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몰래카메라 설치해 사기도박…사기죄만 성립"
[대법] "우연성 없어 도박죄는 무죄"
2011-01-23 최기철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1월 13일 지인들과 서로 짜고 사람들을 유인해 사기도박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 모(37 · 운전사)씨에 대한 상고심(2010도9330)에서 김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사기죄 외에 도박죄까지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박이라 함은 2인 이상의 자가 상호간에 재물을 도(睹)하여 우연한 승패에 의하여 그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이므로, 이른바 사기도박에 있어서와 같이 도박당사자의 일방이 사기의 수단으로써 승패의 수를 지배하는 경우에는 도박에 있어서의 우연성이 결여되어 사기죄만 성립하고 도박죄는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 등은 사기도박에 필요한 준비를 갖추고 그러한 의도로 피해자들에게 도박에 참가하도록 권유한 때 또는 늦어도 그 정을 알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도박에 참가한 때에는 이미 사기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피고인 등이 그 후에 사기도박을 숨기기 위하여 얼마간 정상적인 도박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기죄의 실행행위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할 것이어서 피고인에 대하여는 피해자들에 대한 사기죄만이 성립하고 도박죄는 따로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1개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여러 피해자로부터 각각 재물을 편취한 경우에는 피해자별로 수개의 사기죄가 성립하고, 그 사이에는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한 뒤, "피고인 등이 피해자들을 유인하여 사기도박을 하여 도금을 편취한 행위는 사회관념상 1개의 행위로 평가함이 상당하므로, 피해자들에 대한 각 사기죄는 상상적 경합의 관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평소 자주 어울려 도박을 해온 신 모씨 등에게 수백만원을 잃자 임 모씨 등 3명과 짜고 신씨 등을 상대로 사기도박을 계획, 2010년 2월 객실 천장의 화재감시기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충남 보령시의 한 모텔로 신씨 등을 유인해 속칭 '섯다' 도박을 했다. 김씨 등은 처음 40분 정도는 신씨 등이 눈치 채지 못하게 정상적인 도박을 하다가 미리 준비한, 표시된 화투로 바꾸어 신씨 등 세사람으로부터 모두 730여만원을 딴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임씨는 이 모텔 맞은편에 있는 또 다른 모텔 객실에서 몰래카메라를 통해 수신된 모니터 화면으로 신씨 등의 화투 패를 보고 김씨 등에게 무선 이어폰을 통해 패를 알려주었다.
1, 2심에서 사기와 도박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김씨에게 징역 4월과 벌금 200만원 등의 형이 선고되자 김씨가 상고했다.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