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미국법원서 패소하자 몰래 아이들 데리고 귀국해 한국법원에 소 제기…권리남용"
[서울가법] "범죄행위 정당화 시도 용납 어려워"
2011-02-02 최기철
미국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하고, 몰래 아이들을 데리고 귀국한 행위는 범죄행위를 형성할 수 있어 이에 협조할 수 없다는 게 우리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가정법원 제2부(재판장 임채웅 부장판사)는 1월 25일 A(41)씨가 아내 B(37)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각하하고, B씨의 반소를 받아들여 "두 아들을 B에게 모두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A는 B와 2002년 8월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가 두 명의 아들을 낳았으나, 자주 다퉈 B가 A의 폭행으로 응급실에 실려가고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했다. 결국 B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정폭력 보호센터의 안전가옥으로 이주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미국법원은 이혼과 함께 B가 아이들에 대한 단독의 친권 및 양육권을 갖는다고 판결했다. 미국법원은 또 A에겐 면접교섭뿐 아니라 어떠한 연락도 하지 못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의사의 소견서를 첨부해 미국법원으로부터 면접교섭권을 회복한 A는 2009년 11월 아이들을 만난 기회에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B에게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서 거주할 것임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 아이들에 대한 친권과 양육자로 자신을 지정하고, B에게 위자료 2억원을 요구하는 내용의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냈다.
이에 대해 B는 아이들을 인도하라는 내용의 반소를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면접교섭 중 아이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출국한) 원고의 행위는 미국법상 중대한 범죄에 해당될 수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미성년자약취죄에 해당할 개연성이 있는 행위인데, 원고의 청구는 그와 같은 범죄행위 또는 그에 준한 행위에 의해 이미 만들어진 상황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서 용납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의 행위는 미국에서 진행 중에 있는 사법절차를 완전히 무시하고 무단 귀국한 다음, 우리 사법체계의 힘을 빌어 미국 사법절차에서 확인된 바에 반하는 목적을 달성하고자 이 사건 본소를 제기한 것으로, 결국 이는 사법기능의 혼란 · 마비를 조성하는 소권의 행사로써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결코 허용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에 나아가는 것은 실질적으로 이 사건과 관련된 미국 법원의 판단에 대해 심리하는 결과가 될 것인 바, 외국에서 이루어진 적법한 사법판단에 대해 실질적으로 다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특히 미국법원이 한국법원의 판단을 상당한 정도로 존중하고 있는 실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더욱 그러할 것"이라며,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그와 같은 심리에 나아갈 바가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과 관련, "청구인이 자신의 범죄행위에 의하여 형성된 상황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에 법원이 협조할 수 없다는 것과 미국법원이 우리 판결을 상당한 정도로 존중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우리도 미국법원의 판결을 그에 상응하는 정도로 존중하여야 하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법원도 'U.S. COURT OF APPEALS ELEVENTH CIRCUIT, 2006. 8.11. 사건번호 : NO. 04-15878 사건'에서 한국에서 사법절차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에 관해 "한미우호통상 및 항해조약에 의하여, 실제로 한국법원의 판단은 자매국가의 판단의 지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판시, 한국법원의 판단을 존중한 바 있다.
최기철 기자(lawch@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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