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한의 발전전략
"파트너별로 一家 이뤄 유기체로 결합할 것"출범 3개월 동안 신건만 500건 수임합류 타진 이어져 속도조절 고려할 판
2013-07-21 권은오
세한은 이날 화환 대신 '쌀화환'을 보내달라고 초대장에 안내해 받은 쌀 2톤을 사랑의 복지관, 서울SOS어린이마을에 기부하며 나누는 자세를 몸소 실천,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변호사 50명 육박
뜨거운 관심 속에 출발한 법무법인 세한이 역량 있는 변호사들을 속속 영입하며 무서운 기세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30여명의 변호사로 업무를 시작한 지 불과 세 달 조금 더 지났지만, 세한은 6월 말 현재 변호사만 50명에 육박하는 규모로 세를 확장하며, 로펌 업계에서 단연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사건 수임 등 업무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 따른 결과로, 조사를 해본다면, 로펌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로펌'의 맨 앞자리에 세한의 이름을 올려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송영천 변호사는 "사실 걱정이 없지 않았는데, 출범 3개월만에 이미 목표했던 바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업무분야별로 일손이 달려 어소시엣 변호사를 계속해서 충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선릉이 내려다 보이는 골든타워 꼭대기층에 위치한 이 로펌에선 갓 출범한 신생 로펌의 낯선 분위기를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기성 로펌 뺨치는 분주함이 실내 공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경력변호사 모집에 60명 지원
로펌 출범 후 3개월여 동안 새로 수임한 신건만 500건에 이른다는 세한은 6월 초 곧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 어소시엣 변호사 영입공고를 냈다. 파트너 변호사와 함께 합류한 기존의 인력만으로는 업무처리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 세한 관계자는 "공고를 내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당한 규모의 로펌 소속 변호사를 포함 60여명이 지원서를 보내 왔다"며, "이렇게 관심이 클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세한의 움직임이 범상치 않다는 소식을 접한 기자는 세한을 취재하기 앞서 먼저 세한의 홈페이지(www.sehanlaw.com)에 접속해 보았다. 기업일반과 금융, 소송 · 중재, 조세, 형사, 지적재산권 등 갖가지 업무분야와 함께 홈페이지에 소개된 40명이 넘는 변호사의 다양한 면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한의 한 변호사는 "아직 홈페이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사람도 있고, 합류를 놓고 얘기가 진행 중인 변호사도 적지 않다"며, "파트너급의 경우 기존 변호사와의 업무중복 우려나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해 속도조절을 고려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마디로 함께 일하자는 파트너급 변호사들의 합류가 이어지며 설립 초기부터 빠른 속도의 분화와 성장이 반복되는 곳이 신설 로펌 법무법인 세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세한의 성공적인 출발엔 분명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젊고 역량을 갖춘 변호사들의 교집합을 가장 먼저 꼽지 않을 수 없다. 송 대표는 '유기체의 결합'이란 표현을 썼다. 단순히 사람을 섞어 놓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송 대표는 "유기체처럼 하나가 되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한의 파트너들이 서로 양보하고 희생하고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더 커지면 모를까 아직은 그런 자세로 한번 해보자는 의욕이 대단하다"고 자랑하고, "무엇보다도 이 점이 세한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한번 해보자는 의욕 대단"
이어 업무분야의 구성과 관련, 다양한 전공의 파트너가 포진, 송무와 자문, 국내와 해외업무의 조화와 균형을 도모하는 점이 발전전인 모습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강성 대표는 이와 관련, "인적 구성이 분야별로 골고루 잘 짜여져 있다"고 말했다. 세한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또 "초기엔 송무 분야의 매출이 많았으나, 지금은 자문이 오히려 송무 분야를 능가하는 상황"이라며, "큰돈을 벌어들이는 레인메이커(rainmaker)가 많지는 않지만, 대형 로펌과 비교할 때 일이 없는 파트너가 거의 없을 만큼 열심히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고 보다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송무와 자문의 결합은 종합로펌을 지향하는 곳이라면 너무 당연한 포트폴리오라고 할 수 있지만, 세한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도 관련이 없지 않아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자문 쪽의 업무경험이 풍부한 강성 대표와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변호사가 된 송영천 대표를 연결, 세한을 출범시키는 단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처음 강 대표를 소개받고, 강 대표가 구축해 온 자문역량과 내가 그동안 쌓아 온 송무역량을 합치면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여기에 해외 업무를 더해 의뢰인들에게 최고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게 세한의 설립취지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서향희 변호사가 연결
서로 이름만 알고 지내던 송, 강 두 대표변호사를 연결해 준 사람은 두 사람을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는 서향희 변호사. 고려대 법대 출신의 여성변호사인 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 스승과 제자로 송 대표와 인연을 맺어 2009년 송 대표가 법관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개업하자 삼고초려의 정성을 들여 송 대표의 영입을 추진했다. 개인변호사를 거쳐 또 다른 제자가 몸담고 있는 중소 로펌에서 활동하기도 한 송 대표는 법복을 벗은 지 3년이 더 지난 2012년 5월 서 변호사가 주도적으로 운영하던 법무법인 새빛에 합류했다.
