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투자 전문 양호인 아르헨티나 변호사
"6억 시장 노린 제조업 진출도 유망"글로벌기업 되려면 중남미 진출 필수지역전문가 고용해 체계적 접근 필요
2013-02-19 이은재
2010년 가을부터 법무법인 세종에서 라틴아메리카팀을 이끌고 있는 양호인 아르헨티나 변호사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남미 변호사로 유명하다. 아르헨티나 현지 로펌에서의 근무를 포함 16년째 이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는 한국 기업의 수많은 중남미 투자에 자문했으며, 코트라(KOTRA)의 중남미 투자에 관한 세미나 등에 단골연사로 참석하고 있다.
2010년 세종 합류
2011년 한국 기업의 중남미 투자액은 모두 22억 5000만 달러. 금융업을 제외하면 62%의 투자가 M&A를 통한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집중되어 있다.
양 변호사는 여기에 덧붙여 "발전소 건설과 하수처리장 공사 등 SOC 프로젝트와 제조업 분야도 이 지역에 수요가 많은 유망 투자종목"이라고 소개하고, "글로벌화를 꿈꾸는 기업이라면 중남미 진출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중남미의 어느 한 지역, 한 나라에 진출하더라도 인구가 6억명에 이르는 중남미 전체 시장을 겨냥할 수 있어 투자이익이 매우 크다는 게 그의 의견.
중남미 인구 6억명
양 변호사는 또 "그곳은 자원이 풍부한데다 경제적인 가격에 습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고, 우리는 TV와 자동차 등 공산품을 만들어 팔면 되기 때문에 기업활동에 있어서의 이해충돌(conflicts)도 적은 편"이라고 소개하고, "기술이전의 경우 강대국은 정치적인 문제가 얽혀 있어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우선권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관심과 수많은 투자 시도에 비해 성사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것이 양 변호사가 아쉬워하는 대목. 양 변호사는 중남미 지역에 특유한 투자 주의사항을 간추려 소개했다.
"보행자 접근방법(pedestrian approach)이라는 말이 있어요. 보행자가 걸어다니다가 이 상점 저 상점 들어가 본다는 말인데, 중남미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의 체계적이지 못한 접근태도를 꼬집은 표현이지요."
그는 "한국 기업 중엔 아무 결정권도 없는 실무직원을 출장 보내 놓고 3일만에 보고서를 내라, 무조건 해내라 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곳이 여전히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장 나온 직원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소문만 내는 바람에 '양치기 소년'처럼 되어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무엇보다도 충분한 준비와 함께 지역전문가를 고용해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양 변호사의 조언이다.
매직 써클 접촉할 수 있어야
그는 특히 "현지의 에이전트를 쓸 경우 돈이 많이 들더라도 그들 사회의 매직 써클(magic circle)에 접촉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에이전트에 일을 맡겨야 한다"며, "에이전트의 부인이 한국 본사의 허락도 없이 똑같은 상호로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바람에 낭패를 보았다는 등 에이전트를 잘못 선택해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수없이 많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국과 중남미의 법률제도, 문화가 다른 데서 오는 오해가 적지 않다며, 이에 대해서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우리 노동법에는 없는 의제해고(constructive dismissal) 제도가 중남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당황해 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중남미에선 근로자가 자진퇴사할 경우 퇴직금을 주지 않는데, 그대신 일정한 요건 하에 해고로 의제해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 퇴직금이라고 하지 않고 손해배상으로 부르고 있어 한국 기업 관계자들이 말도 안 되는 논리라며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양 변호사는 "한국에선 해고와 사직을 구분하지 않고 퇴직금을 지급하고 있어 중남미 보다 한국의 근로자들이 퇴직금 혜택을 더 많이 받고 있을 것"이라며,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법"이라고 말했다.
퇴직금 대신 손해배상으로 불려
또 하나 계약을 바라보는 태도도 우리와 중남미 사이에 차이가 없지 않다는 게 그의 지적.
"우리는 계약을 하나의 시작이라고 생각해 대충 꾸리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유럽 문화의 전통을 이어받은 중남미 지역에선 계약을 맺으면 일이 완성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양 변호사는 "한국 기업들이 자꾸 양해각서(MOU)만 만들어 발표하다 보니 언론에 노출만 되고 결실은 맺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하고, "중남미 사람들은 협상 자리에 변호사, 회계사 등이 동석해 조언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만큼 처음부터 전문가와 함께 진지하게 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11살 때 아르헨티나로 이민
11살 때 아르헨티나로 이민, 부에노스아이레스 법대를 나와 1998년 아르헨티나 변호사가 된 그는 아르헨티나 로펌에서 체계적으로 법률자문을 시작한 최초의 아시아인으로 유명하며, 현지에서 한인 전문가협회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또 모교인 부에노스아이레스 법대에서 조교수를 역임하고, 버지니아대에서 법학석사학위(LL.M.)를 받았다. 현재 법무부 국제투자분쟁 법률자문위원, 한국외대 로스쿨의 외래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영어와 스페인어에 능통하며, 포르투갈어도 구사할 줄 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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