수정신고를 한 경우에는 과세관청도 가산세를 깎아주는 등 '선처'를 하게 된다. 제척기간 넘게 버텨낼 자신이 없다면, 이실직고하는 것이 상책이다.
많이 신고하였다면 경정청구
반대로 납세자가 세금을 더 많이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세금을 산정하는 방법이 하도 복잡하고 어렵다 보니, 납세자들의 실수 또한 잦다. 꼭 실수가 아니더라도 세법이 애매해서 후환이 두려운 나머지 안전하게 세금을 넉넉히 신고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 경우도 신고한 대로 납세의무가 확정된다. 그렇다면 납세자가 스스로 세금을 더 많이 신고한 이상, 구제받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납세의무가 확정된 이후라도 과세관청은 세금을 추가로 부과할 수 있으므로, 납세자도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형평에 맞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서 세법에 경정청구 제도가 생겼다.
경정청구란 납세자가 세금을 더 많이 신고하였을 경우, 그로부터 3년 내에 과세관청에 대하여 세금을 줄여줄 것을 청구하는 구제수단을 말한다. 예컨대 B는 연말정산을 하면서 배우자가 납부한 교회 헌금은 기부금 공제 대상이 아니라고 보아 신고하지 않았다. 그런데 2년이 지난 후에 문득 신문을 보다가 배우자가 납부한 교회 헌금도 기부금 공제 대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 경우 B는 세무서에 경정청구를 해서 더 많이 낸 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한편 과세관청은 신고로부터 5년 내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으면서, 납세자에게는 3년 내에만 경정청구를 허용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인지 요즘 과세관청은 3년의 경정청구 기간을 넘겼더라도 5년 내에 고충민원신청을 하면 되도록 구제해 주는 경향이다. 결국 아직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세금 잘못 낸 경우 많아
최근에 납세자단체들이 많이 낸 세금 돌려받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예상 외로 납세자들이 세금을 잘못 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남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절세를 할까 고민하기 이전에, 잠시라도 시간을 내서 지난 5년 동안 내가 낸 세금이 맞았는지 확인해 보자. 직장인이라면 매년 바뀌었던 소득공제 항목을 제대로 적용하였는지 꼼꼼히 점검해 보자. 사업자라면 내가 신고한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이 제대로 산정된 것인지 따져볼 내용이 훨씬 더 많다. 만약 더 납부한 세금을 발견했다면, 당당하게 세무서를 찾아가 환급을 요구하자. 납세의무는 국민의 기본 의무이지만, 어디까지나 법에 정해진 한도에서의 얘기이다. 더 납부한 세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다. 자기 몫을 잘 챙기는 것, 그것이 진정 절세이다.
이종혁 변호사(jonghlee@yulchon.com)
◇이종혁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이던 200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USC대 로스쿨(LLM)을 졸업했다. 한국과 미국 뉴욕주 변호사이며, 글로벌 로펌인 Steptoe & Johnson 워싱턴사무소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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