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지적장애 급우 집단적으로 괴롭혀 정신분열증 유발…가해 학생 부모, 지자체도 배상책임"
[대법] "보호 감독 의무 위반"
2011-12-30 김덕성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지난 4월 14일 고교 시절 급우들이 괴롭혀 정신분열증이 발병했다며 김 모(22)씨와 그 가족이 가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부모, 강원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2011다12675)에서 상고를 기각,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연대하여 총 57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신지체 2급의 지적장애를 갖고 있던 김 군은 2006년 3월 강원도의 K고에 입학했다. 그러나 급우들이 김 군을 바보라고 놀리고 손으로 때리는가 하면 장난을 친다고 뺨을 때리고, 가을소풍을 간 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지기 싫어하는 김 군을 물에 빠뜨릴 것처럼 장난을 쳤는가하면 난로에 데워진 뜨거운 동전을 김 군이 줍도록 해 손가락에 화상을 입히는 등 김 군을 괴롭혔다.
김 군은 괴롭힘에 시달린 나머지 정신분열증세를 보여 강릉과 서울의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으며, 보호자의 일상생활 관리 및 감독이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상태의 정신분열병 진단을 받았다.
대법원은 2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인정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먼저 "원고 김 군이 피고 학생들로부터 약 1년 동안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였고, 그로 인하여 정신분열증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 학생들은 불법행위자로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학생들의 부모들도 당시 미성년자였던 피고 학생들이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하지 아니하도록 보호 감독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피고 학생들과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이들과 각자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괴롭힘에 가담한 학생들이나 김 군은 같은 학급의 학생들로서 가해행위도 수업시간을 전후한 쉬는 시간 또는 점심시간, 소풍과 같은 야외활동시간 등에 발생하였다"고 전제하고, "위와 같은 시간은 수업을 정리, 준비하거나 이를 위하여 휴식을 취하는 시간으로서 교육활동과 질적, 시간적으로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담임교사도 이 사건 괴롭힘이 발생하기 전에 가해 학생들이 김 군을 가끔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담임교사로서는 수업 시간 전후로 수시로 교실의 상황을 파악하고, 학급의 반장 등을 통하여 학급 내에서의 집단 따돌림이나 폭행사건이 발생하는지의 여부를 알아보며, 학급 내에서 종종 동료 학생들을 괴롭히는 가해학생들에 대하여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훈육을 하고 집단 따돌림 등이 발생되지 않도록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김 군으로 하여금 괴롭힘을 당하도록 하는 상황에 이르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괴롭힘은 K고 교사의 일반적인 보호, 감독의무가 미치는 범위 내의 생활관계에서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학교의 교장 및 교사들이 앞서 본 보호, 감독의무를 다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강원도는 K고 교사의 사용자로서 지휘 · 감독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으므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피고들은 과실상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해학생들은 이에 앞서 2008년 9월 춘천지법에서 보호자의 감호에 위탁하는 소년법 32조 1항 1호의 보호처분결정을 받았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