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서자가 제사 주재할 의사 없으면 친딸이 제사주재자"

[중앙지법] "분묘 관리처분권도 있어"

2013-03-26     김덕성
유일한 남자 후손인 서자가 제사를 지낼 의사가 없으면 친딸이 제사를 모시고 분묘를 관리 · 처분할 권리를 가진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부(재판장 김승표 부장판사)는 2월 20일 정 모(50)씨가 '임야에 있는 분묘를 파 옮기고, 상석, 망부석 등을 철거하라"며 분묘에 묻혀 있는 김 모씨의 서자 A(44)씨와 친딸 B(66)씨를 상대로 낸 소송(2012나17867)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 B에게 분묘 관리처분권이 있다고 판결했다.

피고들의 아버지는 두번째 혼인한 김씨와 사이에 딸 B를 두었으나 세번째 부인을 통하여 아들 A를 얻자 A를 김씨 사이의 아들로 호적에 올렸다. 아버지는 김씨가 사망하자 세번째 부인인 A의 생모와 또 혼인했다. A는 1996년 8월 아버지로부터 김씨의 분묘가 포함된 용인시 양지면의 임야 1만 2577m²를 증여받았으나 2006년 6월 부친이 사망한 후 이 임야를 팔았고, 이 땅은 다시 매매를 원인으로 2008년 1월 원고 정씨의 소유가 되었다.

정씨는 A를 상대로 임야 한쪽에 자리 잡은 김씨의 분묘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망부석 등을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김씨의 친딸 B에 대해서는 분묘기지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소송을 냈다. 분묘기지권이 없으면 분묘를 옮겨야 한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99다14006, 2007다27670)을 인용, "일반적으로 선조의 분묘를 수호관리하는 권리는 종손에게 속하나, 종손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손이 아닌 자도 제사주재자로서 분묘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가질 수 있고, 종손이란 '장자계의 남자손으로서 적장자'를 지칭하는바, 종래 우리의 관습은 우선적으로 적장자가 제사상속인이 되고 적장자가 없는 경우에는 적손, 중자, 서자, 중손, 서손의 순서로 제사상속인이 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1990년 1월 3일자 민법 개정으로 김씨와 A와의 사이의 적모자 관계가 소멸된 점(민법 부칙 4조) ▲A가 2001년 5월 김씨와의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는 판결을 받아, 호적상 모를 김씨에서 친모로 정정한 점 ▲A의 출생경위, 김씨의 합리적인 의사, 김씨에게 친딸인 B가 있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A에게는 김씨의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관습상 남자 후손이 없을 경우 여자 후손이 제사주재자가 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와 같이 A에게 김씨의 제사주재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이상, 김씨의 제사는 김씨의 친딸인 B로 하여금 주재하게 함이 상당하고, 따라서 딸 B가 김씨의 제사주재자로서 분묘의 관리처분권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원고의 B에 대한 청구는 이유없다는 것이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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