당시 송 대표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서 변호사가 로스쿨 출신 새내기 변호사들을 겨냥해 의욕적으로 개설한 새빛연수원. 서 변호사가 사법연수원 시절 명강의로 이름을 날린 송 대표를 영입해 연수원 운영을 부탁하면서 스승과 제자가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 새빛연수원은 변호사로 본격 활동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6개월의 실무수습을 거쳐야 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사법연수원 과정을 벤치마킹해 만든 변호사 연수원으로, 개원 당시 로스쿨과 재야법조계 등으로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으나 서 변호사가 변호사 활동을 중단하면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로스쿨 출신 대상 연수원 주목
그러나 이런 인연이 발전해 세한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 변호사의 소개로 만난 강성 변호사와 송 대표는 서로 상대방을 송무와 자문을 책임질 수 있는 이상적인 짝이라고 생각, 새 로펌 세한을 전격 출범시켰다. 서 변호사와 강 대표는 서 변호사가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변호사가 되었을 때 한 로펌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어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 한다.
송 대표는 "송무는 나도 있고 후배들도 있고, 강 대표가 자문 분야에선 최고니까 서로 합치면 괜찮은 그림이 나오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했다"며, "이런 큰 그림 아래 역량 있는 파트너들이 각기 일가(一家)를 이뤄 유기체적으로 협력하면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거듭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앤장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 법무법인 지성을 설립한 데 이어 법무법인 지평과 합병해 지평지성으로 발전시킨 경험이 있는 강 대표도 "자문펌을 하다 보면 법원과 검찰에서 경험을 쌓은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역량이 아쉬울 때가 많은데 세한은 시작 단계부터 양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출발한 준비된 로펌"이라고 송 대표의 발언을 거들었다. 이어 이런 훌륭한 바탕 위에서 세부 업무분야를 잘 짜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는 밀착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자주 홈페이지에 손을 대야 할 만큼 사람과 업무분야가 늘어나고 있는 세한에 따르면, 산업은행을 대리해 금호그룹과 STX의 워크아웃과 관련해 자문하고,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Tencent)를 대리해 한국 인터넷업체에 대한 투자업무를 수행하는 등 변호사들이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텐센트 투자 자문
텐센트 투자 건은 텐센트가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할 때 텐센트를 대리한 것으로 유명한 임석진 미국변호사가 주도적으로 자문하는 사안으로, 그는 법무법인 세종과 양헌, 클리포드 챈스 등에서 활동한 변호사 경력 16년의 베테랑이다.
또 최근 언론에도 보도된 가수 송대관씨의 개인회생신청사건을 대리하고, 돈가스 함량을 허위 표시해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개그맨 정형돈씨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항소심이 진행 중인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을 변호하는 등 송무 분야에서도 크고 작은 다양한 사건을 수행하고 있다.
세한의 업무파일을 들춰 보면, 워크아웃 중인 동아건설을 대리해 동아건설 직원의 거액 횡령사건을 둘러싼 책임 소재를 놓고 신한은행 및 하나은행과 소송을 진행 중에 있으며, 아파트 시행사를 대리해 시공사인 현대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PF 보증 관련 소송에선 1심에서 200억원의 승소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송대관, 정형돈씨 사건 맡아
업무분야로 따지면, 세한은 송 대표가 좌장을 맡아 이끌고 있는 민, 형사 등 송무와 검찰단계에서의 변호,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판사 경력의 장호진, 최기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충정 시절부터 기업 워크아웃 업무를 많이 수행한 이석종 대표 등이 주도하는 기업 및 개인회생 사건, 금융감독원 출신의 송창영, 강진원, 이성환 변호사 등이 포진한 금융분야와 법무법인 세종에 있다가 얼마 전 합류한 전경진, 오상민 변호사가 가세한 부동산 분야, 강성, 임석진 변호사 등이 활약하는 M&A와 기업일반 등의 분야에서 변호사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전문가를 영입하고, 업무분야를 지속적으로 보완,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겠다는 게 세한의 발전전략이다.
공정거래, 지재 등 보완 계획
강 대표는 "역량 있는 파트너들을 모아 새로운 환경에 걸맞은 로펌을 육성할 것"이라고 의욕을 나타냈다. 송 대표는 또 국제중재, 공정거래, 지적재산권, 의료소송 등의 분야를 우선적으로 보완할 전문분야로 제시하고, M&A와 금융분야 등도 한층 보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기여하는 큰 로펌이 되겠다는 기치를 내건 세한에 경쟁력을 갖춘 변호사들이 모여 들며 세한의 출범이 성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세한의 도전과 성공은 이제 시작이고, 진행형이어 더욱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강남 요지에 위치한 골든타워의 20층을 통째로 빌려 출발한 이 로펌은 사람과 업무가 늘어나며 14층의 절반을 더 확보해 사무실을 늘렸지만, 이 정도의 공간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세한 사람은 거의 없다.
로펌의 이름을 지을 때 세한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세한은 홈페이지에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올려놓았다.
"세한도와 평생 벼루 10개를 밑창 내고 붓 일천자루를 뭉당붓으로 만들었다는 추사의 노력을 본받아, 저희 세한의 전문가들도 항상 품격과 고객과의 신의를 지키며 저희가 몸 담고 있는 법률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세한 사람들의 굳건한 다짐이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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