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변호사와 경제민주화
2013-08-05 김진원
강 변호사가 '골목상권'이라고 표현한 자영(自營) 나홀로 변호사 중엔 실제로 사무실 월세도 못 내는 변호사가 하나둘이 아니라고 한다. 마이너스 통장을 쓰다가 야반도주했다는 변호사도 있고, 최근엔 사무실 운영 등에 고통을 느낀 50대 변호사가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강 변호사는 때꺼리도 못 챙기는 변호사가 수두룩하다고 변호사들의 피폐해진 상황을 토로했다.
'고소득 전문직의 세계'로 알려진 변호사시장이 포화상태를 넘어 핏빛의 레드오션으로 변했다.
물론 그 안에서도 많은 사건을 수임하며 성공적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변호사가 적지 않다. 규모와 함께 국제적인 수준으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는 대형 로펌들이 그렇고, 전문분야를 찾아 블루오션을 개척한 개인변호사, 소규모 전문 로펌들도 탄탄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의 과잉공급 속에 훨씬 더 많은 변호사가 사건수임에 허덕이고, 사무실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급기야 의뢰인의 돈을 떼먹고 범죄를 일삼는 등 변호사들의 일탈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교도소에 수감된 부유층 등 이른바 '범털'의 잡심부름을 하며 금지된 물품을 넣어주었다가 실형을 선고받는가 하면, 아예 브로커에게 변호사명의를 빌려주고 대여료를 받아 불구속기소된 변호사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건 하나 맡으면 관련 사건을 일부러 만들어 내는 등 어떻게 해서든지 의뢰인의 돈을 최대한 우려내려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대형 로펌의 사건수임을 제한하자는 강 변호사의 제안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제도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고도의 지적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시장을 식료품 등의 유통마트와 똑같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을'을 돕자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의뢰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문제가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배고픈 변호사는 굶주린 사자보다 더 무섭다고 한다. 변호사 과잉시대, 이 말이 점점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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